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차🚙] 출근 85일 차

퇴사 준비를 한다. 문화가 아름다운 곳이었다. 보통은 사람들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고 들었는데 오토피디아 사람들은 젠틀했다. 사실 취업 이전에 회사 리뷰 사이트에서 여직원에게 못되게 군다는 글을 보고 약간 걱정했는데 이런 일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값진 경험이었다. 코드 한 줄 고친 걸로 "아무것도 안했는데 이걸 PR 하나로 올려도 되나?"하면서 여러 개의 PR을 합쳤을 때 나눠서 작업하라고 알려주셨다. 고친 게 짧은 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작업이 다른 건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사이드 프로젝트할 때 크게 올린 것이 독이 되었다. 또한, 팀장님께서 큰 작업을 해보라고 주셨을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고 나의 집중력에 따라 알아서 분배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최대한 빨리 작업해야 했지만 "내가 집중력이 안되는데, 이것저것 돌아가면서 작업해볼까?"하면서 동시에 2~3개를 했다. 나의 실수 때문에 전체적인 작업 속도가 느려졌고, 배포도 한 번 미뤄졌다. 마감일은 없었지만 스스로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작업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했다. 나는 어떤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지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뼈저리게 느낀 뒤로 같은 경고를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팀장님께선 "실수해도 괜찮으니까 뭐든 해봐라, 성공하라고 하는 거 아니다"라고 하셨다. 작은 업무를 하면서도 맡은 건 다 성공하고 싶었다. 나에게 성공은 PR approve 받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가는 게 정말 고된 일이었지만 말씀해주신 걸 고치면서 조금 더 깔끔하게 코드를 작성하지 못한,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를 부끄러워하며 최대한 익히려고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고 작업했다. 배포되면 "내가 한 걸 사람들이 보겠구나"하면서 희열을 느꼈다. 이게 개발자가 느끼는 힘인 걸까.

회사와의 만남을 연애같다고 느낀다. 잘 만나다가 뭔가 맞지 않으면 이별하고 다시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어렵지만 극복될 것이다.

다음 회사에 가기까지 다시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어 회사 면접을 보기 일주일 전부터 밥을 제대로 못 먹는다. 하다 보면 익숙해질 줄 알았으나 매번 새로운 일처럼 다가왔다. 밥을 못 먹어도 글을 쓰면서 좀 더 나아지길 바란다.

남은 기간 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차차 해보려 한다. 회사 출퇴근 덕분에 책읽는 습관이 생겼고, 매일 일하는 덕분에 글쓰고 다른 사람과 댓글로 소통하는 게 재밌어졌다. 이런 것들을 글로 남기고 나와 다른 사람을 응원할 것이다. 나의 일상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잠깐이라도 끌어올릴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어제 읽은 책에서 밥은 떼우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이라는 마인드를 제안하는 브랜드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우리의 일상도 단순히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담은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강인한 내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