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선 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나옵니다. 영화에선 아이언맨이 불확실한 미래(위협)를 기술(아이언맨 슈트)로 해결하려는 것을 의미했어요.
다만, 실제로 사용되는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지식의 저주의 원래 의미는 뭘까요? 위키백과엔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네요.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란 어떤 개인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도 모르게 추측하여 발생하는 인식적 편견이다.
조금 다르게 표현해보자면 상대방의 수준을 오해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일상생활에선 이 지식의 저주에 걸린 대화가 종종 발생합니다.
게임을 할 때, 관심사가 다른 친구와 대화할 때, 지인에게 운전을 알려줄 때 등, 내겐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타인에겐 당연하지 않을 때가 존재하죠.

이전 포스트에서 말했듯, 효율적인 대화는 목적과 수준을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화의 목적은 상호 간 공통된 관심사를 달성하기 위함이며, 간단하게 말하면 듣고 싶은걸 말해줘야 한다였어요.
반면, 대화의 수준은 위에서 언급했던 지식의 저주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지식의 저주는 비단 지식의 수준 뿐만 아니라,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특정 산업군에서만 통용되는 단어를 사용할 때 등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얼마 전 F-Lab에서 개최한 해커톤에 참여했습니다. 주어진 토픽에 대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단계였어요.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었죠.
이 과정에서 지식의 저주를 몸소 실천해버렸습니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해볼까요?
나 : ○님! 다른 분들이랑 주기적으로 진행하시는 스크럼이 있지 않으신가요?!
◇ : ???
△ : ??????
○ : 아, 제가 주기적으로 다른분들과 회고를 진행하는데요! 이후 생략...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에 너무 신나버렸고, 결국 다른 팀원들의 경험을 고려하지 못했죠.
정말 다행히도 저주에 면역이 있는 팀원분이 빠르게 AS 해주셨습니다! 하하...
개인적인 경험은 잠깐 뒤로하고, 조금 더 일상적인 예시를 봐볼까해요.
판교 사투리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엄...
판교에서 일을 해보지 않은 저는 이해하기 조금 힘들었는데요. 그렇다면 위 대화가 안좋은 대화, 대화의 수준을 맞추지 못했다고 말해도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효율적인 대화라는건 의사 전달을 잘 하기 위함이고, 이를 위한 대화의 목적과 수준은 청자, 즉 대화에 함께 참여하는 사람에 의해 정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위 대화가 판교 근처에 가본적도 없는 저와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면 좋지 않은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화자가 잘못된 수준을 선정했기에 의사 전달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세상은 작게 보인다.
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합니다. 이미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깨닫지 못한 사람의 수준을 알지 못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데요.
대학교에서 기초 과목 멘토링 멘토 역할을 할 때도, 졸업 후 F-Lab에서 멘티로 중급 개발자 교육을 받을 때도 수준이 다르면 볼 수 있는게 다르다라는 생각을 항상 했던 것 같아요.
見樹不見林, 견수불견림 :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한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지엽적인 것만 좇지 말라는 좋은 의미가 담겨있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볼까 해요.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숲 안에서 나무 밑동만 보고 자란 사람은 숲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를테니까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시야가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주제로 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은 수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려다 보는건 한계가 명확하니 해당 상황에 더 높은 수준을 가진 사람이 맞춰줘야겠죠.

뉴비를 게임에 적응시키기 위해 눈높이를 맞춰주는 고인물이야말로 누구보다 친절한 대화를 실천하고 있던게 아닐까요..!
효율적인 대화의 두번째 조건인 대화의 수준에 대한 생각을 적어봤어요. 막상 글을 적고나니 대화의 목적때와 비슷하게 당연한 말들만 잔뜩 풀어낸 것 같네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돌아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