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부터 GeekNews를 비롯하여, 내가 구독하는 피드들에 새로운 글이 올라오면 어김없이 읽어보는 주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AI가 개발자라는 직업을 대체할 것인가’에 관한 글들이다. 당연히 나의 생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거니와, 십수 년간 나의 터전이었던 이 바닥이 우리(정확히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가 만들어낸 기술들로 대체된다는 것이 참으로 오묘하여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대부분의 글은 “근본적인 역할이 바뀐다”, “이런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처럼 AI가 뱉어낼 법한 낙관적인 논점 흐리기로 일관되어 왔던 것 같다. 이런 뻔한 주장들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정말로 궁금한 것은 ‘내가 몇 년도쯤 대체될 것인가’에 대한 추정치였다. 다들 아무도 모르기에 조심하는 것도 잘 알지만, 그 불편한 진실에 대한 나의 추정치를 ‘아님 말고’ 식으로 용기 있게 질러보겠다.

언제 대체될 것인가를 추정하는 것이 의미가 있으려면, 대체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현실이 될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설득력도 없는 주장에 대하여 그 다음의 것을 우려하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여러모로 아쉬운 상황일 수 있다.
시간을 내어 찾아보니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대부분의 주장은 아래 세 가지의 근거들로 인수분해할 수 있었다.
이론적 토대 : 2017에 발표된 Will humans even write code in 2040 and what would that mean for extreme heterogeneity in computing?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라는 논문에서, 소프트웨어의 복잡도가 인간의 인지 능력을 초과하는 지점에 도달하면(그 시기를 2040년으로 예측), 인간은 더 이상 거대한 코드베이스를 유지보수할 수 없게 되며 AI만이 이를 감당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실증적 증거 : The Hollowing Out of Entry-Level Software Jobs(Stanford Digital Economy Lab)에서 주니어 엔지니어의 일자리 감소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하여, AI가 엔지니어를 이미 대체하고 있다는 정량적 주장을 최초로 공유.기술의 발전방향 : Autonomous Software Engineering Agents(e.g., SWE-agent, Devin)에서 처음 기술한 “범용 개발자처럼 행동하는 에이전트(SWE-Agent)”의 구현과 평가 방법,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이미 출시되어 상용화된 OpenHands라는 제품.단순히 우리가 좋아하는 AI Coding Agent(Claude Code, Cursor)들이 짜주는 결과물을 보아하니, ‘미래에 대체되지 않을까’ 하는 나이브한 생각보다는 충분히 견고해 보이는 근거들이라고 생각된다.
위 세 가지 근거는 그 자체로도 충분한 파급력이 있지만, 더 큰 파장으로 기업의 경제적 효용에 의한 구조적 인력 대체를 일으킨다. AI가 발전하면 할수록 이런 파급효과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측면에서, 우리가 대체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지라도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AWS의 CEO는 불과 4개월 전에, AI가 개발자를 대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멍청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슬프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아마존이 1만 4천 명을 해고할 계획이며 그중 가장 많이 해고되는 직군은 엔지니어라는 기사를 보고 있다.
이 논쟁은 단순히 대체되는가 마는가를 넘어, 기술적 특이점주의자(Replacement)와 실용주의적 공학자(Augmentation) 간의 철학적 대결로 굳어졌다. 놀랍게도 대체된다는 사람들의 근거가 모두 다르고, 그렇지 않다는 사람들의 근거 또한 모두 다르다.
젠슨 황은 여러 무대에서 “누구나 자연어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시대”를 언급해 왔다. 전통적인 의미의 코딩이 필요 없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즉, 그의 주장은 프로그래밍 언어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방향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직업으로서의 개발자는 상당 부분 축소될 것이라는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맷 웰시는 “The End of Programming”이라는 글에서 굉장히 직설적인 주장을 내놓았는데, 그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이 주장은 매우 강한 대체론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는데, 모든 소프트웨어는 곧 AI 모델이 될것이고 모델은 스스로 자정 작용을 통해 구현과 디버깅을 반복할 것이기에, 구현과 디버깅을 하던 역할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의미이다. 단순 코더를 넘어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구현과 디버깅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레디 부치는 공개적으로 AI Coding Agent에 대해 여러 차례 비평을 남겨 왔다. 그의 논지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의 주장은 AI가 “코딩을 대신해 줄 수는 있어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전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보완론에 가까우며 AI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GitHub Copilot을 이끄는 토마스 돔케는 “AI는 부조종사(Copilot)이지, 기장(Pilot)이 아니다”라는 비유를 자주 언급하곤 한다. AI가 엔지니어를 대체할 수 없다는 그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그는 AI로 인해 소프트웨어의 복잡도와 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오히려 이를 유지보수하고 보완해야 할 엔지니어들의 직업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에 가깝다.
