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ik_e·2023년 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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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나

마음


누군가가 웅장하고 거대한 대문 앞에 서 있다.
창백한 문에는 무서운 정적만이 맴돌고 있고
시퍼렇다 못해 핏빛이 감도는 문과 같은 색인 그는
날카롭게 날이 서린 투명한 얼음가시가 덮인 문을 외면했다.

다른 누군가가 그 문 앞에 서 있다.
그는 거대한 돌덩이를 문에 던진다.

‘……’

무거운 정적이 지나간 자리에는
문과 핏빛이 서려있는 돌조각 뿐이었다.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문 앞에 서 있다.
그는 문을 열어 보려고 한다.

‘……’

무거운 정적이 지나간 자리에는
문과 핏빛 맺혀있는 얼음가시 뿐이었다.

언젠가 문과 같은 색인 누군가가 다시 있다.
그는 문을 열었다. 그 문 안에는 ……

밖의 어둠을 삼킬 정도의 밝은 빛,
냉기가 서려있는 얼음가시를 녹일 정도의 따스한 온기,
그리고, 갓난아기가 있다.
온몸에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상처가 있는,
무서운 정적마저 날려버릴 시퍼렇게 멍든 서글픈 울음과
피로 뒤덮혀 있는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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