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렘키, 『도파민네이션』, 흐름출판
"반응하는 삶에서 이끄는 삶으로."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우리 주변의 것들을 다시한번 살펴야 하는 것 같다. 그런점에서 나는 과잉된 쾌락이 감싸고 있는 세상과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우리들을 다시 보기로 하고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교양서적으로 읽기엔 후반부가 약간 지루했지만 결론적으로 세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첫번째, 고통과 쾌락은 같은 영역에서 처리되며 저울의 서로 맞은 편에 놓인 추처럼 대립적으로 작용한다는 것. 두번째, 과잉 도파민 상태를 관리하기 위한 몇가지 방법들, 마지막은 고통을 마주볼 용기와 내면의 솔직함이 균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쾌락을 경험할때 우리의 보상 경로에 분비되는 도파민은 쾌락 쪽으로 기울어진다. 더 많이, 빨리 기울어진다는 것은 더 많은 쾌락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쾌락과 고통의 작용을 양팔저울에 빗댄 것 처럼, 우리의 뇌도 수평의 중요성을 알고있다. 이러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Self-regulating Mechanism)은 쾌락에 그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쾌락 이후 반작용으로 수평이 되고나면 멈추지 않고 쾌락으로 얻은만큼의 무게가 반대쪽으로 실려 고통쪽으로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즐거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점들이 생기는데, 먼저 동일하고 반복적인 자극 노출이 우리에게 내성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신경 적응(Neuroadaptation)이라고 불리는 현상은 내성은 물론 쾌락 이후 고통으로 기울어지는 저울의 반응이 더 급격할 수 있음을 말한다. 계속해서 높아지는 임계점은 끝없는 중독 상태로 이끌고 역설적이게도 저울은 고통쪽으로 더 기울게 된다.물론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운 상태는 그저 평범한 기분을 느끼려 해도 중독 대상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도파민은 어떻게 우리가 중독 대상에 손을 뻗게끔 만들까? 신경과학자들은 보상이 주어지기 전에도 조건 단서에 반응해 도파민이 급증하는 현상을 밝혀냈다. 즉, 좋은 일이 생길 것임을 예감해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예로 들 수 있다. 신기한 점은 도파민이 급증한 후 도파민이 평소보다 낮은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하는데, 이렇게 기준선 밑으로 도파민이 떨어지면 중독 대상을 얻기위한 의도적인 활동이 유발되는 것이다.
중독의 대명사로 불리는 마약과 도박 외에도, 소소한 중독은 이제 현대인의 삶에 부분적인 요소가 되었다. 재미없는 SNS를 끊임없이 새로고침하는 사람들, 시간을 낭비하거나 무의미한 활동들에 습관적으로 에너지를 쓰는 모습들은 비단 치료가 필요한 중독자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왜 수많은 이들이 부유한 국가에서 풍요로운 물질 자원과 함께 살면서도 결핍의 마음가짐을 갖고 매일을 살아가는 걸까? 도파민 과부화는 보상을 미루는 능력을 저하시킨다. 소셜 미디어의 과장과 '탈진실'의 정치는 우리의 결핍감을 키운다. <도파민네이션 中>
작가는 일곱가지 단계를 통해 쾌락 과잉 상태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Data, Objectives, Problems, Abstinence, Mindfulness, Insight, Next Steps, Experiment의 일곱단계의 앞글자를 따보면 재미있게도 도파민(Dopamine)이다.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Data(데이터) : 단순한 사실들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진단해볼 수 있다.', 'Objectives(목적) : 중독 이면에 가려진 논리와 근거가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중독을 유발시키고 있는건 무엇일까 질문을 던져보자.', 'Problems(문제) : 중독 대상이 일으키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보자.' 작가는 이 부분에서 고도의 도파민을 야기하는 물질이 우리의 삶 속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만성적인 의존이 가져다주는 폐해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이다.
'Abstinence(인내) : 절제를 통해 상대적으로 덜 강한 보상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능력을 되찾을 수 있다.' 저울을 다시 수평으로 돌리는 것이다. 'Mindfulness(마음챙김) : 절제의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에 벗어나려 하지 말고 인내하고 받아들이라는 가르침이다.', 'Insight(통찰) : 절제 후 진짜 나와 대면하자', 'Next Steps(다음 단계) : 중독 대상과 새로운 관계를 맺자', 'Experiment(실험) : 일상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파민 설정값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심리적 여유는 물질세계 너머의 원천에서 비롯된다. 우리 바깥의 무언가를 믿거나 그것을 위해 매진하는 자세, 그리고 인간적인 유대감과 의미로 가득한 삶을 만드려는 노력은 비록 가난에 처해 있더라도 우리에게 여유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도파민네이션 中>
3부에서는 균형을 찾기 위한 솔직함과 고통을 새롭게 정의한다. 그중 인상깊었던건 솔직함이 뇌를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균형을 찾아 유지함으로써 얻어지는 보상은 즉각적이지도 않고 영원하지도 않다. 보상을 얻으려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앞에 무엇이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기꺼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당장 영양가 없어 보이는 지금의 행동들이 실제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축적되고, 이것이 미래의 언젠가 나타날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도파민네이션 中>
진실로부터 벗어나려는 부인(否認)은 우리 뇌의 보상 경로 부위와 고위 대뇌 피질 영역의 단절로부터 영향받기 쉽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인생의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결과를 인정하며, 미래의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두개 직류자극법(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을 통해 피실험자들의 전두엽을 자극하여 실험한 결과 전두엽 활성화와 정직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작가는 솔직함과 뇌 치유의 근거를 해당 실험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전두엽이 활성화되면 미래 계획, 감정 조절, 지연 보상에 활용하는 뇌 부위의 흥분성이 강화되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논리인 것이다.
나는 즐거움을 추구한다는건 뇌의 자연스러운 작용이지만, 그 선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저울의 균형이 잘못되어있다면 평형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분명 그 대가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신비로움과 경외감을 느끼는 한편, 더 활기있고 나은 삶을 위해 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