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분기마다 코칭 세션을 갖는다. 지난 분기의 성과를 정리하고 리더들과 면담을 하며 장점과 개선점을 피드백 받는다. 이번 코칭 세션 때 장점으로 '적극적이다'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나는 열정적인 개발자는 아니라서 의외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어서 '피드백을 받는 데 거리낌이 없다'라는 이유가 덧붙었다. 이유를 듣고 납득이 갔다. 나는 실제로 피드백을 덜 두려워 하는 편이다.
피드백을 받는 것은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개발자들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함께 자라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꾸준한 반복으로 달인이 되려면 적어도
1. 실력을 개선하려는 동기가 있어야 하고
2. 구체적인 피드백을 적절한 시기에 받아야 한다.
-함께 자라기 55p.-
책에서는 양치질을 예시로 든다. 우리는 매일 양치질을 하지만 양치질의 전문가는 되지 못한다. 매번 이를 닦은 후에 양치질에 대한 정확하고 꼼꼼한 피드백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뭘 잘했는지, 못했는지 알지 못하고 실력도 늘지 않는다.
만약 이를 닦고 나서 칫솔이 어디를 훑었는지 혹은 안 훑었는지 색깔로 표시해주는 시약 같은 걸로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는다면 양치질 실력이 많이 성장할 것이다.
그런데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나에게도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지우개를 주워준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할 정도로 숫기가 없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특히 그랬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는 피드백을 받기에는 너무 두려움이 컸다.
결국 장애물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이다. 피드백을 잘 받기 위해서는 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익숙해져야 한다.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그냥 매를 많이 맞아보면 되는 것이다.
먼저, 우리 인간의 뇌는 원시시대에서 크게 진화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피드백을 받기 전에 두려움을 느낄 때 활성화 되는 뇌의 부위와 구석기인이 호랑이를 마주쳤을 때 활성화 되는 뇌의 부위는 같다고 한다. 즉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때 뇌는 눈 앞에 호랑이가 있는 것처럼 반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호랑이를 마주친게 아니다. 위에서 매를 맞는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매를 맞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조금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반응을 기다릴 뿐인 것이다.
그러므로 두려움을 느낀다면 '어차피 안죽어'라는 혼잣말을 되뇌어 보자. 그리고 눈 딱 감고 두려운 그 상황을 마주하는 것이다. 나도 어떨 땐 마음의 상처가 크게 남을 때도 있었다. 가끔은 '용감한 행동'이 아닌 '과잉 행동'이 되어 밤에 이불킥을 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쁜 것 외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호랑이가 나를 잡아 먹는 일 같은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이로 인해 얻은 이득은 많았다. 일단 겁나던 상황을 마주해도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는 걸 확인하니 좀 더 용감해졌다. 용감해지니 삶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그리고 이번 코칭 세션에서처럼 좋은 피드백을 들을 때도 많았다. 당연히 개발자로서의 성장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런 경험을 차곡차곡 쌓다보니 피드백에 대한 일종의 둔감화 훈련이 되었다. 한땐 너무 두려웠던 일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이 아무리 용기를 낸다 한들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못하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용기를 내서 피드백을 구했는데, 고압적이고 인격모독적인 비난이 돌아온다면 다시 시도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피드백을 주고받기 어려운 경직된 팀이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까? 그 팀의 주니어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친절하고 상냥한 환경은 결국 생산성을 높인다. 팀의 생산성을 올리고 싶은 개발자라면 피드백이 자주 오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