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톺아보기

Jinhyuk Choi·2022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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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도전의 해이자 성취의 해였다. 생각보다 조용했고 생각보다 다이나믹 했다. 순식간에 지나간 듯 했으나 돌아보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인생의 큰 전환점 중 하나가 될 취업을 해서일 수도 있고 망할 코로나가 아직까지 기승을 부려서일 수도 있겠다. 확실한 건 어떤 이유에서건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난 여전히 말하는 감자라는 것.

부스트 캠프 끝, 취준 시작

끝인 줄 알았는데 시작이지 뭐에요

긴듯 짧았던 부스트캠프가 2020년 말에 끝나고 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지원을 시작했다. 나는 스타트업보단 대기업 위주로 지원서를 넣었던 것 같다. 그당시의 심정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나도 대기업에 갈 수 있을까 라는 기대와 현재 내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섞여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외로 서류는 모두 가볍게 통과했다. 내 주변 잘하는 분들이 서류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 같은 걸 왜..? 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 때는 그게 복인줄 모르고 안일했다. 코딩테스트는 조금 자신 있다라는 자만에 코테 대비를 하지도 않았고 면접은 일정이 잡힌 후 준비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며 면접 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 캠프가 끝났으니 열심히 쉬고, 오지게 놀았다. 나는 참 끝까지 가는 걸 못한다. 스윙스가 했던 말이 맞았다. 끝까지 가는 사람이 이긴다. 그렇게 나는 처참하게 패배했다.

아직도 네이버 코딩테스트를 쳤던 때가 기억난다. Javascript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C++로 배열 선언 및 초기화를 못해서 vector에 상수들을 하나하나 push했던 기억이... 그 코드를 보며 면접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단 한 번이라도 코딩테스트를 연습했더라면 어땠을까? 굉장히 어렵게 얻은 좋은 기회를 굉장히 쉽게 날려버린 내 자신에 대한 후회가 아직도 남는다. 단순히 네이버라는 곳에서 일할 기회를 날려서라기보단 안일했던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랄까. 물론 이것도 내 성장의 한 부분이 되었기에 감사한 일 중 하나이다.

네이버 이후 다른 곳은 모두 떨어지고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의 최종 면접을 볼 기회가 있었다. 카엔 면접을 통해 대기업 지원의 목표중 하나였던 내 위치 가늠하기는 성공을 했다고 생각한다. 요즘 velog를 보면 최종면접에서 뵀던 시니어 개발자 한 분이 열심히 글을 적어주시는데 그 글을 볼 때 마다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그렇게 놓쳤구나 하며 미련이 남곤한다. 물론 지금 있는 곳에서 또 좋은 분들을 만나서 성장해 나가고 있지만 사람이라는게 미련을 놓는게 참 힘든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앞으론 이런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지, 후회없게 노력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이드 프로젝트 Hanpyo

배울 것이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취준을 하며 캠프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분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의 진짜 프로젝트는 이 때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 전까지 다른 고수들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팔로워였다면 이번엔 여유로운 시간 덕에 좀 더 나만의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빠른 기능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기술 하나를 쓰더라도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것, 나만의 코드를 짜는 것에 집중했다.

물론 혼자선 해낼 수 없던 일이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우진님을 보며 많이 배우고 많이 고민할 수 있었다.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힘들지만 내가 보기에 우진님은 나보다 훨씬 잘하시는 분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 덕분에 내 의지와는 별개로 많이 배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우진님에게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단순 실력만이 아닌 열정도 있다. 네이버 인턴에서 전환이 되신 후 입사 직전까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주시는 걸 보며 감사함과 동시에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어떻게 해야 합격을 한 후에도 이렇게 열심히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나와 우진님의 목표가 달라서였나 싶기도 하다. 내 당장의 목표가 취업이었다면 우진님의 목표는 그 보다 먼 곳이 아니었을까. 목표를 정한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목표를 한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2022년에도 우진님께 하나 더 배웠다.

라인 광고플랫폼 인턴

실제 상황은 내 생각과 모두 반대였다.

