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너무 빨라서, 누군가 내게 나이를 물어보면 놀라곤 한다.
'내가 벌써 서른이라고?...'
'근데, 나 뭐하고 살았지?'
불쑥불쑥 고개를 내미는 의문이 회고를 시작한 계기다.
흘러가는 시간들을 잡아두지 않았더니, 내 안에 쌓이지 않고 빗겨나가버렸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앞으로 회고를 주기적으로 작성할 것이다.
내 인생을 phase로 나눈다면 네 단계쯤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IT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로 2년하고도 6개월을 일했다.
그러다 생각지도 않던 백엔드 개발자를 준비하게 됐고, 코드스쿼드에 들어오게됐다.
27살,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기자가 됐다.
어릴 적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니까, 누구보다 빠르게 역사의 현장에 있을 수 있으니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니까 등등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한 바람이었다.
일은 쉽지 않았지만, 재밌었다. 기자란 직업은 기대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대중에게 전했다.
기자로서 특혜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수많은 목소리 중에서 내가 작성한 기사가, 기자가 작성한 글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니까.
그러한 사실에 감사했기 때문에, 기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질문할 권리'를 눈치 보지 않고 행사했다. 기자회견 자리나 회사 관계자, 공무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궁금한 것을 언제든 자유롭게 물었다.
간혹, "이런 것을 왜 물어보시나요?" 라는 떨떠름한 반응과 대선배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손을 들고 질문하는 것이 민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책임에 대한 부담을 느낀 순간도 많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특혜를 누려도 되는걸까?
그래도,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기사를 쓸 때 국내외의 자료를 시간이 허락하는 내에서 모두 다 확인하고, 대학교 교수님들 연구실에 무턱대고 전화를 걸었다. 의견을 묻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맞는건지 매번 몇번에 걸쳐서 확인했다.
확실하지 않은 것은 절대 기사로 내보내지 말자.
특혜를 누리는 만큼, 내가 노력하면 된다.
그 생각만으로 이악물고 이겨낸 시간이었다고 자부한다.
기자로 일할 당시 사수에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힘든 시간이지만,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사수의 질책 중 잊혀지지 않은 것이 있다.
"정말 노력한 게 맞아?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
"경력 많은 기자들도 마감시간 바로 직전까지 기사를 퇴고해. 그 정도로 꼼꼼하게 한 거 맞아?"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부족했구나,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했다.
퇴근 후에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수없이 보고, 작성한 글을 몇 번에 걸쳐서 퇴고했다.
이동하는 시간에도 기사에 오타가 있는지, 팩트 체크가 안 된 부분이 있는지 검사했다.
그 당시에는 좋은 글을 쓰는 법을 배운다고 생각했는데
새롭게 배운 것이 하나 더 있다.
"부끄럼 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깨달음은 기자를 그만두게 된 이유와 연결된다.
당시 나는 IT기자로서 여러 IT기업의 대표님을 만나고, 기업 관계자와 개발자들을 만났다. 자신이 만든 기술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꼈다.
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아주 어릴 적에는 무언가를 부수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가 집에 오면 집안이 매번 난장판이 됐다고...)
그게 글이든, 소설이든, 시든, 기사든, 무엇이든 좋았다. 내가 만든 것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다만, 일을 하면서는 아쉬움이 간혹 들곤했다. 내가 하는 일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그 변화 유발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누군가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무언가를 직접 만들지는 않는다.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사회의 문제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그 어려움을 직접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만, 그러한 바람만으로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고민을 하던 중 한 스타트업 대표님을 만났다.
시각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기술을 만드는 분이었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문제를 기술로 손쉽게 해결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시각장애인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지적했던 문제인데 지금까지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기술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단지 누군가의 노력과 의지, 시간만 들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던 것이다.
"이미 많은 기술이 있고, 나는 기자로서 그걸 전달만 해주면 된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세상에는 사람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한 문제가 수두룩하고 그걸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도 만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깨달음에 사수의 조언이 겹치면서 결심을 세우게 됐다.
누군가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사람이 되자.
하고 싶다면 제대로 해보자.
5년 뒤의 나는 도전하지 않았음을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 자명했다.
후회하지 말고 도전해보자.
도전은 언제든 내게 값진 것을 안겨주었기에.
백엔드 개발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사실 심플하다.
형이 자바를 쓰는 백엔드 개발자여서 보고 들은 게 꽤 많았다.
