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해외 SW프로그램 후기

왔다 정보리·2026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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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미룰 수 없다 SW프로그램 후기!
예전에 어느 정도 써두고 미루고 있었는데 이제 정말 미룰 수 없다..

벌써 미국에 다녀온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친구들이랑 미국 얘기를 할 때마다 우리가 미국에 있었던 게 전생 같다고 하는데 정말.. 실감이 안 나고 내가 또 미국에서 두 달이나 살 기회가 있을까?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나의 기억이 더 지워지기 전에 후기를 써보자 싶어 다시 블로그를 작성하게 되었다.

Irvine Tech Hub

Irvine Tech Hub 홈페이지 : https://www.irvinetechhub.com
교육 기간 : 2024.01.02 ~ 2024.02.08 (6주)

우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위치한 Irvine Tech Hub에서 6주간 프로그램을 들었다. 우리가 진행한 프로그램의 이름은 해외 인턴십이었으나, 인턴십이라기보다는 해외연수 혹은 교육 프로그램에 가까운 경험이었다. 첫 번째 날에 간단한 실력 테스트를 진행하였고,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6개 조로 나뉘었다. 6주 동안 해당 조로 Business Project, Technical Project를 진행하게 되었다. Business Project와 Technical Project는 아예 다른 아이디어로 병렬적으로 진행이 되었으며 자세한 건 밑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Business Project

Business Project는 말 그대로 하나의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상해보는 프로젝트였다. 사실 처음에는 Technical Project보다 Business Project가 더 막막했다. 워낙 아이디어를 내기 어려워하는 성격이라 그랬던 것 같은데 팀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걸 보고 나도 용기를 내서 몇 가지 던져봤던 거 같다.

우리 조의 주제는 "NoBlank"라는, AI를 활용한 스마트 노트 어플이었다. 아무래도 모두 대학생이기도 하고, 수업을 듣다보면 필기는 거의 필수적으로 하게 된다. 우리는 대부분의 학생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했다.

공부하다보면 "이거 나 다 아는데?" 하고 넘어가는데 정작 자기가 진짜 아는 내용인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빈칸을 일일이 손으로 뚫기도 번거롭다. 그리고 수업을 녹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길이가 길어서 결국 다시 안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대부분 수업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수업 내용을 그 자리에서 전부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NoBlank의 핵심 기능을 다음과 같이 잡았다.

  1. 키워드 블러링 — AI가 중요한 부분을 자동으로 골라 블러 처리해준다. 블러된 키워드를 맞춰보며 공부하고, 새로고침하면 블러되는 키워드도 매번 새로 바뀐다. 그래서 같은 페이지로도 계속 셀프 테스트가 된다.
  2. 페이지별 녹음 요약 — 녹음된 음성을 글로 요약해주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까지 함께 정리해준다.
  3. Drag and Search — 모르는 단어를 드래그하면 AI가 뜻을 알아서 검색해준다.

노트 어플이다보니 주요 타겟은 학생으로 잡았고, 노트 기능 자체는 무료로 쓰되 구독과 광고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그렸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User Persona, Market Research, Business Model Canvas로 계속 다듬고, 엘리베이터 피치도 진행했다. 최종적으로는 우리가 구상한 사업을 피그마로 데모 화면, 홍보 웹사이트를 만들고, 광고 영상까지 찍으면서 마무리했다. 계속 아이디어를 내고 대화를 해야 하다보니 처음에는 어색했던 팀원들도 점차 편해지고, 더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됐던 것 같다.

Technical Project

Technical Project는 말 그대로 개발 프로젝트였다. 우리 조는 기존에 있던 ERP 앱인 "ERPNext"와 운송 회사 "ShipStation"을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ERPNext가 뭔지도 처음 들어봤는데, 찾아보니 회계·재고·주문·배송 같은 걸 관리해주는 오픈소스 ERP 소프트웨어였다.

프로젝트는 일단 기존 코드에서 ERPNext Shipping이라는 모듈의 코드를 뜯어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 모듈에는 이미 LetMeShip 같은 다른 운송 회사들이 연동되어 있어서, 그 코드들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고 API를 어떤 식으로 주고받는지를 하나하나 분석했다.

그렇게 파악한 구조를 바탕으로, 기존 배송사 연동 코드를 참고해서 ShipStation을 붙이는 작업을 했다. 기존 틀은 최대한 유지하고, 새로운 기능은 새 화면을 만드는 방식으로 갔다. 우리 조는 최종적으로 ERPNext Shipping의 기능이랑 ShipStation의 오픈 API를 활용해서 새로운 모듈을 만들고, ERPNext에 설치하는 것까지 진행했다. Business Project와 Technical Project를 동시에 진행했고 역할을 분담했기 때문에 나는 실제로 코드를 작성하지는 않고, 코드를 분석하는 것까지만 참여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다른 사람이 작성한 코드를 분석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짠 코드도 나중에 보면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남이 짜둔 코드를 파악하는 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 주석까지 전부 영어라 읽는 속도가 더 느려졌다. 그래도 코드를 분석하는 것 자체는 업무를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외 과제

크게 진행하는 두 개의 프로젝트와 별개로 중간중간 간단한 과제도 있었다. 웹 스크래핑 + 데이터 분석 과제가 있었는데 둘 다 처음 해보는 분야라 하루 일정을 끝내고 시간을 꽤 쓰면서 진행했다.

간단히 말하면 공개된 데이터가 있는 웹사이트를 골라서, 직접 스크래퍼를 짜서 데이터를 긁어오고, 그걸 분석·시각화까지 해보는 과제였다. 추천 사이트로 Indeed나 Etsy 같은 게 있었다. 처음에는 무신사 웹사이트를 스크래핑하려고 했으나, 쉽지 않아서 결국 추천 사이트로 진행했다.

