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회고

Hyunsoo Lim·2023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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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은 2023년에 그나마 고민 없이 접할 수 있던 뉴스의 주인공을 선정)

정치 그러니까 내 삶과 직결되었지만 멀게 느껴지는 영역의 뉴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속 시끄러워 보기 힘들었던 한 해였다. 아니 아직 3년 넘게 남았다니.. 죽을 맛이다.

각설하고, 개인사만 정리해보자.

조앤

21년 회고...를 적은 줄 알았는데 빼먹었는데,
그 해 일의 영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바의 g도 안드로이드의 e도 모르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실상은 빈 껍데기지만) 내세우는 게 인공지능이라는 타이틀이었는데, 그래서 인공지능으로 아동 심리 상담을 하는 앱 개발건을 수주했다.

단가는 낮아서 PM 겸 앱 개발, 백엔드 1인, 어드민 프론트 1인(잠깐) 정도로 시작을 했는데, 마감 2주 정도 남기고 회사의 훨씬 더 큰 외부 용역의 투입을 위해 PM 겸 앱 개발하던 분이 차출된 것.

개발 거의 다 끝났으니 마무리만 좀 해달라고 일을 넘겨받았는데... 앱을 까보니까 실상 개발된 게 거의 없었다.

앱의 주요 기능은 QR로 본인 인증하면, 인공지능(이라고 쓰고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TTS)이 문항을 읽어주고 선택지에 따라 분기를 타며 상담을 하는데, 그 모든 과정을 녹음하고 전송하는 것.

QR 인증 정도만 그나마 동작 자체는 하지 나머지는 오동작을 하거나 모든 기능 하나하나에 숨은 문제가 있었다.

말했듯 자바의 z도 모르고 안드로이드는 평생 써본 적이 없고 앱 개발의 i도 모르는 사람이라, 진짜 맨땅에 헤딩하며 제약사항('특정' 통신사의 STT를 써야하는 등)을 지켜가며 어떻게든 구현은 했...지만 업데이트에 취약한 상태로 납품은 했다.

회사에서도 아무도 관심이 없고, 단기라 유지보수는 나몰라라 하고 인수인계도 안 된(사실 할 사람도 없는) 프로젝트지만 개인적으로는 워낙 강렬한 경험이라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전 직장의 팀장님+당시 PM님과 만나 술 한 잔을 했는데 갑자기 그 프로젝트(조앤) 이야기를 하는게 아닌가?

조앤을 실제로 써서 아동 학대 정황을 찾아내 뉴스에 보도되었단다.

Dijkstra 알고리즘으로 유명한 에츠허르 데이크스트라 (Dijkstra)가 프로그래머에게 프로그램 자체는 목적이 아니며 프로그램을 통해서 원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는데, 이 말에 부합하는 귀한 경험을 커리어 초반에 운 좋게 한 것 같다.

뉴스의 아이에게 좋은 일만 있길...

chatGPT 외 인공지능

인공지능을 앞세운 회사에 다녀봐서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마케팅에 쓸 때, 그게 얼마나 개소리인지 잘 알고 있다.

회사 ML 코드를 까보고 얼마나 기가 막혔던지, 허깅페이스 라이브러리가 얼마나 강력한지 등을 겪은 후에, 앞으로 (구글, 네이버 제외한 중소규모 회사, 그리고 거기 속한 개발자) AI 관련 시장에서 살아가려면 모델 개발이 아니라 기존의 모델을 얼마나 자기 상황에 맞게 튜닝해서 쓸 수 있냐에 달려있겠구나 하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리고...아직 먼 일이라 생각되던 일이 chatGPT로 인해 일상화되었다.
사실 2022년 11월 30일 공개라(그렇게 오래되었나??) 2022년 회고에 들어가야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유용하게 쓰는 건 올해부터라.

무튼 올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헤딩해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헤딩을 할 지점을 특정하는 데 chatGPT, copilot, phind.com 가 지대한 공헌을 한 한 해다.

인프라팀

2020년 회고에 정리도 해놨는데, 사실 개발자를 준비하다가 전직을 한 게 아니라 회사 들어온 후에 개발자가 되어야 했던 특이한(운 좋은) 케이스이다.

입사하자마자 맡은 프로젝트에서 전처리 파트를 혼자 담당하게 되었었는데 리눅스의 R도 모르는 상황에서 전처리 서버 세팅까지 했었어야 했다. 미친듯이 도커, 서버 등등을 (빈 구멍 숭숭 뚫린 상태이지만) 공부하고 어떻게든 미션을 수행했던 기억이다.

그 때의 경험과 기억이 후에도 많이 도움이 되었고, 나를 도커주의자로 만들기도 했는데 이번 회사는 으 도커 극혐... 같은 느낌이어서 입사하자마자 좀 놀랐었다.

도커(ecs)에서 쿠버네티스...로 가는 게 아니라 거꾸로 도커에서 서버(ec2) 배포로 변경하는 작업이 예정되어 있었고, 인프라에 대한 경험을 처음부터 세밀하게 해보고 싶어서, 그리고 거의 아무도 자원하지 않아 (아주 살짝은 떠밀려) 인프라 팀으로 보직 이동을 한 게 올해 중순이다.

일은 재밌게 했고, 할 예정이다. 관련해서 배운 점은 다른 포스팅으로 마무리하겠다!! 꼭!!!

그런데 지난 토요일에 낮잠자다 꾼 꿈은 여기에 갈무리해야겠다.

사실 꿈을 잘 안 꾸는 편이고 꿨다해도 금방 까먹는데 너무 웃기고 어이가 없어서 아직도 기억한다.

깨고나서 깨달았는데 꿈 속에서 나 자신이 개념적으로 하나의 세계를 관리하는 서버였다.
잠들면 그 세계가 사라지기 때문에 절대 잠들면 안 되는 존재...ㅠㅠ
그런데 뭔가 사고가 일어나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잠이 드니까 뭔가 스샷 같은 게 꿈 속의 꿈에서 생성이 되었다. 스샷을 파기해야 다시 깨어날 수 있는 상황이고 그 스샷은 꿈 속과 꿈 속의 꿈 속 모두에서 유일무이 상태.

하지만 잠드는 게 두어번 반복되었고, 결국엔 디버깅에 성공해서 완전히 깨어있을 수 있게 되었는데, 꿈 속의 꿈에서 깰려는 찰나 빌런이 등장해서 그 스샷을 갖고 싶다고 날 회유하더라.

근데 그 빌런이 인성도 좋았음. 그리고 빌런이 너무 강력해서 벗어날 방법도 없었는데, 결국 스샷을 NFT화해서 잘게 쪼개 발행해 빌런한테 판매하고 꿈 속의 꿈에서 깨면서 나도 낮잠에서 깨어났다.

인셉션, 최근에 본 미스치프 전시회, 내 일 등 도대체 몇 개를 섞은 건지ㅋㅋㅋㅋ

시간이 없어 아래는 나중에

클라이밍

올해의 지름

핸드드립 수강 & 코만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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