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떠나면서 드는 CTO의 자책

JK·3일 전

애정했던 회사의 개발팀을 2년 좀 넘게 이끌다 떠나게 되었다.
퇴사를 하며 드는 개인적인 생각과 후회에 가까운 회고를 가볍게 적어봤다.

외부 요인에 대한 관심부재

과거에 이룬 우리 제품의 파괴적 성장의 내적 요인은 무엇이고 외적 요인은 무엇인지 한 번쯤 제대로 파봤어야 했다. 계속 몰입해서 답습하고 개선하면 되는 내적 요인과 다르게 외적 요인은, 쉽게 말해 시장이 우리에게 준 혜택이다. 우리 제품이 속한 산업은 무엇인지, 이 산업의 세계적 흐름은 어떻게 되는지, VC의 유동성은 괜찮은지, 더 나아가 미국의 금리와 환율은 어떤지까지 이해하는 것이 외부 요인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이것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적어도 현 상황에 따른 적절하고 지속 가능한 포지션에 대하여 머리를 맞대다 보면 조금은 답이 나왔을 것 같다. 이런 노력들을 지속하다 보면 외부 요인에도 흔들리지 않는 제품으로 점차 진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외면했던 책임들

초기 스타트업의 리더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역할과 책임을 갖게 된다. 이것이 불가항적이며 필연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다. 그 때문에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둥둥 떠다녔고 그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팀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시간이 지난 후 떠다녔던 문제들을 다시 볼 때쯤이면 문제가 너무 커져 그것을 해결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소모했어야 했다. 딱 봤을 때 어떤 일의 오너십이 불분명하다면 그냥 리더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그것이 팀과 나의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다.

결국 내적 동기부여

지난 2년간 내가 해본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었나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구성원들의 동기부여 관리”를 말할 것이다. 이는 과거 숨고에서 매니저 경험 끝에 터득한 지혜?에 더하여 레몬베이스에서 이론적으로 보충되어 확고하게 자리 잡은 나만의 철학이다. 정확히는 “내적 동기부여”를 계속 보살피는 것인데, 디테일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권한을 과감히 이행하고, 신뢰하고 보상하는 구조에서 구성원에게 확립된다. 놀랍게도 내적 동기부여가 가득 찬 멤버는 속된 말로 자발적 노예?가 되어 인생을 이곳에 행복하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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