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반기 돌아보기: AI의 시대

Jaeho Lee·2025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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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AI'일 가능성은 적지 않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카페에서도 모두가 AI 얘기를 한다. 불안감 때문이겠지.

주변 사람들의 줄 퇴사로 너무나도 정신없는 2024년을 보내고 나서, 2025년은 새로 합류하신 스크럼 개발자분 덕분에 어느정도 많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시니어 개발자라는 명목으로 적잖은 태스크들이 추가되었다. 회사가 의사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 구조는 아니다 보니 예전에 다녔던 회사들처럼 괴로운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긴 했지만.

스크럼의 비즈니스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점점 성장해 꽤 적지 않은 ARR을 달성하고 있다. 처음엔 뭔가 틈새시장 공략같은 느낌이었지만, 막상 만들어 놓고 나니 회사에선 점점 중요한 비즈니스가 되어가고 있어 다행이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들 중 성공할 뻔한 회사도 있었고 망한 회사도 있었는데, 그래도 이번엔 성공하는 쪽에 가까워진 (데에 기여한) 것 같아서 좋다.

이제 면접에 들어갈 사람이 없어 (...) 자연히 채용에 깊게 관여하게 되었는데, 현재 개발 채용 시장이 얼마나 얼어붙었는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옛날 같으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뽑을 분들도 깐깐하게 따져야 할 정도로 지원자들이 일단 많고, (아마 경제 상황 때문에) 뛰어난 분들도 새 직장을 많이 알아보고 있다. 큰 회사에 다니는 분들은 잘 이직하지 않아 스타트업 안에서 돌고 도는 느낌을 받는다. 나도 언젠가는 이직을 해야 할텐데, 뽑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불안한 시대이다.

더불어 AI 도입에 대한 푸시가 전방위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회사에서는 물론이고 트위터에서도 모두가 하루종일 AI 얘기를 하니 상당히 회의주의적이었던 나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AI가 이렇게 뛰어나다고 합니다! 제 강의 링크는 이쪽이구요...'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개발자들도 이제 AI를 사용한 개발 방법론과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보니 관심을 가지지 않기가 어렵다.

작년 중순까지는 Tab Completion도 거의 안 썼다. 코파일럿, 슈퍼메이븐 등등을 상당히 초기부터 써봤었는데, 일단 속도가 너무 느린데다가 내가 작업하는 부분을 방해하는 일이 많았다. 나는 프로덕션에서는 필요한 부분들을 크게 잡은 다음 작게 깎아나가는 개발방식을 쓰는 편이다. 그런데 코딩 에이전트들은 이런 나의 개발 방식은 관심이 없고, 어떻게 하면 Acceptance rate를 늘릴지에만 관심이 있어서 결국 꺼 버리는 일이 많았다. 어느날 트위터에서 Cursor에 대한 얘기가 하도 많길래 써보니까 이건 예전의 놈들과는 확실히 다른 걸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이 에디터에 그대로 그려지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Tab Completion이상의 기능을 제대로 쓰기 시작한건 연초부터인 것 같다.

요즘은 AI에 대해 조금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이 'AI'로 통칭되는 최근의 많은 기술에 대해 완전히 optimistic하지만은 않지만, (사실 회의적인 편에 대체로 가까웠던 것 같다) 흥미로운 점들이 많고 기회도 많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주변 사람들이 AI를 활용하며 일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바뀌어가는 것을 보며 내가 이 시대의 변화의 흐름을 잘 탈 수 있을지 고민한다. 어쩌면 내가 그동안 해왔던 수많은 반복 작업들을 넘어서서, 좀 더 소프트웨어의 레이아웃과 창의적인 측면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결국 더 많은 코드는 더 많은 liability이기에 아직까진 그렇게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현재는 천천히, AI에 연관된 커리어 패스를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 될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지난 10년간 프론트엔드와 제품의 UI를 잘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제품의 더 많은 반경을 건드리고 싶다. 그리고 거기에는 '나는 여기까지만 해야지' 같은 제약을 둘 수는 없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이야기지만, 내가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인터넷에 코딩하는 법을 배울 데를 못 찾아서 하루종일 책만 읽었다. 이제는 인터넷을 넘어서 뭐든지 물어볼 수 있는 마법 채팅 상자들이 공짜, commodity가 됐다. 그런데 왜 여기에 멈춰있어야 하겠나. 글로벌, AI, 일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이런 것을 추구하는 기업이 있는지 궁금하다. (메일 주세요)

그 외 일어난 개인적인 일들:

  • 내가 더 열심히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 비록 육아 때문에 회사 일과 집안 일을 제외한 일은 거의 못 하고 있지만...
  • 짧은 휴가 기간 중에 그래픽카드를 질러서 게임(킹덤컴)을 좀 했다. 요즘은 할 게임도 시간도 없어서 돈이 조금 아까운 상태인데, 다행히 LM Studio를 돌리면 조금 활용을 한다.

다 쓰고 나니 열심히 살긴 했는데, 좀 더 열심히 살 걸 그랬다. 그래서 어설픈 회고라도 의미가 있긴 한 것 같다. 하반기엔 뭔가 성과(?)를 내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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