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테코 6기 레벨2 글쓰기) 강 위를 걷고싶다

리버 river·2024년 6월 16일
0

글쓰기

목록 보기
2/4
post-thumbnail

레벨2도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이번 글 역시 벨로그에도 기록해봅니다.

강 위를 걸어보자

1. 강은 강이다.

나는 잔잔한 사람이 되었다.

레벨 1 글의 마무리입니다. 정말 호기롭게 저렇게 글을 끝내놨더라구요. 그러나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결국 그때의 잔잔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문장을 쓰던 저를 놀리거나 비웃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레벨1 마지막 즈음에는 잔잔한 상태를 몇 주나마 누린 것은 사실이고 그것에 좋아했던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원하다는 것은 없다죠? 잔잔한 강도 결국 강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속에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소용돌이 때문이든, 바깥에서 날아온 돌 때문이든, 물로 이루어졌기에 즉시 파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레벨 1 때에는 심한 낯가림과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마음고생도 했어요. 크루들과 친해지면서 잔잔해지는가 싶었지만, '노는 게 제일 좋아'라는 생각이 가득 차 개발을 향한 집중력이 확 떨어졌어요. 사람이 참 갈대같다고 느꼈습니다. 개발 공부 측면에서 프리코스 때 몰입하던 모습은 진작에 없어진것 같고, 우아한테크코스 밖에서 생기는, 사적인 영역에서의 문제들도 저를 동시에 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강 양쪽 끝에서 몰아치는 해일 사이에 낑겨 어쩔 줄 몰라했던것같습니다.

2. 잔잔한 강이 되려하기 보다는 강 위에 떠보자

해일 사이에 낑겼을 때 일단 가라앉으려고 했습니다. 처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되었을 때, 그리고 곧 제 감정 상태를 느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무섭다였기때문입니다. 강의 표면에서 해일에 이리저리 치일 바에는 강 속 깊이 숨어드는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고민에 대한 생각은 범람하려하는데 꾸역꾸역 술도 더 자주 마시고, 집에서 유튜브 쇼츠만 멍때리고 보면서 문제 상황을 최대한 회피하거나 생각을 비우려고 했습니다. 이러다보니 남는 것은 결국 허망함밖에 없더라구요.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것이 이런거구나 싶었습니다. 고통스럽더라도 최대한 직면해봐야겠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3. 땟목에 올라타다

직면할려고해도 이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하는거지?라는 생각 밖에 안들더라구요. 고민 속에 빠져있던 찰나 레벨 2 때부터는 면담 열테니깐 그 때까지 최대한 멘탈 붙잡고있어봐요 라고 말해주던 포비가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포비 면담 예약이 꽉 차 있던 상태였습니다. 근데 제가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저에게 양보해준 크루 덕분에 면담 예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헤일리한테 고맙다는 말 다시 한번 하고싶어요 🥹) '우테코에 집중하고 싶은데 외부 요인들 때문에 집중하기 힘들다.'라는 주제로 상담을 받았습니다. 상담 도중에 사실 포비가 저에게 던진 질문에 이건 생각해 본적 없는 질문인데? 라는 것도 많았고, 20초 이상 뜸들이고도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지 못한 질문들도 꽤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저에대해서 잘 모르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 안해본 부분도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면담 후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보다 '문제 회피 기간동안 왜 그런 행동을 했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생각해보니 레벨1 때 많이 사라진줄 알았던 완벽주의 성향이 제 자신이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이 되니 다시 발동되었더라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못 찾겠으니 자기파괴적으로 저를 놔버린 것 같습니다.

이렇게 대략적으로 제 행동을에 대한 원인을 대략적으로 찾았을 때 최근에 현업 개발자 특강에 들었던 말이 떠오르더라구요.

퍼포먼스를 잘 내는 개발자들은 추상화된 서비스를 툭 잘라서 개발해라고 던져줬을 때, 이 큰 덩어리를 작게 잘라서 본인만의 태스크를 만든다.

제 인생 고민들을 디버깅한다는 생각으로 제 고민들도 잘게 잘라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머리 속을 어지럽히는 문제들을 최대한 분류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고민사항들은 우테코 밖,안으로 크게 나누었습니다. 그런 후 각각에 고민 사항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이 고민 사항 밑에 각각 원인, 포기해야되는 부분, 이 문제로 인해서 새로 알게된 내 모습, 앞으로 해야되는 것을 적어보았습니다.

원인은 고민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적어야되는 사항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고민을 회피하고 상황을 놔버린것의 이유를 완벽주의로 뽑은만큼 고민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완벽주의를 버리고 포기해야되는 부분도 꼭 적어볼 필요가있다고해서 문항으로 뽑아보았습니다.

저렇게 템플릿을 만들어놓고 정말 정제하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포기해야 되는 부분 항목을 적으면서 자연스럽게 밑에 항목인 이 문제로 인해서 새로 알게된 내 모습도 자연스럽게 이어서 적히는 경험도 했고, 포기하지 말아야될 것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경험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지우고 다시 항목별로 글을 깔끔하게 나눈다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부분을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 부분도 떠올리게되는구나 하고 신기하다, 항목을 잘 뽑은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그냥 두었습니다. 그리고 위 3가지 항목을 적다보니 앞으로 해야되는것도 쉽게 적을 수 있더라구요. 이 부분은 todo 형식으로 정리해놓았습니다.

머리 속에있던 것을 템플릿에 글로 정리해보았을 뿐인데, 그저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내가 적어 놓은 글(심지어 정제되어있지 않은데도)을 내 눈으로 다시 읽을 때 드는 느낌이 정말 다르구나 싶었어요. 처음엔 다소 감정적인 상태로 글을 적기 시작해도, 아무리 정제하지 않는다고해도 말이 되는 문장을 적어야되긴하니깐 이 노력만으로도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메타인지적으로 저를 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보다 차분해지고 담담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깊은 강 속에서 올라와 작은 땟목에 몸을 실은 기분이었습니다.

4. 강 위를 걷고 싶다

레벨1 때 글처럼 마냥 "해결 된 것 같아 짜잔 해피엔딩" 이런 느낌으로 글을 마무리 짓고 싶진 않네요. 지금은 그저 해일이 난무하는 강 위에서 작은 땟목에 몸을 걸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템플릿에서 적은 앞으로 지켜야할 것 항목들을 제가 마음먹은대로 지켜낸다는 보장도 없고, 저런 활동으로 인해 고민사항이 마법처럼 해결되는 것도 절대 아니니깐요. 다만 제가 고민하고 있는것들에 대해 최종 결단을 내려야만하는 상황이 왔을 때 이 선택을 했다고 후회하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은 확실히 줄 것 같습니다. 또 후회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고해도 그런 결정을 내린 과거의 저를 비난하기보다는 존중해줌으로서 다시 마음을 다 잡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노력도 들어간 선택의 결과이니깐요.

일단 남은 기간동안은 제가 적은 앞으로 지켜야할 것을 지켜 나가는데에 집중하려합니다. 살짝 옆길로 새어나가려해도 저를 비난하지 않고 괜찮다고 다독여줘서 다시 원래 길로 돌아오도록 하는것이 이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강이 요동치는것은 제가 막을 수 없습니다. 다만 요동치더라도 회피하지않고 그 위에서 어느 부분이 요동치는지 차분하게 살펴보고 저를 사랑해주다보면 언젠가는 강의 상태와 상관없이 강 위를 걷고있는 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살짝 해봅니다.

긴 글이었는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rofile
프론트엔드 개발자

0개의 댓글

관련 채용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