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테코 회고

June·2022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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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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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조금 빠르게 우테코를 떠나게 됐다. 우테코 과정을 되돌아보고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들을 짚어보면 새로운 시작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딱 작년 이맘때 쯤 우테코에 지원을 했고 우테코에 합격하고 나서도 갈지 말지 되게 고민을 많이 했다. 취업을 목적으로 하던 공부 탓에 개발에 흥미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우테코도 하다가 재미 없거나 안맞으면 나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결국 수료까지 하고 나간다. 진짜 좋은 사람들을 만나 멋진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페어 프로그래밍

우테코에 와서 처음 경험해봤던 것 중 하나가 페어 프로그래밍이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두명이상이서 만드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비효율적이라 생각했지만, 혼자서 프로그래밍을 할 때보다 훨씬 많이 배웠다. 사소하게는 툴이나 단축키부터 크게는 올바른 코드가 뭔지, 천만명이 넘게 사용하는 서비스의 코드라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에덴, 승팡, 차리, 쿼리치, 후디, 루키, 오찌, 아키, 알파, 더즈, 이스트, 크리스, 헌치, 조시 등 한명 한명이 배울게 많은 크루들이었다. 정말 각각 크루들에게서 다양하게 배울 점들이 있고, 좋아 보이는 부분들은 따라하려고 노력을 해봤다.

페어프로그래밍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의 의견을 주장할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겼다. 이런 경험들은 현업에 가서도 중요하게 사용될 것 같다.

근로

부산이 본가인 덕분에 근로를 할 수 있었고, 덕분에 학습에 보다 집중하면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제작 근로가 되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난생 처음해보는 카드 뉴스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딩 근로를 하면서 정말 중요한 걸 배웠다.

처음에는 카드 뉴스를 만드는 것이 사소한 일이라 생각했고, 그리 정성 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태도를 갖고 맡은 일을 하니 금방 티가 났다. 조금만 신경 썼으면 고칠 수 있었던 것들을 고치지 않은 채 결과물이라고 갖고 가서 피드백을 받았을 때 많이 부끄러웠다. 크루들 중에는 같은 일을 맡더라도 꼼꼼하게 확인하고 퀄리티를 높여서 가져오는 크루들이 있었는데, 내가 관리자라면 그런 친구들이랑 일하고 싶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중용에 나오는 말인데, 앞으로 어떤 일을 맡게 되면 사소하다고 해서 신경을 덜 쓰지말고 항상 정성들여서 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

크루

우테코 크루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레벨1, 레벨2 때 같은 조로 만났던 크루들은 같은 조로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레벨 1 때 만났던 크루들은 항상 주말이나 방학 때 본다. 레벨 2조도 보통 레벨2조는 그렇게 친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데, 우리 조는 방학 때 모여서 밀린 얘기들도 하고 재밌게 논다.

흔히 스타트업에서 최고의 복지는 동료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는데 우테코에도 해당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크루는 개발에 진심이어서 정말 생각도 못하게 깊게 공부를 하기도 했고, 어떤 크루는 인성이 좋고 의리가 있어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이런 사람들과 한 해를 보내며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앞으로도 알게 지낼 수 있어서 좋다.

특강

우테코 과정동안 정말 밖에서는 만날 수도 없었던 분들의 특강이 많았다. 토비님, 범준님, 권남님, 마광휘님, 3기분들 등등. 처음에는 강연 오신 분들의 말을 다 빠짐 없이 받아들이려다 보니 추상적이고 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각 강연에서 한 두개씩 포커스 할 부분을 찾아 적용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니 실질적으로 잘 와닿았던 것 같다. 예를들어 토비님의 강연에서는 '팀원들을 놀라게하지마라.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항상 상황 공유를 해라' 라는 것을 포인트로 잡았고, 범준님의 특강에서는 '권한과 권위는 다르다. 권위는 획득하는 것이다. 팀장은 권한은 가지게 된다. 팀원이라고 권위가 없지 않다. 스스로 권위를 획득했으면 좋겠다.'를 배웠다.

프로젝트

프로젝트 회고를 하면서도 말했지만 나는 참 운이 좋은 편이다. 하나 같이 프로젝트에 열심이고 좋은 팀원들을 만나 프로젝트를 재밌게 했다. 또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사용해주는 사용자들이 있어 피드백을 반영해가며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혼자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더라면 하지 못했을 고민들을 크루들과 함께 할 수 있었고, 코치님들의 강의와 조언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팀내 감정적인 트러블 없이, 즐겁게 코딩하는 것이 기술적 도전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는데 이것 역시 지켜질 수 있어서 좋았다. 팀원들과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배포하느라 늦게까지 남아있고, 새로운 기능을 사람들이 좋아해줄 때 그 기분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처음 면접을 보고 회사에서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고민을 오래하다가 못갈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회사는 10월 초 입사를 요구했고, 아직 팀 프로젝트가 많이 남은 때여서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직 내가 배울게 많이 남아있다라는 아쉬움이 섞인 이유였다. 다행히 회사에서 최종 데모데이까지 기다려준다라고 하였고, 최종데모데이까지 마무리하고 떠날 수 있게되었다.

