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 ≪책 읽고 글쓰기≫(2020) : 바로 써먹는 블로그 서평 쓰는 법

이향기·2021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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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지은이 : 나민애
  • 제목 : 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 출판사 : 서울문화사
  • 출간 연도 : 2020년 3월 20일(초판1쇄 발행)
  • 원문 출간 연도 : 2020년 3월 20일(초판1쇄 인쇄)
  • 페이지 : 총 221면
  • 가격 : 13,000원

작가 소개

1979년 충남 공주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2007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으로 평론가 등단. 주요 평론으로는 「잡음의 세계에서 ‘푼크툼’을 건지다」, 「여윈 신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무성성의 사랑과 병증의 치유법-김남조론」, 「여성 시학의 갈래화를 위하여」 등. 주요 논문으로는 「‘지식인-시인’의 시적 과제와 이상理想-시인 신석초의 경우」, 「『맥』지와 함북 경성鏡城의 모더니즘-경성京城 모더니즘의 이후와 이외」, 「1930년대 후반 『시학』지와 신세대 시인의 시적 이상」 등. 편저 『신석초 시선집』 및 공편 『광장으로 가는 길』. 저서 『1930년대 ‘조선적 이미지즘’의 시대』.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재직. 《동아일보》 ‘시가 깃든 삶’ 코너 연재 중.

참고로 나태주 시인의 딸이시다.

작가는 평론집 두 권 외에 글쓰기에 대한 책은 처음 집필하였다. 머리말에서 직접 밝혔듯이 저자는 글쓰기 교육에 대한 직접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다. 서평 특강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아 학교 밖의 사람들에게도 수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평을 쓰고 싶은 다수의 일반인들도 짧은 시간에 서평을 익힐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


이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이다. "책 읽고 글쓰기". 1부에서는 서평이 무엇인지(what), 서평을 왜 써야하는지(why)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쓰는지(how)를 아주 자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알려주는 글쓰기 실용서이다.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2007년부터 쭉 서울대의 서평 강의를 맡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대략 3,000명의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4,500편의 서평을 첨삭하면서,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학술적이지 않은 일반적인 글쓰기 분야의 책으로써, 특히 블로그에 직접 서평을 올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보통 "블로그 글쓰기"로 책을 찾으면 이미 블로그로 수익을 낸 경험자들이 글쓰기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책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직접적으로 블로그에 올리는 서평을 다루면서도, 글쓰기에 전문성을 가진 저자의 책이라는데에 그 차별성이 있다. 또한 일반 서평을 다루는 책들에 비해서도 그 장점이 확실한데, 다음의 세부 사항들을 보며 이야기해보자.

1. 책의 외부 정보를 "반드시" 활용하라

이 책에서 독자들이 가장 신선하게 받아들일 내용이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데 있어 작가의 내면, 시대적 배경, 환경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책 안에 있는 내용들만 가지고 서평을 완성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서평을 정말 잘 쓰려면, 책장 안보다 행간, 책장의 글씨들보다 저자의 마음, 책보다 책이 놓여 있는 계보적 의미를 확인해야 한다. (p.168)

  • 앞부분에는 책의 상세 정보를 낱낱히 밝혀라

  • 분석시 외부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라

이러한 태도를 지니고 책을 읽어야만 더 풍성한 내용의 서평이 나오고, 더 깊게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이제까지 들어왔던 글쓰기 수업들, 여러 글쓰기 책들에는 모두 읽고, 쓰고, 메모하고, 퇴고하고,\dots의 내용만 강조했지 책의 외부 정보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서평에 녹여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렇게나 직접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다.

책은 텍스트를 읽는 행위를 넘어 작가와의 대화로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쓰여있는 텍스트를 독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 책을 쓴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헤아리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또한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책을 고를 때 그 기준은 반드시 저자가 누구인지가 제 1순위 고려사항이 되어야한다는 얘기다.