웹 스크래핑은 파이썬으로 BeautifulSoup이랑 Selenium 같은 라이브러리를 써서, HTTP 요청 보내고 HTML 파싱하고 원하는 데이터만 뽑아내는 작업을 했다. 정적 스크래핑이랑 (자바스크립트로 그려지는 페이지를 다루는) 동적 스크래핑의 차이, 그리고 웹 스크래핑과 웹 크롤링이 어떻게 다른지도 함께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데이터를 뽑아낸 뒤에는 분석하고 시각화까지 진행했다. 긁어온 데이터를 CSV로 만들고, Pandas로 평균·중앙값·표준편차 같은 기초 통계를 뽑아봤다. 그리고 "이 직무의 평균 연봉은 얼마일까?" 같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질문을 세워서, Matplotlib으로 히스토그램·막대 차트·선 차트를 그려 답을 찾아보는 식이었다. 마지막엔 분석하면서 얻은 인사이트까지 리포트로 정리해서 냈다.

솔직히 스크래핑이나 데이터 분석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막막했는데, 이미 잘 되어 있는 라이브러리들이 많아서 시간을 좀 투자하면 할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라고 느껴졌다.

그 외 미국 이야기

관광

살면서 7주 동안 미국에서 생활을 할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싶어 하고 싶은 건 최대한 하고 한국에 돌아오려고 했다. 6주간 캘리포니아, 1주간 뉴욕에서 지냈는데 같은 미국이지만, 정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우선 날씨가 정말 달랐다. 캘리포니아에서 지낼 때는 지금이 겨울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따뜻했다. 긴팔 가디건만 입을 때도 있었고, 저녁에는 겉옷을 걸치면 좋은 정도라 돌아다니기 딱 좋은 날씨라고 느껴졌다.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여유롭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도 여기에 살다보면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날씨가 좋았다는 뜻이다. 반대로 뉴욕은 여행 내내 눈이 오고 굉장히 추웠다. 눈이 오는 뉴욕도 굉장히 낭만적이었기 때문에 둘 다 좋은 경험이었다.

소소하게 모든 순간들이 좋긴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꼽아보자면 같이 프로그램을 했던 다른 조에 껴서 NBA를 보러 간 것, 그랜드 캐년 투어에 다녀오고 라스베가스에서 노숙한 것, 뉴욕에서 자연사 박물관에 간 것 등이 될 거 같다. 아,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지내는 기간 동안 정말 많은 해변을 가봤다. 다 좋았지만 노을이 질 때 갔던 라구나비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NBA는 특히 기억에 남는 게, 나는 농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그 당시에 다른 조랑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었는데 미국까지 온 김에 NBA를 봐야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일을 추진했다는 거다. 내가 갑자기 끼게 된 거라 나 혼자 좌석이 떨어져 있었는데도 정말 재밌게 구경하고 왔다. 한국에서 농구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NBA는 배경 음악을 정말 박진감 넘치게 깔아서 하나의 공연을 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끝난 뒤에 다 같이 동네로 돌아오고, 우리 숙소는 조금 멀어서 혼자 택시를 타고 온 것까지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랜드 캐년 투어는 말할 것도 없이 대자연에 압도되는 순간이었고 밤에 진행하는 캠핑도 재밌었다. 더 기억이 나는 건 우리가 돈이 많지 않아서 투어 끝나고 숙소를 잡지 않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는 거다. 여자 4명이서 밖을 계속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니 잠깐 카지노에 들어가서 쉬기도 하고, 공항 의자에서 자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때 거울에 비친 우리 모습을 보고 다른 게 아니라 우리가 노숙자다(ㅠㅠ) 그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아침 비행기라 그 시간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싶으면서도 좋은 추억이 된 거 같다.

물론 이거 말고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다. 주말에 샌디에고 여행을 간 것, 디즈니랜드에 간 것 등 앞으로 평생 없을 수도 있는(..) 경험을 미국에서 다 하고 왔다. 사실 일주일이 교육 3일, 자유시간 4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자유시간에 미국 관광을 한 시간이 더 많기는 하다. 거기서도 미국에 온 김에 여기저기 놀러 다니라는 의미로 그렇게 커리큘럼을 짰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감사하다. 뉴욕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은 게 많다. 교육이 끝나고 뉴욕을 관광했던 일주일 동안 총기 사건이 2건이나 있었다는 거라든가, 혼자 센트럴파크 동물원을 구경한 것도 다 좋았지만 미국에서 했던 일을 다 쓰면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일단 그 외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무리하겠다.

그 후 이야기

들어보니 우리에게 해외 SW프로그램의 기회를 가져다주신 교수님이 은퇴를 하셨다고 한다. 사실상 우리가 마지막 불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 모집한 SW프로그램에는 우리가 다녀온 어바인은 없고, 라스베가스에서 4주 정도의 교육 프로그램이 뒤늦게 생겼다고 한다. 과연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

마치며

미국에서 보낸 6주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갔다. Irvine Tech Hub에서도 대부분 한국 학생들과 함께 했고, 숙소도 그렇다 보니 외국인과 대화한 건 생각보다 적었지만, 확실히 좋은 시간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스몰토크가 일반적인 미국에서 좀 더 소통을 시도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아마 돌아가도 어려워했을 거 같긴 하다. 원래 한국에서도 스몰토크를 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래도 티비에서 보던 공원, 미술관, 관광지 등을 실제로 접하고 친구들과 그 순간을 나누던 건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살면서 두 달이나 미국에서 지내볼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 글로 남기지 못한 이야기가 훨씬 많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쓰지만 그래도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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