실제로 AI만을 직접적인 이유로 엔지니어들을 대량 해고했다는 사례는 아직까진 찾기 힘들다. 다만 신규 개발자의 채용을 중단하거나 개발자 중 AI를 쓰지 않는 사람들을 내보내고, 다른 이유와 섞어서 내보내는 “사실상 대체”되는 식의 간접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아래 Bar 차트는 미국에서 작년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해고된 테크업계 직원 수이다.

위에 정리한 기사들은 이미 일어난 대표적인 사례를 정리한 것일 뿐이고, 엔지니어 감원 계획을 밝힌 회사는 수도 없이 많아 아래 표에 간단히 정리했다. 참고로 표의 마지막 부분엔 우리가 잘 아는 국내 업체들도 나열해 봤다.
| 기업/기관 | 발표 시점 | 구체적 계획 |
|---|---|---|
| 메타(Meta) | 2025년 1월 | "2025년 내 중급 엔지니어 수준 AI 확보, 장기적으로 사람 엔지니어를 AI 엔지니어로 교체" |
| 클라르나(Klarna) | 2024년 12월 | "1년간 채용 동결, 직원 3,800명 → 2,000명 목표" |
| 쇼피파이(Shopify) | 2025년 4월 | "AI로 안 된다는 증명 없이는 채용 불허, 인원 동결" |
| 골드만삭스 | 2025년 10월 | "헤드카운트 증가 제한, AI 중심 재구조화" |
| JP모건 | 2025년 5월 | "향후 몇 년간 운영·지원 인력 최소 10% 감소 예정" |
| IBM | 2025년 5월 | "AI로 수백 명 HR 직무 대체 완료, 전체 인력은 증가" |
| 아마존 | 2025년 6월 | "향후 몇 년간 화이트칼라 인력 규모 축소 예상" |
| 맥킨지 설문 | 2025년 11월 | "32% 기업이 향후 1년 내 전체 인력 3% 이상 AI로 감축 계획" |
| Korn Ferry 설문 | 2025년 11월 | "40% 이상 기업이 AI로 직무 대체 계획, 특히 초급·백오피스" |
| Resume.org 설문 | 2025년 9월 | "37% 기업이 2026년 말까지 AI로 직무 대체 예정" |
| Gravitee 영국 설문 | 2025년 10월 | "65% 기업이 2026년 말까지 헤드카운트 축소, 46%가 엔지니어 업무 절반 이상 자동화 가능 전망" |
| Fed 베이지북 | 2025년 11월 | "AI가 초급 직무 대체, 채용 동결 확산" |
| 카카오 | 2025년 4월 | "AI로 대체 가능한 직무는 신규 채용 제한" |
| 크래프톤(게임) | 2025년 11월 | "창사 이래 첫 전사 희망퇴직 시행, 개발팀 소수 정예화" |
| 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 3N) | 2024~2025년 | "신규 채용 42% 급감, AI 아트는 외주/신입 대체" |
리서치를 거듭할수록 AI가 지금의 개발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에 점차 납득이 되고 있다. 단순히 대체된다는 주장이 충분히 합리적인지를 알아보고 싶었는데, 그것을 넘어 이미 예견된 미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다. 고로 대체 시기를 대략 계산해 보는 나의 행위는 그렇게 무의미한일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계산 자체는 투명하게 공개된 미국의 고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LLM의 도움을 많이 받아 진행했다.
- 계산식 자체는 쉽지만 텍스트로 나열하니 복잡해보이는 점 양해 바란다. 😇
- 숫자형 목록으로 계산식의 흐름을 나열했으며, 백틱코드로 실제 계산된 값들을 강조했다.