2. 서평의 핵심 요소 : 분석

책의 '2부. 서평러의 기초 체력 키우기'에서는 본격적으로 서평을 쓰는 법을 다룬다. 세부적으로 서평은 단형/중형/장형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각각 100자 리뷰, 블로그 서평, 학술적인 서평으로 대표된다. 이 책의 가장 중심 내용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2부의 "중형 서형"과 "장형 서평" 두 장이다. 저자는 두 서평 유형에 대해

  1. 서평의 구성을 단계로 나누어 제시
  2. 모호할 수 있는 '요약', '분석' 등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풀어서 제시
하고있다. 서평은 결국 [외부 정보]-[요약]-[분석]의 큰 줄기로 이루어진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아래 도식화는 중형/장형 서평의 구조와 그 공통 요소를 도식화 한 것이다.

책의 서지나 외부 정보는 검색하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요약도 적절한 훈련과 요령을 통해 누구나 적당히 해 낼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도 p.105부터 도서 분야별 요약 요령을 제시하고 있으니 참고) 결국 서평의 수준을 가르는 중요한 부분은 '분석' 파트이다. 그런만큼 책은 분석에 대한 재정의, 분석을 하기 위한 사고 방식들을 여럿 제시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이러한 생각하는 틀만 잘 익히고 있어도, 서평 뿐아니라 평소 사고의 폭도 많이 넓힐 수 있겠다.)

  • 분석=선택

    분석의 시작이자 절반은 '선택'이다. \dots 책의 어느 페이지를 인용하느냐 그 '선택' 자체가 분석의 일부다. 역사에 비유해보면 쉽다. 역사도 모든 사건과 인물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사건과 인물만을 다룬다. 역사는 기록할 대상을 '선택'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선택'을 보면 역사가의 경향과 세계관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다. 책을 다루는 서평러가 어느 구절을 중시할 것인지 선택하는 일에는 서평러의 주관이 개입한다. (p.120)

  • 책=꽃

    우리는 책을 일종의 '꽃'으로 보아야 한다. 꽃이 피기 위해서는 뿌리, 줄기, 가지가 생성되어야 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은 오랜 시간 뿌리와 꽃대가 밀어낸 '꽃'이다. 꽃이 피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토양'과 '햇빛'이 필요하다. 책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책을 피워낸 이 토양과 햇빛을 잊어서는 안 된다. (p.163)

  • 왜&어떻게

    서평러가 책을 분석하려고 덤빌 때 상비할 무기는 '왜?'와 '어떻게?'이다. \dots 나만의 글은 <1차 질문지>를 발달시키고 전개시키면서 생성된다. 예를 들어, 영화 <기생충>은 왜 우스꽝스러우면서 슬플까. 어떻게 그럴까. 나는 이 영화가 굉장히 좋았는데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분석하자면 뭘까. (p.53)

  • 비교&유형화

    오늘 우리의 호리병은 '비교'와 '유형화'이다. \dots 이를테면 내가 A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면 늘 '-(마이너스)A'에 대한 이야기를 상기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A의 개념을 설명하는 문단에 '-A'의 이야기를 슬쩍 흘려준다. \dots 나아가, A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면 늘 '과거의 A'에 대한 이야기를 상기하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 호리병은 '유형화'이다. \dots 이 책의 상위 개념을 떠올려라. 어렵지 않다. 대형 서점에 가면 이 책이 어느 섹션에 놓여 있을까? 그걸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dots 유형화를 통해야 책의 정체가 확실해진다. 내용만 붙들 것이 아니라 책이 놓인 좌표를 잘 확인해야 책이 잘 보인다. (p.190)

3. 전달력마저 훌륭한 갓민애쌤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 교편을 15년째 잡아온 사람답게 갓민애쌤의 가르침은 정말 훌륭하다. 내용뿐아니라 전달하는 방식도 효율의 끝을 달린다.