취직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그냥 거기 하루 빨리 나오고 여행이나 다녀라라는 말을 했지만, 입사 직전까지 팀 프로젝트를 하고 가는 것에 전혀 후회가 없다. 끝까지 팀원으로서 우리 팀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진짜 좋았다.

우테코 하면서 잘했던 점

1. 운동

올해 잘했던 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운동과 식단을 잘한 것이다. 단순히 체형을 가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와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데 큰 기둥이 됐다. 특히 레벨 1때는 재택이었어서 생활 패턴이 무너지기 쉬울 때였는데 매일 아침에 운동을 하니 저절로 일찍 일어나고 제 시간에 잘 수 있었다. 식단도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하는데 도움을 줬다.

레벨 4때 어깨를 심하게 다쳐서 운동을 못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어차피 바쁜데 잘됐다라고 생각했는데, 운동을 안하니 생활 패턴이 무너지고 오히려 공부 효율이 더 안났던 기억이 난다. 한참 바쁠 때는 이럴 때 운동을 해도 되나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막상 운동을 안해도 그 시간에 공부를 하진 않았던 것 같다.

또 운동을 해서인지 프로젝트 기간에 밤 늦게까지 남아도 크게 힘든 적이 없었다. 운동을 하다보면 주위에 운동이나 식단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크루들이 자연스럽게 생기는데, 이 크루들 덕분에 함께 별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었다. 운동은 회사 생활을 하더라도 꼭 해야겠다.

2. 스터디

2월인가 3월 쯤에 3기 웨지가 스터디에 관련된 세미나를 했었다. 이때까지 코딩 관련은 물론이고 다른 부분에서도 스터디를 해본적이 없었는데 덕분에 처음으로 스터디를 하게됐다. 처음 이펙티브 자바 스터디를 하고 나랑 잘 맞는 공부법이었다는 것을 알고 모던 자바 인 액션, 네트워크, JPA, 알고리즘, MySQL, 말하기 스터디, CS 스터디, 토비의 스프링 스터디를 했다. 매 레벨마다 1~2개씩 끊기지 않게 했다.

나는 스터디 방식이 잘 맞았는데 그 이유가 1. 강제성과 규칙성이 있다. 2. 내가 학습한 것을 얘기하면서 피드백 받을 수 있다였다. 혼자서 책을 잡고 공부를 하려면 이런저런 이유로 하기 힘들었는데 스터디를 하면 별 에너지 들이지 않고 관성을 이용해 밀고나갈 수 있었다. 회사에 가서도 꾸준히 하나 이상의 스터디는 하도록 해야겠다.

3. 블로그

올 한해 블로깅을 진짜 많이했다. 정확히 기억안나지만 우테코를 시작할 때와 비교해서 300개가 넘는 것 같다. 물론 강의를 보거나 책을 보면서 정리한 것이어서 비공개로 등록한 것이 많지만 그래도 매주 작성한 회고를 포함해 꾸준히 작성했다.

레벨 1 데일리 때 서로 블로그 공유해요~ 라고 해서 생각 없이 링크를 올렸는데 슬랙 RSS 채널에 올라가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친하지도 않던 많은 사람들이 내 블로그를 보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뭔가 잘 쓰고 깊은 내용에 대해서 올려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꿔서 내 블로그의 제 1 독자는 나라고 상정을 했다. 내 생각과 내가 배운 것을 기록해서 나중에 내가 유용하게 쓸 수 있으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을 하니 맘이 편해졌다. 이전에는 내가 필요한 정보들을 모아놓는 아키이빙 저장소 느낌으로 그냥 복붙해서 붙여놓은 것들이 많았는데, 우테코를 하면서 왜 이걸 학습하게 됐는지, 어떤 걸 더 생각해볼지 등도 기록하기 시작하니 훨씬 학습 기록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또 내가 학습한 내용을 블로깅하면서 저절로 아웃풋 연습이 되었던 것 같다. 블로그 글을 작성해보면서 정리한 주제들은 확실히 면접 스터디나 면접에서도 말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잘 나왔다. 블로깅 역시 회사를 가더라도 꾸준히 할 계획이다.

4. 오프라인

올해 나에 대해서 잘 알게된 점 중 하나는 나는 재택이랑 잘 맞지 않다는 것이다. 집에 있을 때 집중력과 생산성이 확 떨어졌다. 그래서 주말에 계획적으로 쉴 때를 제외하고는 캠퍼스에 나갔다. 캠퍼스에 나가서 크루들이랑 이야기하고 놀지라도 집에서 혼자 뒹굴거리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회사를 고를 때도 무작정 풀재택인 회사를 고르면 안될 것 같다. 오프라인으로 나가서 다른 동료들과 소통하고 함께 일하면서 오는 이점은 무시 못할 것 같다.

