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한권] 스눕,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

hun_dev·2022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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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한 권 책읽기의 첫번째 주인공은 샘 고슬링스눕입니다. 한 3년전쯤 우연한 계기로 심리학에 관심이 생겨 읽게 되었는데, 당시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흥미로웠던 기억이 떠올라 금주의 도서로 선정하여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스누핑은 타인의 개인 공간이나 소지품 등, 타인의 흔적을 통해 그 사람의 성격과 이미지를 유추하는 심리학 기법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스눕의 저자 샘 고슬링은 어떠한 공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누군가의 흔적을 통해 그의 성격과 이미지 등을 유추하는 스누핑의 중요성을 내내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해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 개발자가 스누핑을 능숙히 할 줄 안다면 다양한 방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네이버 도서에서는 스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지품이나 흔적만으로도 상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 『스눕』. 특정 개인과 관련된 장소를 통해 개인의 성향이나 이미지를 파악할 수 있는 노하우를 다양한 사례를 들며 흥미롭게 소개한 책이다. 사람들이 드러내는 ‘자기 정체성 주장’과 ‘감정조절 장치’ 그리고 ‘행동양식의 잔유물’이라는 3가지 개념에 기초해 설명한다. 사소한 물건들을 해석해 그것들의 주인이 가진 성격과 내면 등을 파악해내고, 이를 역으로 이용해 상대가 나를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나’로 보게 할 수 있는 이미지메이킹 또한 가능하다는 것을 다양한 실험과 이론 등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해당 링크는 조선일보에서 작성한 샘 고슬링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 기사입니다. 샘 고슬링 교수의 스눕에 대한 주장과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인터뷰의 내용이 다소 흥미롭다면 스눕을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스눕을 읽고 난 후에 든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쩝쩝 소리 내지 말아라’, ‘밥 먹을 때 다리 떨지 말아라’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받아 왔던 일명 ‘밥상머리 교육’은 어느새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한 행동양식이 되었다. 짧으면 수년, 길면 수십 년 전부터 배워 익숙해진 이 행동양식이 때로는 우리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밥 먹을 때에 쩝쩝 소리를 내거나 다리를 떠는 사람이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시되었다. 또, 이 사람이 어떠한 성격을 가졌는지, 어떠한 성장배경을 가졌는지 유추하는 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스눕의 저자 ‘샘 고슬링’은 ‘어느 한 사람의 사무실, 침실 등의 공간에서 찾을 수 있는 그 사람의 행동양식을 통해 그 사람의 성향을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으로부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샘 고슬링’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개인적인 공간에 영향을 끼치는 방법들을 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조사를 시작한다. 연구조사의 내용은 자원자 그룹을 모집해 자원자들이 방을 비운 동안 분석팀이 그 빈방에 들어가 거기에 남겨진 단서들 만을 바탕으로 방주인에 대한 인상을 그려내는 것이 주를 이룬다. 연구조사가 진행되면서 피실험자들이 주변 환경을 다루는 메커니즘은 크게 ‘자기 정체성 주장의 흔적, 감정 조절의 흔적, 행동양식의 흔적’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저자는 이 세 가지 메커니즘이 남들보다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피실험자들을 연구하는 과정과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자기 정체성 주장’이 두드러진 신디의 공간에서, ‘감정 조절’이 두드러진 던컨의 공간에서, ‘행동양식’이 두드러진 기드온의 공간에서 저자는 연구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했던 것일까. 다시 말해, 저자는 그들의 공간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이뿐만 아니라 ‘스눕’의 전체적인 내용은 저자가 진행한 연구조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피실험자들의 성격을 각각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피실험자들의 일관적인 생각, 감정 그리고 행동양식의 일정한 패턴에 대해 연구하기도 하고, 실제로 실시된 34건의 면접을 분석해 면접 대상자들의 행동거지와 외모를 포함한 면접 대상자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구조사가 보여주는 단서와 흔적을 바탕으로 저자는 스누핑을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되는 연구조사와 이에 따른 스누핑의 반복패턴에 질려갈 무렵, 저자가 연구를 위해 설정한 상황이 독자에게 닥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모집한 자원자와는 달리,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람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사람까지 아주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 모두에게 개인 공간을 공개하고, 많은 흔적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스누핑을 소개하면서 ‘안면만 있던 사이에서 절친한 친구가 되기까지 어떤 요건들이 필요한지 살펴볼 것이다’라는 문구를 남겼는데, 저자가 연구를 진행한 공간인 사무실이나 침실을 공유할 정도라면 안면만 있던 사이보다 더 친밀한 관계임이 당연하다. 서양과 동양 간의 문화 차이일지는 모르겠지만 안면만 있는 사이에게 자신의 개인 공간을 공개하기는 조금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친하지 않은 사람과 그의 개인 공간이 남긴 흔적을 통한 스누핑이 마냥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만약 나와 친하든 친하지 않든 그 사람의 흔적을 통해 스누핑을 했다고 가정하자. 독자의 대부분은 전문적인 스누퍼가 아니기 때문에 스누핑을 서투르게 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 서투른 스누핑이 타인에 대한 선입견을 불러올까 걱정된다. 예를 들어, 침대가 잘 정리되지 않은 사람의 흔적을 보고 그 사람은 정리정돈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일 것이며 지저분한 상태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 사람이 진짜 정리정돈을 잘 하지 않고 지저분한 상태를 즐기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출근 시간에 쫓겨 침대를 채 정리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은가.