  • 비유
    이 책은 구체적인 방법과 팁을 주는 면에서도 강점이 있지만, 이를 관통하는 직관을 잘 전달하는 데에도 특장점이 있다. 저자는 적재적소에 비유를 활용하므로써, 자칫 건조할 수 있는 내용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는 책을 일종의 '꽃'으로 보아야 한다. 꽃이 피기 위해서는 뿌리, 줄기, 가지가 생성되어야 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은 오랜 시간 뿌리와 꽃대가 밀어낸 '꽃'이다. 꽃이 피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토양'과 '햇빛'이 필요하다. 책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책을 피워낸 이 토양과 햇빛을 잊어서는 안 된다. (p.163)

책의 어느 페이지를 인용하느냐 그 '선택' 자체가 분석의 일부다. 역사에 비유해보면 쉽다. 역사도 모든 사건과 인물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사건과 인물만을 다룬다. 역사는 기록할 대상을 '선택'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선택'을 보면 역사가의 경향과 세계관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다. 책을 다루는 서평러가 어느 구절을 중시할 것인지 선택하는 일에는 서평러의 주관이 개입한다. (p.120)

  • 예시
    저자는 거의 모든 설명에서 예시의 기법을 활용한다. 비평 예문을 인용할 때에도 책 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등 여러 장르의 비평을 사례로 들어 설명한다. 이러한 저자의 부지런한 배려가 이 책의 전달력을 높이고, 독자들이 서평에 느끼는 심리적 장벽을 낮추어 준다.

나만의 글은 <1차 질문지>를 발달시키고 전개시키면서 생성된다. 예를 들어,

  • 영화 <기생충>은 왜 우스꽝스러우면서 슬플까. 어떻게 그럴까.
  • 나는 이 영화가 굉장히 좋았는데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분석하자면 뭘까. (p.53)

이를테면 내가 A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면 늘 '-(마이너스)A'에 대한 이야기를 상기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A의 개념을 설명하는 문단에 '-A'의 이야기를 슬쩍 흘려준다. 예를 들자. 지금 우리가 <조커>라는 영화에 대한 평을 쓰고 있다고 해보자. 우리는 반드시 '악'이나 '악당, 악인'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악은 '선'이라는 대립 개념으로 인해 악으로 규정된다. 그렇다면 악을 말하려면 과연 선은 무엇인가 물어야 한다. 'A'에 대한 논의의 심화는 '-A'에 대한 논의다. (p.191)

  • 분류
    제 아무리 좋은 팁인들 모든 경우에 다 적용되는 절대 법칙이 있을까? 작가는 텍스트의 유형에 따라 다른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그 친절함을 또 한 번 과시한다.
    -요약 (p.104)
    -꼽기 (p.129)

총평

본 책은 현대의 글쓰기인 블로그 서평러들을 타겟으로 하는 책이다. 과연 과거의 글쓰기에서 현재의 글쓰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과거에서 현재로 오면서는 텍스트의 목적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지식전달이 일방향적이었고 상당히 정제되고 검증된 글들만이 텍스트로 나올수 있었다. 미디어의 형태가 변하면고 교육 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이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일반 대중들도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수요가 생긴 것이다. 요즘엔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스펙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특히 개발 직군의 직업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졌다).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대중들은 글쓰기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글쓰기(구체적으로 블로그에 쓰는 글)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을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이러한 환경적인 배경 속에서 본 책은 그 유용성과 전문성 면에서 충분한 차별점과 강점이 있다고 판단된다.

cf. 전에 읽었던 고미숙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2019)과의 비교.
-나민애 저자의 책은 실제로 행동하게 한다. 진짜 당장 바로 어떤 책을 읽고 적용하고 싶은 것들 투성이다.
-만약 "서평을 쓰고싶다", "서평을 쓰고 싶은데,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겠다"라는 동기로 두 책을 집어든다면, 완전히 정반대의 결론을 내고 책을 덮게 될 것이다.
-≪책 읽고 글쓰기≫는 묻는 말에 대답하는 사람,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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