- 두번째 하위 불릿은 산출 방식을 기재했다.
23년부터 지금까지 3년간 AI로 인해 직/간접 적으로 해고된 인력의 수 계산
약 198,000명전체 개발자 중 해고된 인력의 비중 계산
대략 4.5%23년부터 25년간 해고된 인력의 증가율(Velocity) 계산
매년 +1.0%p씩 가속23년부터 25년간 AI가 양산한 코드의 점유율의 증가율 계산
매년 +10.0%p씩 증가3번과 4번의 각 증가율 값을 반영하여 전체 개발자가 소멸되는 값을 각각 도출
고용 데이터 기준: 2036년코드 점유율 기준: 2032년두 값의 평균치 계산
2034년 4월미국의 직업 흐름이 한국에 전파되는 변수 반영
+ 3.5년우리가 완전히 대체되는 시기 예측
2037년 10월이를 차트로도 그려보면.. 한국에 있는 우리들은 2038년쯤 완전히 대체 될 수?도 있다. 이 수치는 놀랍게도 위 대체론자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에서 예측한 시기 2040년과 얼추 비슷하다.

물론 이러한 계산은 현실 세계의 여러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어찌 보면 망상에 가까울 수 있다. 해고율과 AI 코드 점유율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팩터에 기반하였으며, 이 둘의 증가율이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선형적 사고에 기반하여 아주 단순하게 계산했다. 침체와 버블이 순환되는 현실 세계는 결코 이렇지 않다. 재취업률도 반영되지 않았고 레거시 시스템의 심각도도 반영하지 않았으며 한국 특유의 SI 하청 구조와 같은 산업 구조의 변수도 반영하지 않았다.
더욱이 대체되는 우리가 누구인지, 전통적인 개발자는 어떤 역할을 말하는 것인지 심도 있게 얘기해 본 적도 없다. 어디까지나 ‘아님 말고’ 식으로 호기심에 계산해 본 수치라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우리가 대체된 세계에서 우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이들은 SWE Agent(자율형 엔지니어 에이전트) 혹은 AI Model(as Software)를 감독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어떤 이들은 SWE Agent 혹은 AI Model의 법무적 책임자가 되어 있을 수 있다. 아니면 이러한 도구들을 이용해 세상에 가치를 제공하는 Product Builder가 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
“대체된 세계”가 어떤 세상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벌써부터 대체된 세계를 예측해서 현업을 내려놓고 이렇게, 저렇게 던져 보는 것도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예측과 다를 때 발생하는 손실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머지않아 제품을 구현하고 디버깅하는 업무는 더 이상 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현실을 각자의 방식대로 마주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합리적인지는 나로선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참고로, 이에 대한 필자의 노선은 AI와 세상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면서 “그때엔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밥 벌어먹고 살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가 올 때까지 바짝 당겨 보자”에 가깝다 😇

이 글을 쓰기 위해 리서치를 거듭할수록 보이는 흐름이 있었다. ChatGPT 3.5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2022년엔 “개발자가 대체될 수 없다”는 주장들이 지배적이었지만, 지난 3년 동안 놀라운 AI의 진화를 목격하고 기업들이 실제로 고용을 축소하게 되면서, “대체된다”는 주장이 지지받는 것을 넘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를 비롯하여 누군가에겐 상당히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이를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도 더 이상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나의 궤변에 가까운 허접한 계산식으론 2038년에 우린 대체된다. 이 계산 값의 참, 거짓 여부를 떠나서 각자의 방식대로 노선을 정하여 대비하는 것이 우리의 밥벌이를 “대체된 세계”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 세계가 오지 않더라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추운 겨울, 각자의 자리에서 아무쪼록 건승하길 기원한다.
모두가 AI로 격변하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글을 읽는 주니어 엔지니어, 이제 막 코딩을 배우는 입문자들에겐 참으로 혼란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만간 “AI로 대체될 세계를 준비하는 엔지니어”를 주제로 작은 특강을 열어볼 계획입니다. 전직 CTO로서, 빅테크와 스타트업, B2C와 B2B를 십수년동안 경험해온 필자의 모든 생각을 집대성한 자리가 될 터이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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