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그가 왔다. 그녀의 폰에 저장된 그 사람의 사진을 보고 엄청 웃었다. 사진 속의 인물은 까칠한 턱수염에 머리가 치렁치렁했다. 그가 말했다.
"**은 그때보다 지금이 정말 아름다워."
그땐 그 의미를 잘 몰랐다. 퇴직도 몇 년 남겨두지 않아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사회에서 만났던 주변 사람들도 알아서 멀어졌다. 돌이켜보면, 자기 계발한다고 인문학을 배우고, 책을 읽고, 헬스를 다니고, 골프를 치면서 그에게 했던 말들은 모두가 거품이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머리칼이 회색으로 물들 때 나온다는 의미를 지금에야 알았다. 그녀가 물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옆에 있어 줄 거지?" 그는 그런다고 했다.
인간은 두 부류만 있을 뿐이다. 늙어 가는 자와 나이 들어가는 자다. 그는 버둥거리며 늙어가기보다 뜨겁게 나이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다. 나이 듦이란 영혼을 키우고 인간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영혼이 오그라들다 못해 사라져 버리면, 데려갈 영혼이 없는데 천국은 고사하고 지옥인들 갈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