어쩌다 공고를 보고 어쩌다 지원을 해서 어쩌다 시작하게 됐다. 급작스러웠던 것 치고는 이렇게 잘 풀려도 되나 싶을만큼 무난하게 인턴을 끝냈다. 좋은 팀원, 멘토, 그리고 일주일 만에 포항에서 올라가야 했던 상황 속에 성남에서 지낼 수 있게 도와준 소중하고 고마운 친구까지. 나의 라인 광고플랫폼 인턴은 그렇게 흘러갔다.

취준을 하며 라인에서 일을 하게 될 거라고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일단 나는 영어를 못하니깐, 글로벌 서비스에 큰 관심도 없었으니깐, 사실 우리나라에선 라인 잘 안 알아주니깐... 그렇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자고 그렇게 나를 세뇌시켜도 27년간 내 몸에 살아온 세포들이 기억하고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좀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찌됐건 이랬던 내게 라인 광고플랫폼에서 굉장히 좋은 기회를 제공했고 나는 그 기회를 덥썩 물어버렸다.

이 시기는 내 가치관이 바뀐 시기이기도 하다. 나는 원래 스타트업을 가고 싶었다. 대기업은 나에게 딱딱한 이미지였고 폭발적인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컸겠지. 단순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던 시기가 있기도 했다. 밤 늦게까지 친구와 코딩하는 것이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었던 나이기에. 직장에서도 그렇게 살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인턴을 하며 이러한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었다. 대기업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들, 성장할 수 있는 환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미련없던 전환에 조금씩 집착하기 시작했다. 나보다 일찍 취업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내 가치관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것들이 맞물려 내 목표는 대기업으로 수렴하기 시작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말하는 감자를 우리 팀은 거두어 주셨다.

사실 나는 내가 잘해서 인턴에 합격한 줄 알았다. 팀원분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니 나는 인턴 선발 때부터 운이 좋았다. 이미 TO로 나와 있던 2명은 뽑혀있던 상태였고, 마지막 날 면접이었던 나를 보시고는, 떨구기엔 아쉬우니 어찌어찌 TO를 초과하여 날 뽑으셨던 것이다. 자만했던 생각, 그렇지 않은 실력, 반대였던 상황 삼박자가 맛있게 어우러져 또 다시 날 부끄럽게 한다. 2021년은 나에게 부끄러운 해였다.

내가 취업한 걸 보며, 또는 정말 잘하는 누군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며 취업은 소개팅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정말 괜찮은 사람이 나와도 누군가에겐 마음에 들 수도 있는 것이며 누가봐도 괜찮은 사람이 나왔지만 누군가에겐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는 것. 맞다. 당장 나를 탓하기엔 수많은 변수와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나와 상대를 탓하기보단 묵묵히 나를 가꾸어 나가자는 것. 이것이 이번 시놉시스의 결말이다.

목표없이 방황하기

가끔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듯

취업을 하니 모든게 끝나버렸다. 갑자기 내가 주인공이었던 드라마가 종영을 해버린 것이다. 내 성장 스토리의 대본이 취업까지 밖에 안 나와있던 것이 문제였다.

앞서 말했던 내 문제점이 드러나던 순간이었다. 내 목표를 취업으로 한정해놓으니 취업을 하니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코드도 눈에 안 들어오고, 새로운 기술도 눈에 안 들어온다. 그렇게 나를 방황의 바다에 놓아둔 채 수개월을 흘려보냈다.

몇 달간 재밌게 놀았다. 주말마다 친구를 만났고, 서울 도심을 내 눈에 담았다. 강원도에서 쏟아질 듯한 별과 함께 감성에 파묻히기도 했으며, 처음 만난 사람들과 서해안에 놀러가 지평선에 걸려있는 해를 응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만큼 생각없이 지냈고 시간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인 것 마냥 생각없이 지나갔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멈춰있던 내 성장 드라마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아 다시 이어가야하는데, 2부 시작해야 하는데. 항상 다른 사람을 보며 불탔던 열정이 스스로 발화됐던 시점이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내가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시점이다. 처음 개발을 시작하며 친구와 자취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의 나는 이게 목표가 아니었는데, 대학교에 입학하며 내가 그려왔던 내 미래는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더 나아가 초등학교 시절 방학 숙제로, 과학의 날 행사로 내 미래, 내 꿈을 그렸을 때 내 목표는 이게 아니었는데.