5. 놀기

브라운조 한강 방학식

파랑네 집에서 레벨2조 회식

속닥속닥팀 가평 MT

(이미 크리스가 얼굴 안가리고 팀 사진을 올려서 나도 올린다)

우테코를 하면서 놀기도 진짜 많이 놀았다. 매 방학마다 크루들과 놀러 갔고 방학이 아닐 때도 이곳저곳 많이 다녔다. 크루들과 친해지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좋았다. 지금 생각해도 크루들과 놀러 다닌 시간은 절대 아깝지 않다.

우테코 하면서 아쉬웠던 점

1. 가고 싶은 회사에 대한 고민

결국 근본적으로 우테코의 다음은 취업일텐데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좀 아쉽다. 기회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빨리 찾아왔고, 당시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선택을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했다.

우테코 과정이 힘들다라는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레벨 4초기에 취업을 할지 말지 어떤 회사를 가야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혼자 고민을 하느라 2주 가량 밤에 누워도 3시 넘어서까지 잠도 자지 못했다.

물론 신입이라면 아직 어떤 도메인도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어떤 도메인이 잘 맞을 것 같다 결정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어떤 도메인에서 일하고 싶다, 어떤 문화의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에 대해서 평소 생각해뒀다면 회사 선택을 하는데 조금 덜 힘들었을 것 같다.

2. 크루

아직 대화를 한 번도 안해본 백엔드 크루도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들과 다 똑같이 친해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조금 더 노력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물론 대부분 이름과 얼굴은 알고 있고 혼자 내적친밀감도 느끼고 있지만 이걸 표현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3. 독서

요즘 팀원들이나 다른 크루들과 얘기하다보면 '개발만 하다가 다른 부분에서 바보가 되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한다. 어느정도는 공감이 되는게 올 한해 비개발 책을 한권도 읽지 않았다. 평소 챙겨보던 뉴스도 보지 않으니 우테코 외부 사람들을 만났을 때 대화가 되지 않던 적이 있다.

물론 이것도 선택과 집중이라 할 수도 있지만 시간을 잘 활용했다면 이 정도는 챙길 수 있었을 것 같다.

4. 코치님들

레벨 1, 2때 코치님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당시에는 뭔가 질문을 해도 결국 정답은 없고 생각을 해보는게 중요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레벨 3 들어서 궁금한 것들이 도저히 해결이 되지 않아 코치님들에게 많이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각도에서 인사이트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초기부터 코치님들께 질문을 많이하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 학습할 때 또 새로운 시각에서 재밌는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

프리코스를 지나고 우테코에 합격하고 나서 쓴 글이 있다.

그때 이런 글을 썼는데 이 생각은 아직 유효하다. 운이 조금 좋았던 것치고는 우테코라는 과분한 혜택을 받았던 것 같다. 이건 나만의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야할 것 같다.

가능하다면 우테코 크루들과 앞으로도 계속 스터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회사에서도 스터디가 있겠지만 우테코 크루들과 함께 스터디를 할 때 그 시너지와 열정을 계속 느끼고 싶다.

지금 들어갈 회사가 온보딩 환경이 척박하고 신입이 적응하기 어렵다라는 말을 들어서 처음에는 걱정을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테코라는 어느 회사에서도 못할 좋은 온보딩을 이미 했다. 우아한테크코스를 하며 배웠던 기술적인 것들과 소프트스킬을 사용해보며 더 배워야할 것 같다. 이제는 진짜 어떻게 해서든 알아서 깨져보며 또 한번 성장해야 할때인 것 같다.

20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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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3일

어딜 가더라도 토형은 잘해낼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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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3일

토형이랑 함께해서 재밌었어 회사 가서도 재밌게 개발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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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3일

다시 한 번 축하해 형 😃 가서도 앞으로 원하는 목표 이룰 수 있도록 응원 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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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3일

나도 형한테 많이 배웠어 가서도 화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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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4일

토르 너무 축하해~~~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응원할게! 수료하면 또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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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4일

장치는 영원하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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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4일

형 사랑해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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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4일

토르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어딜가도 잘하실 것 같아서 걱정은 안되네요 ㅎㅎㅎㅎ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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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4일

토르 덕분에 많은걸 배울 수 있었고, 토르와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 합격 너무 축하하고 난 형 걱정은 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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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6일

토르 나 짱군데, 토형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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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6일

토르 스밍이에요! 아마 우테코에서 젤 먼저본게 토르일텐데 벌써 토르가는걸 보네용 ㅠ 화이팅하세용 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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