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을 반 쯤 읽고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출근했다. 잔뜩 흥분된 상태에서 우리팀 디자이너이자 기획자인 H에게도 꼭 읽어보라며 이 책을 건내줬다. 마침 책을 잘못 주문해서 두 권이 생겨버린게 다행이었다. H는 자신이 명절 연휴 동안 이 책을 읽어오지 않는다면 자기 아이폰을 넘기겠다며 자신했다. 몇일 후 아이폰을 기대하고 있던 내게 실망스럽게도 H도 잔뜩 흥분에 가득찬 모습으로 출근했다. 우리는 이 날을 회상하면서, 이 책을 읽은 증거는 '흥분' 이라고 농담했다.

우리가 평소에 나눴던 수 많은 아이디어들을 검증할 방법이 생겼다. 그것도 프로토타입이나 MVP 없이도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H는 더 나아가서 이 기쁨을 팀원들에게도 전파하자며 자발적으로 책 내용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내가 보기엔 팀원들은 같은 전율을 느끼진 못한 듯 했다. 책으로 자신이 재해석하는 과정이 없었거나, 그만큼 간절히 생각해오던 아이디어가 없었거나, 혹은 다른 이유이거나.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하거나 서평을 할때는 단순히 책의 내용을 옮기고 소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책에서 말하는 내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리토타이핑이라는 단어에 담긴 철학과 뾰족한 예시들이다. 그것만 설명해보자.

사업화 아이디어를 찾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사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책과 영화는 보다가 포기해서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만,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느낌이 이 책에 딱 들어맞는다. 저비용으로 아이디어 하이웨이를 여행하는 사람들, 엄지손가락 하나랑 백팩하나 매고 목적지를 찾아서 이리저리 해매는 히치하이커. 진짜 목적지를 찾기 위해서 이리저리 물어물어서 도착해야하는 것까지. 그럼 그 안내서를 딱 필요한 정도만 살펴보자.

생각랜드와 프리토타이핑

어느날 떠올린 기가막힌 아이디어

'아기들 똥을 부모들이 매번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부모들은 아이들 건강상태를 늘 걱정할 테니까, 간단하게 매일매일 성분을 검사할 수 있게 해주면 너무 좋겠는데? 이걸 안좋아할 부모는 없을 껄'

나는 태생적으로 흥분을 자주하는 걸까. 몇 년전에 이런 아이디어로 또 들떴던 적이 있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선배들과의 저녁 약속 중에 번뜩 떠올랐던 아이디어가 집에 돌아가는 버스 내내 나를 흥분시켰다. 너무나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생각됐다. 침대에서 잠이 들기 전까지 '똥 검사', '대변검사 비데' 를 검색하며 잠들었다. 나는 아이는 없었지만, 분명히 내 아이가 생긴다면 매일매일 대변을 모니터링하면서 건강상태를 알고 싶을 테니까! 뭘 먹었고 뭘 배출하는지.

나의 늦은 실행력 덕분에 잔뜩 흥분한 상태는 점점 사그라들었고, 어느새 이 이야기는 빛바랜 아이디어가 되었다. 나도 아빠가 되고 자녀가 생기니, 그때의 생각은 어리석었다는걸 깨달았다. 아이디어 자체에 정답이 어딨겠냐만은 적어도 나는 그 아이디어의 고객은 아니였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강한 존재였고, 아이들의 건강은 색깔만으로도 어느정도 모니터링됐으며 필요하면 금방이라도 찾아갈 수 있는 소아과가 집 주변에 3~4군데는 있었다. 매일매일 성분까지 분석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몇몇 위험한 희귀질병을 모니터링하는 수단으로는 여전히 좋은 아이디어일 지도 모르겠다.

생각랜드

생각랜드는 나 혹은 우리 팀의 생각안에서만 갇혀서 의견을 내고, 결론을 만드는 곳이다. 아이디어가 별로라는걸 깨달은 지금도 사실은 생각랜드 안에서의 결론일 뿐이다. 생각랜드는 이처럼 긍정오류와 부정오류들을 일으키는 곳인데, 이 곳에서 수 많은 좋은 아이디어들이 죽어나가고, 오히려 나쁜 아이디어들이 제대로 된 척 둔갑한다.

생각랜드를 벗어나는 방법

그럼 생각랜드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간단했다. 미래의 사용자들이 답을 알고 있다.
설문조사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늘 좋은 답변을 해준다. 특히 얼굴을 마주한 상태에서는 더더욱.
설문조사 대신에 pretotyping하라

pretotyping의 핵심 3가지

준비는 최대한 빠르게!
진짜처럼 속여라!
손해를 끼쳐라!

(뭔가 좀 폭력적으로 느껴진다면, 그냥 내 글이 그런것이고, 책에는 훨씬 고급스러운 언어로 잘 포장되어있다.)

생각보다 가까운 프리토타이핑

정말 재밌는 예시

https://youtu.be/XVnqSIVG6WE

혹시 이것도 프리토타이핑?

the right it : '될 만한 놈' 보다는 '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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