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확정된 이후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무엇을 했었고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남겨봤습니다.
1, 2월에는 카카오에서의 두 달간 인턴십을 했습니다. (참고: [카카오 2024 동계인턴십 회고]) 학교를 다니던 3월 중순, 인턴십 전환 소식을 알게되었고 졸업 요건을 맞추기 위해 7월로 입사일을 미뤘습니다.
3월 중순, 인턴했던 카카오에서 전환 발표가 나왔습니다. 합격하여 기뻤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었습니다.
어라...?
취업을 목표로 달려오다가, 갑작스레 취업이 되니 방향을 잃어버렸습니다. 다행히 여러 선배, 동기, 후배들의 조언(참고: 교내 동문 취업특강 후기 (OO뱅크 선배님))을 듣고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이뤄보려고 했습니다. 미뤄왔던 레거시들을 청산하고자 했던거죠.
되돌아보면, 너무 들뜬 나머지 절대 지킬 수 없는 방학 시간표처럼 과도한 버킷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운동, 악기, 공부, 개발, 여행 등등을 무리하게 욱여 넣었습니다.
그러던 중 3월 말, 회사 팀장님과 연락을 하면서 졸업 준비를 소홀히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학점도 남아있었고, 자격증과 졸업 작품들도 마무리 해야 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최소한의 하고 싶었던 것들(일기 쓰기, 기타 배우기, 운동, 요리, GoLang 학습)만 하며, 4월은 자격증(오픽과 정처기), 5월은 졸업작품을 마무리하고 6월에 놀자!고 계획했습니다.
4월 중순에 오픽, 4월 말에 정처기를 응시했습니다. 졸업을 위해 꼭 필요해서 하기싫지만 꾸역꾸역 준비했습니다. (특이한 우리 학교...ㅎㅎ)
정처기 보러갔던 집 근처 협성대학교의 모습!
근처에 있던 고양이...
취업 이후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고, 시험 공부는 못하는 편이라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때마침 LCK 플레이오프 경기들을 보느라 시험 2~3일 전에서야 벼락치기 공부를 했습니다.
운좋게 정처기는 합격했고 (5점 차이 턱걸이), 오픽은 IM3로 교내 장학금도 받았습니다!
그러다보니 4월이 지나갔습니다.
졸업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저희 학교는 3학년 2학기(공학설계)와 4학년 1학기(졸업 설계)동안 졸업 작품을 진행합니다. 저는 친구들과 VR 해양 정화활동을 하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Github | 해양환경 청소 가상현실 게임)
4월 중순에 있던 중간 발표 때까지만 해도 개발이 덜 되어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5월에 치타처럼 달려 다행히 기말발표에는 합격 평가를 받았습니다.
만든 게임의 모습!
6월은 놀자!의 달이었지만, 안 놀아본 사람에겐 노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개발이 제일 쉬웠어요...) 아래와 같은 활동을 하며 놀았습니다.
후쿠오카로 친구와 3박 4일 여행을 갔습니다. 평소 익숙한 사람들이 많은 학교를 벗어나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니 기분이 묘했고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첫날에는 긴장해서 간단한 일본어도 못했지만, 갈수록 뻔뻔함이 늘어 부족한 일본어 실력을 마음껏 뽐냈습니다 ㅎㅎ...
벳푸의 지옥온천 모습 (들어갈 순 없더라구요)
오랜만에 게임을 하니 바뀐 것도 너무 많고 손도 안따라줬습니다. 세월의 무게를 느꼈달까요? 문명, LoL, 젤다 등을 해보다가 고등학생 때 주로 했던 하스스톤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내가 잘하지
하는 자신감이 있는 게임이라 목숨 걸고 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재미를 느꼈습니다. (피지컬 필요없는 갓겜) 퇴근, 주말에 하는 좋은 취미가 되었습니다. 역시 게임은 목숨 걸고 해야 재밌는 것 같습니다.
제일 잘 짠 투기장 덱의 모습! (시즌이 초기화되어 도중에 덱이 중간에 사라졌어요 ㅠ...)
평소부터 하고 싶던 요리도 해봤습니다. 개발과 비슷하다 느꼈습니다. 냉장고(DB)에서 꺼내 조리(백엔드)한 후 데코레이션(프론트엔드)하는 게 소름 돋게 똑같네요.
첫 번째 작품인 카레의 모습
인턴십 전환 발표가 난 3월부터 개발, 취준, 동아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4, 5월은 졸업 준비만 했지만요.)
취업이 된 후, 방향을 잃은 제 모습. 새로운 상황 속, 뉴비가 되어버린 제 모습이 혼란스러웠습니다.
특히 안해봤던 것들을 해보며 느끼는 어려움, 지금 하기에는 늦어버린 일들을 마주하며 드는 아쉬움이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이전이었다면 이미 지난 일들이니 앞으로 잘하는 게 중요하다.
, 모르고 있다는 불안감보다는 알아가는 기쁨을 느껴라.
등 이상적인 조언들을 어떻게든 체화했을 텐데 잘 안되더라구요.
그러던 중 이동진 평론가님의 Q&A 영상을 봤습니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담담히 인정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내게 필요한 자세도 저런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의 저는 동아리 활동과 취업이라는 중요한 목표가 있었고, 이를 위해 취미나 다른 활동을 억누르고 자기 자신을 고쳐가서라도 목표를 이루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명확한 목표가 없는 지금의 저에게 필요한 건 스스로를 고치려는 태도가 아니라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블로거 분의 글처럼 그 땐 그게 최선이었지
하며 자신에 대한 레거시를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온 자신의 모습에도 박수를 쳐주는 모습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