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스타트업들에 대한 회고

Jaemin Kim·2025년 1월 22일

사용자 vs 사용성

2014~2015년쯤 어색했던 상황: UX의 원칙을 구글에서 찾고 인터페이스의 디테일을 애플에서 찾는다
-Sync swift 2022

사용자 경험(UX) 설계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제품은 무엇일까요? 바로 버튼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일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근본적인 역설이 존재합니다. 버튼 하나에 모든 기능이 들어간다면, 그 버튼은 사용자(개발자를 포함한)에게 인지적 악몽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버튼 하나가 하나의 기능만 담당하도록 설계한다면, 이는 아무 준비 없는 사람에게 버튼 투성이의 우주선 조종석을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익숙함의 함정

제품을 기획하거나 개발하는 사람은 자신이 만든 제품에 지나치게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위와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적당히 불편함'이라는 안일한 타협에 머무르기 쉽죠.

사용성을 강조한다며 "이건 다 사용자 위해서야!"라는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성을 활용할 때가 많습니다.

UX는 장치가 아닌 배려

사용자를 진심으로 이해하지 않는 UX 설계는 결과적으로 버튼 하나에도 상충된 철학을 담게 됩니다. 결국 UX의 진정한 본질은 사용자가 버튼을 적게 누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버튼을 누를 때 한 번이라도 덜 당황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용성과 사용자의 균형, 그 사이에 숨은 심리적, 설계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제품의 완성에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의미 없는 유저 트래킹: 데이터를 망치는 세 가지 실수

유저 트래킹은 유용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때로는 트래킹 자체가 의미를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수집할 필요가 없는 데이터를 굳이 수집한다

모든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해서 유용한 정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로그인 버튼을 5초 안에 클릭했는지 같은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정보가 진정으로 사용자의 행동이나 제품 개선에 영향을 줄까요? 데이터를 쌓는 데만 열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정보는 묻히고 쓸모없는 데이터로 데이터베이스만 비대해집니다.

2. 수집한 데이터를 신뢰하지 않는다

숲에서 나무가 쓰러질 때 아무도 듣지 않으면, 소리가 난다고 할 수 있는가?

데이터는 수집이 끝이 아니라 활용이 시작입니다. 그러나 때로 의사결정권자들은 데이터를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A/B 테스트에서 '버튼 색상이 파란색일 때 클릭률이 높다'고 결론이 나더라도, 이미 정해둔 디자인 방향이나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데이터를 무시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결국 데이터는 의사결정의 참고자료로 남을 뿐, 결정의 중심이 되지 못합니다. 이는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수집한 리소스와 시간까지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데이터는 신뢰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애초에 관심 밖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3. 사용성을 강제한다

"너, 납치된거야."

사용성 강제는 유저 트래킹을 의미 없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입니다.

가령, 사용자가 원하는 행동을 파악하고자 하는 단계에서, 제품이 의도적으로 특정 행동만 하도록 강제한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 사용자는 우리가 설계한 틀 안에서만 행동하게 되고, 그 결과 사용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을 알 방법이 없어집니다.

이것은 마치 이미 완성된 그림을 유저에게 보여주고 "이제 원하는 것을 그려보세요" 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유저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누구의 책임인가?

책임 소재를 따지는 건 때로는 무의미한 일입니다.

기획자는 뜬구름 잡는 아이디어조차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만들었습니다. 개발자는 그 아이디어를 얼추 돌아가게 만들었죠. 마케터를 탓하자니, 우리가 쓰는 물건 중 대다수는 사실 마케팅 없이도 스스로 선택해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결국, 시동조차 걸리지 않은 자동차에서 엑셀을 밟아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책임이 아닌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사용자는 단순합니다. 필요하면 쓰고, 필요 없으면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제품을 처음 시작한 그 아이디어가 지금도 여전히 가치가 있는가?입니다.

문제는 제품의 실패가 아니라, 그 실패를 통해 본질적 질문을 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이 제품은 진짜 세상에 필요했던 걸까?" 혹은, "이건 단순히 세상에 없었던 것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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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따개비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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