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달리는가 - 첫 풀코스 마라톤을 뛰게 되기까지

러닝의 시작👟

📌마라톤을 왜 시작했나요? 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이십대 후반 예전과 다르게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느낌이 싫었고, 체력이 부족해서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못하게 된다는 것이 두려웠고, 젊은 이십대를 항상 유지하고 싶었다. 당시에 군인이라 주어진 체련 시간에 할 수 있는 가장 만만한게 달리기였고(축구를 몇 번 나갔으나 공과 워낙 안친한 인생이라 두 번 나가고 이후로 초대받지 못했..), 다행히 러닝을 같이할 친한 동기 형이 있었다. 그렇게 러닝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 2019년 29살의 나-

그렇게 체력 관리와 젊음 유지를 위해 시작 했던 달리기... 토나올 만큼 힘들었다. 보통 1시간 정도 있는 체육활동 시간 내 준비운동 - 러닝 - 씻기 까지 해야 해서 항상 3km 정도 거리를 뛰었다. 체력검정 기준이 3km이다 보니 보통 숨을 헐떡 거릴 정도로의 풀 파워로 뛰었다(지금와 생각하면 효과적인 훈련 루틴을 만들었어야 됬는데 그냥 무식하게 달린게 후회된다).
그렇게 몇 주, 몇 달을 뛰어도 뛸 때마다 "아 멈추고 싶다" 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외에 드는 생각은 "언제쯤 안 힘들어지지?"

그렇게 달릴 땐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가득 했지만 목표한 거리를 끝낸 후에 몰려오는 뿌듯함과 함께, 담배 한 개피(그렇게 달리고 흡연을 하면 무슨 소용인지..)와 뜨끈한 샤워로 마무리를 하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러닝 인생 첫 목표, 하프 마라톤🏅

일주일에 두 세번 3km의 거리에 익숙해질 때쯤 이었던 것 같다. 친한 형과 코스를 계획하고 익숙한 3km를 벗어나 그 이상의 거리를 뛰게 되기까지.
스트라바 기록을 보니 대략 9km를 뛰게 되기 까지 3km 달리기를 시작한 후 2개월 정도 되었을 때였고,
아래 기록은 10km가 기록된 최초 스트라바 날짜. 아마 인생 첫 하프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연습을 했던 날인 듯 싶다.

첫 하프 거리 완주 (기록 1시간 57분)

이십대가 지나기 전, 나에겐 미지의 영역이었던 하프 마라톤에 성공했다(2019.12.15)
3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기만 하다. 당시 10km 훈련 때 7-8km쯤 뛰다 보면 항상 있었던 발이 붓는 통증이 대회 때도 나타났다.(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신발 문제가 컸듯 싶다.. 돈이 없다고 아무거나 신으면 안된다..)

발 통증으로 인해 10킬로가 되기 전 페이스를 엄청 낮추기도 하고, 그래도 아파서 아예 멈춰서 발을 풀어주기도 했다.
2시간을 목표로 도전을 했기에 마냥 쉴 수는 없고 아프지만 페이스를 약간 낮춰서 약간의 통증을 무시하고 달렸다.
그렇게 10킬로 반환을 하고나니 통증에 익숙해지며 뛸만 해졌고 심폐에는 무리가 전혀 없었던 탓에 쉬면서 늦어졌던 시간을 만회할 수 있었다.
15킬로 이후는 먼가에 홀린 듯 뛰었다. 정확히 기억나는 감각은 허벅지에서 에너지가 솟아 났달까... 종아리의 에너지는 예전에 다 소진되고 허벅지의 큰 근육들에서 에너지가 생기는 느낌이 들면서 하프까지 천연 엔돌핀 도핑으로 간신히 완주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첫 하프를 마무리 한 후, 내 신체의 감각세포들은 달릴 때 뇌가 마비시켰던 온 몸에서의 에너지 고갈을 인지 했다는 듯이 제대로 걸을 수 조차 없는 상태를 만들어 주었다.

코로나😷

2019년 12월을 마지막으로 22년 초까지 더 이상 오프라인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다. 대회가 없으니 의욕이 줄어들기도 했고, 엄청 힘들게 하프를 뛰고 나니 내 인생에 풀 코스는 무리이거나 도전 한다 해도 최소 1, 2년은 더 뛰어야 도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또 달리기보다는 인생에서 더 중요한게 많았기도 하고.. 이를 테면 취업 준비, 창업 도전,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 등등.
물론 달리기를 멈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위한 체력 유지와 증진을 목적으로 주로 일과 시간 이후에 짬이 날 때면 머리를 식히는 겸, 땀 내는 기분을 느낄겸 거리는 길지 않지만 혼자서 계속 뛰곤 했다.

풀코스 마라톤🔥

그렇게 체력유지형 마라톤, 멘탈케어 목적 러닝에 익숙해질 때쯤 2022년 중반부터 오프라인 대회들이 다시금 많이 열리기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취업도 지방이 아닌 서울로 오게 되어 티비에서만 보던 한강 러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생겼고, 다시 마라톤과 도전이라는 키워드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2022년에만 풀코스를 제외하고 10km, 하프 총 5개 대회에 참가하였고 이를 위해 평일에 달리는 주기와 거리를 늘렸다. 러닝 크루에도 가입하여 기록을 공유하기도 했고, 그렇게 생각없이 막 달리다 보니 주말에는 15km 이상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몸이 되었다. 예전엔 대회나 되서야 뛰던 하프를 혼자서 물 한병을 등에 맨 채로 뛸 수 있게 된 게 정말 신기했다.

그렇게 2023년, 최대한 빠른 풀코스 마라톤 대회를 도전하고자 하는 결심으로 3.1절 마라톤대회 신청을 했다. 서울이 너무 추워 시즌 오프를 한 지 2개월쯤 되어 상태는 그닥 좋지 않았지만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할 수 있는 대로 달리기 계획을 세워 훈련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다양한 난관들이 있었다.
동생에게 구매를 부탁했던 가짜 베이퍼 플라이를 신고 뛰어서 무릎이 아파 정형외과 통원을 하며 치료를 받기도 하고(다행히 이후 환불을 받았다), 대회 일주일 전 목감기에 걸려 근육이완제와 감기약을 동시에 소화한 내 몸이 정말 자랑스러울 뿐이다.

그렇게 어찌저찌 100% 상태는 아니지만 회복을 한 대회 당일. 9시 러닝이라 7시에 간신히 몸을 일으켜 대강 아침을 떼우고 날씨가 맑기를 기도했지만 뛰는 내내 해가 안떠서 너무 추웠다. 덕분에 뛰는 내내 코를 훔치고, 추우면 몸에 수분 저장이 안되는 탓에 풀 코스 뛰는 동안 3번이나 화장실을 들렀다(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안가고 싶었지만 도저히 버틸수가 없었다...)
다행히 3:40 페이스 메이커분 뒤를 열심히 따라가며 풀코스 전체 페이스의 리듬을 맞춰나갈 수 있었다. 30km 이후에는 발 충격이 온몸으로 전해지고 하반신 근력으로 몸을 보호하면서 뛴다기 보다 관성으로 통증을 버티며 온 몸으로 땅을 쌩으로 딛고 그 반발력으로 뛰는 느낌이 강했다. 부상의 위험이 있으나 심폐 상황은 멀쩡해 무시하고 뛰기로 결심했고 나에겐 30km 지나서도 아미노 바이탈 3개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개같이 부활해서 목표 지점에 무사히 골인할 수 있었다.


동마 전이라 풀코스 참가 인원이 없었고, 30대는 더더욱 없었던 듯하다.. 얼떨결에 상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