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5(수) 내용 정리
어제 그나마 조금이라도 저녁을 먹고 자서 그런지 전날보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어제의 일을 교훈 삼아 걷기 전에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로 빵과 시리얼을 최대한 먹고 07:00 쯤에 숙소에서 출발하였다. 속을 최대한 채워놓고 출발을 하니 왠지 모르게 든든했다. 걷다 보니 수돗물처럼 와인이 나오는 곳을 발견했다. 그래서 무료 와인을 병에 담아서 먹었다. (와인을 잘 몰라서 그런지 그냥 와인맛이라고 느껴졌다.)
걷다 보니 어느 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식당은 너무 비싸서 사 먹지는 않고 초코바랑 빵만 사서 대충 먹었다. (이따가 저녁에 숙소에서 제대로 해먹으려고 했다.) 점심 시간이 지나고 어느 새 다시 태양이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기온은 30도에 육박했다. 걸으면서 어제의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메스꺼움과 어지러움 등) 5시 쯤이 되어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하였고 무더위 속에서 오래 걸었던 탓인지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그래서 대충 그늘막에 있는 의자에 거의 30분 동안 누워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었고 나는 더 이상 못걷는다고 말했다. (정확히 I'm done, I can't move more. 라고 말했다.)
겨우 몸을 지탱할 정도가 되자 알베르게로 향하였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침대에 앉아서 숨을 돌리고 있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분과 눈이 마주쳐서 인사를 나누었다. LA에서 오신 한인 아주머니셨다. 아주머니는 밥이랑 계란을 사와서 간장계란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같이 먹겠냐고 하셨고, 나는 너무 감사하죠라고 답했다. 샤워를 마치고 정비가 끝나갈 때 쯤 아주머니는 장을 봐오셨고 바로 음식을 하셨다. 요리 구성은 당근 절임, 생선 통조림, 간장, 계란, 참기름, 밥이었다. 참기름 향이 가득한 간장계란밥을 먹는데 진짜 왠지 모르게 감동이 느껴졌다. 아주머니께 이틀 동안 구토를 하느라 음식을 제대로 못먹었는데 덕분에 제대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주머니께서는 나의 사정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갖고 계시던 라면 수프 2개를 건내주셨다. 진짜 큰 위로가 되었다. 친절한 한국 아주머니덕분에 겨우 영양을 섭취할 수 있었다. 아주머니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잠을 청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제대로 몸을 회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