앞서 보았듯이, 서투른 스누핑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필자는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저자가 스누핑의 개념을 설명하기보다는 저자의 연구조사 과정과 결과를 서술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독자에게 스누핑을 가르치기 위해 쓴 글이 아닌 저자 자신이 ‘스누핑에 관한 연구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스누핑을 사용하면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라는 허무맹랑한 느낌 말이다. 표지의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이라는 문구에 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는가, 스누핑이라는 심리학 기법을 처음 배워보고자 이 책을 선택했는가. 그렇다면 당장 이 책을 덮고 다른 스누핑 입문서를 찾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을 입문서로 삼았다가는 서투른 스누퍼가 될 수밖에 없다. 먼저 다른 스누핑 관련 서적을 읽고 스누핑을 여러 가지 상황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을 때, 이 책을 읽는다면 더욱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전문 스누퍼가 아님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적지 않은 흥미가 환기되었는데 이는 내용 중간중간에 실험 결과를 그래프나 표로 제시해 주었다는 것에서 왔다. 우리의 원초적 본능을 생각해보자. 어떤 글을 읽는데 계속 글자만 읽어 내려가다가는 곧 흥미가 떨어지고 만다. 이상하게 자꾸만 하품이 나오고 지루하다. 평소에는 연락 하나 오지 않던 휴대폰이 계속 울리는 것만 같고 글을 읽는 시간이 마치 억겁의 시간 같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배치된 그림, 표, 그래프 같은 시각자료를 만난다면 글자만 읽어 지루해 하던 우리의 뇌가 곧 흥미를 되찾아 다시 글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필자는 저자가 우리의 이러한 원초적 본능을 잘 공략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5대 성격 유형을 설명하면서 다섯 가지의 성격 유형이 각각 높은 사람들의 사례를 표로 소개하기도 하고, 음악 애호가들의 특성, 가치관, 술과 마약 선호도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래프로 소개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실험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기 쉽게 제시함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필자는 독자가 스누핑 스킬을 체득해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스누핑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면 <스눕,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샘 고슬링’의 스누핑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녹여내 타인을 스누핑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타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그를 파악하고자 타인을 스누핑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옛말에 ‘지피지기 백전불태’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는 말이 있다. 나를 아는 것이 상대를 아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끔은 거울 건너편의 나를 스누핑해보자.

‘당신은 누구십니까?’

마무리하며

누군가의 속을 꿰뚫어보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인간관계가 되어가는 모습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지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괜히 속담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아닐겁니다.

가끔은 나 자신의 속부터 꿰뚫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나 자신을 스누핑하다보면 언젠가 자연스레 남을 스누핑하게 되고, 이로 인해 더 나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주 한 권 책 읽기는 한 주에 한 권씩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고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책 추천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흥미로운 내용의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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