처음에 거리낌 없이 바로 자바를 시작했다.
유데미에서 강의를 듣고, 자바의 정석을 읽었다.
코드를 따라 치고 코딩테스트 문제를 매일 풀었다.
일을 그만두고 하루 12시간씩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면서는 매번 불안감과 싸웠다.
내가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 게 맞나?
그냥 강의를 듣고 책을 따라 치고, 코딩 테스트 문제를 풀면 되는 건가?
무언가를 만들 때 쓰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내가 뭘 만들 수 있는거지??
자바로 뭘 할 수 있는건지 감이 잘 안 잡혔다.
콘솔이라는 곳에 Hello World를 찍고, 코딩테스트 문제를 풀 때 복잡한 계산을 컴퓨터에게 시키는 게 정말 개발인가?
불안감에 김영한 강사님의 스프링 프레임워크 강의를 듣고, 혼자 스프링 서적들을 보면서 개발을 배웠다. 스프링 프로젝트 스터디에 들어가기도 했다.
오픈 API를 연결시키면서 정말 무슨 소린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문제를 해결하다가 도저히 안되면 형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형은 나를 도와주면서 "일단 스프링 말고 자바부터 해라. 자바를 모르니까 스프링도 하기 어려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뒤로 자바 공부에 매잔했다.
우테코를 하면서 자바로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았다.
발야구 프로그램인데, 오류 투성이었다.
그래도,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큰 흥미를 갖게 되고 개발에 재미를 붙이게 됐다.
코드스쿼드에 들어온 이유는 개발 공부에 방향을 잡아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처럼 기자로 일하다 코드스쿼드에서 공부를 하고 iOS 개발자가 된 Eddy 글을 보고서 코드스쿼드 교육방식이 내게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
'야생형 교육'
'주도적인 자율학습'
사실 이 키워드만 보고서는 그닥 신뢰가 가진 않았다.
대부분의 교육기관이 지향한다고 말하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코드스쿼드에서 수료한 학생들의 후기가 다 좋았다.
야생형 학습으로 스스로 공부를 정말 많이 하고
마스터들은 방향을 제시해준다고 하는데
수료생들은 대부분 만족해하는 것으로 보였다.
자율주도형 학습을 표방하는 교육기관에서 수료한 사람들이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자율학습이지, 방치를 자율학습으로 포장하는 곳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물론, 후기는 대부분 만족한 사람들이 남기는 것이겠지만...
일단 들어가보고 판단하자는 생각을 했다.)
코드스쿼드가 전에 관심을 가졌던 우테코와 같은 뿌리라는 것도 교육방식에 대한 믿음을 주었다.
그래서 코드스쿼드에 지원하기로 했다.
코드스쿼드는 입과시험을 보는데, 5일간에 걸쳐 과제물을 제출하는 것이었다.
이 기간 하루종일 코딩을 했다.
클래스를 나누는 법도 모르고, 테스트 코드를 짜는 법도 몰라서 유데미에서 온갖 강의를 들으며 코딩했다. 깃 사용법도 몰라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입과신청할 때
"왜 벡엔드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아직도 인상에 남아있다.
나는 왜 백엔드 개발자를 택했을까?
"형이 백엔드 개발자라서"
"백엔드가 시장이 좀더 좋아서"
"알고 있는 언어가 자바밖에 없어서"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더 깊은 고민을 해보니,
어떤 데이터들을 분류하고 그걸 통해서 유용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이 재밌었다.
내가 알고 있는 기능은 맛집 추천 정도지만, 좀더 고도화되고 심화된 기능을 백엔드 개발자로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코드스쿼드에서 공부를 한 지 한달 정도가 됐다.
한달을 요약해보면 '정신없이 공부했다'라는 말이 맞을 거 같다.
매일 미션을 받고 그걸 풀고,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인상적인 점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두 개 정도만 언급하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코드스쿼드 마스터과정에서는 팀원들과 함께 미션을 해결한다.
코딩하면서 궁금했던 점은 pr을 올릴 때 물어보거나 마스터 클래스에서 질문하면 된다.
코드스쿼드 마스터 클래스에서 나는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매번 3~4번씩은 질문한다.
처음에는 기자 뽕이 빠지지 않아서 질문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기자로 일했으니 질문은 거리낌없이 해야한다는 마음도 있었다.
(회고는 항상 글쓴이를 부끄럽게 한다.)