사람은 참 재미있다. 목표가 없으니 더 나은, 더 멋진 목표가 생긴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목표는 정해진게 없다. 그냥 당장 다음주 배포 열심히 하자 정도...?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 성장 드라마는 1부작은 아니다. 매년 새로운 이야기로 더 나은 나를 맞이해야지.

다음 시나리오

암 온 더 넥스트 레블~

사실상 회고를 적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음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위함이 아닐까? 물론 지금 적어놓은 것들을 모두 지키며 살아갈 자신은 없지만 노력은 해볼까 한다.

도전ing

방황을 끝냈으니 다시 앞을 보며 걸어갈 시간이다. 2021년을 도전의 해라고 표현해서 개발자로서 중복을 저지르고 싶지 않지만 2022년 역시 도전의 해이길 바란다. 2023년도, 2030년도, 2040년도 그러길 바란다. 다행히(?) 올해는 팀에서도 도전적인 과제가 꽤 있다. 비단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내 스스로도 많은 것에 도전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 그 첫번째는 운동으로 장식해볼까 하는데 다음주의 내가 잘 해내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주변 돌아보기

취준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잊고 살았다. 주변이라 함은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나와 관련 없는 누군가일 수도 있다. 어찌 됐건 이미 다른 곳도 바라봐야 한다는 걸 깨달은 사람으로서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도 가지며 살아가고 싶다.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조금 욕심을 내서 실력도, 사람도 챙겨가는 2022년이길 바란다. 특히 신입이라는 타이틀은 인생에서 다시 얻기 힘들다는 걸 알기에 귀중한 시간을 잘 활용해보려 한다.

좋은 습관 만들기

내 주변엔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특히 최근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신 분은 연차가 꽤 쌓이셔서 조직의 리드로 가셨음에도 어떻게 성장할 지를 계속해서 고민하시는 형근님이시다. 계속해서 좋은 책과 강의를 찾아보시고 꾸준히 알고리즘 문제를 풀어보신다. 회사에 계실 때도 항상 늦게까지 남아서 코딩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셨는데 그 이후의 행보역시 큰 영감을 주심에 참 감사하다. 되돌아보면 항상 옆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느꼈다.

좋은 사람들을 보며 느낀점 중 하나는 그 사람들은 뭐랄까 몸에 습관처럼 배어있는 무언가가 있다. 계속해서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도 있고, 쉴새없이 새로운 지식을 탐구해야 하는 사람도 있고 그 형태가 굉장히 다양하다. 올해는 나도 이런 습관을 하나 정도 만들어 볼까 한다. 처음인만큼 소소하게 끊임없이 질문하기를 습관으로 만들어볼까 싶다. 질문의 대상은 꼭 다른 사람이 아니어도 될 것 같다. 구글이 될 수도 있고 내 자신이 될 수도 있겠으나 중요한건 호기심을 계속 가진채 살아가자는 것. 매번 내 스스로에게 패배했지만 올해는 승리하기를...

마무리, 여담

고작 글 하나 작성하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물론 게으른 내 탓이 가장 크지만 한 해를 글 하나로 보내주기엔 아쉬움이 남았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글을 작성할 때 마다 잘 쓰고 싶다는 욕심에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시간을 쏟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쓰는 실력은 좀 처럼 늘지가 않는다.

안 좋은 기억력 탓에 장황했던 것에 비해 많은 내용이 빠진 글이 적힌 것 같다. 2022년 회고는 한 번에 몰아쓰지 말고 조금씩, 꾸준히 기록해보는 건 어떨까?

2021년에도 잘 끝낼 수 있음에, 기쁜 마음으로 보내 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2022년도 늘 그래왔듯 작년만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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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을 사랑하는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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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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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0일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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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8일

우연히 다른 분의 게시글에서 댓글을 보다가 반가운 얼굴을 보았네요. 덕분에 지금은 작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이 글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항상 노력하시고, 멋있게 사시는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22년도 스스로 만족할만한 시간이 되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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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22일

Very cool, Bin begeistert von euren Touren, thank you
https://noon-st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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