JK와 호눅스의 답변을 들으면서 자바API에 대한 사용법부터 개발철학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어렸을 적부터 학교에서 "나대지 말라"라는 나댐라이팅을 워낙 많이 당했어서
매번 마스터클래스에서 질문을 할 때마다 민망했다.
(물론, 코드스쿼드에서 내게 눈치를 주거나 질문하는 걸로 뭐라고 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오히려 Alex가 대신 질문해줘서 좋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질문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필자는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때 수업시간에 "질문있나요?"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손을 들던 학생이었다. 얼른 내가 모르는 걸 해결하고 싶다는 탐구욕이 강했다.
그때도 질문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학생일 적에는 질문 좀 하면 은근히 비웃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질문할 시간도 없게끔 미친듯이 질문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튀는 행동을 하는 게 아닐까...하는 고민이 들곤 한다.
그런데, 코드스쿼드 멤버 중 한 명이
"Alex가 질문하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는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내가 너무 나댄 거 같아서 고민이었다고 하니까 "Alex가 질문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해 한다. 다들 비슷한 내용을 궁금해하고 있었던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멤버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내가 질문하는 것 덕분에 새롭게 배우는 게 있다고 얘기해주었다.
질문 자체가 내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jk나 호눅스 모두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줄 때도 있지만, 키워드를 던져주거나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키워드를 따라서 혼자 그 내용을 심화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
이러한 질문이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물론,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질문을 통해서 배우는 게 많다!)
질문은 백해무익이 아니라, 백익무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다보면 머리가 탁 막힌 거 같은 순간들이 있다.
알듯 말듯, 다음에 적어야 할 문장이 생각날듯 말듯...
그걸 적어보니 앞 뒤가 또 안 맞는 거 같고...
코드도 마찬가지다.
이거 하나만 고치면 빨간 줄이 사라질 거 같은데...
어떻게 좀 잘 고쳐보면 클린 코드가 될 거 같은데...
처음 코드스쿼드에서 공부할 땐 아직 허세를 내려놓지 못했다.
그래도 어린 나이는 아니니까, 공부 좀 하고 왔으니까 아는 척은 못하더라도
모르는 티는 내지 말자.
남의 아이디어를 들으면, 내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뻇기는 거야!
그렇게 혼자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냥 피어세션 때 이런 고민이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라고 물어봤으면 빠르게 해결할 수 있던 문제들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안타깝다.
생각보다 좋은 아이디어는 잡담과 같은 대화속에서 나올 때가 많았다.
남의 아이디어를 내 코드에 적용하면 그게 기억에 남아서 다음번에 다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면 그게 이제 나의 지식이 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혼자서 고민하는 시간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나는 좋은 질문은 오랜 고민 끝에 나온다고 생각한다.
숙고하고, 머리 속에서 문장을 정제한 뒤에 내뱉은 질문이 막연하게 어려워서 "도와줘요"라고 외치는 것보다 훨씬 낫다.
혼자서 이리저리 부딪혀보고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뒤에 다른 사람의 설명을 들으면 "유레카!"같은 순간들이 올 때가 많았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알게 된 것들과 다른 사람의 설명이 한 데 모여서 유레카를 만드는 것이지, 그 사람의 설명만으로 광명을 찾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여튼, 코드스쿼드에서는 모각코를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자유롭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볼 수 있다. 다들 서로의 고민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열성적으로 답변한다. 그렇게 같이 고민하고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호눅스나 JK한테 물어보기도 한다.
아직 학원에서 공부한 지 한달차라서 엄청난 변화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확실한 건, 이론 위주로 공부하던 것에서 벗어나 프로그래밍을 직접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는 것이다. 좋은 멘토가 옆에 있어서 질문을 하면서 답을 얻기도 하고, 답을 찾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고민이 있으면 함께 숙고해주는 팀원들도 생겼다. 궁금한 것을 물어볼 때 귀찮은 기색을 보이는 팀원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다들 성심성의껏 답변해준다.
최근에 호눅스가 해준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말을 들을 당시에는 웃겼는데
회고하면서 돌이켜보니 다들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주고, 성심성의껏 도와주고 있다는 점이 여실하게 보인다.
앞으로 남은 5개월도 화이팅!
알렉스
최고 >0<알렉스가 있어서 코쿼가 넘 즐거워여 ㅎ.ㅎ
ps) 라라스윗.. 잘먹을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