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진과 엔지니어가 온전히 같은 생각을 가지고 나아가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서로의 배경과 목표가 조금씩 다른 것이다. 주니어 시절에는 회사의 경영적인 의사결정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연차가 올라가면서 경영진들의 상황과 결정에 대해서 더 많이 듣고 접하게 된다. 그런 경험 가운데 이런건 좋았고, 이런건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들이 있어 정리해 본다.
회사에 아직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제품이 존재하지 않을 때 경영진들은 어떻게든 새로운 일을 만들고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려 한다. 반면 엔지니어들은 한 번에 한 가지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원한다. 엔지니어들은 대게 회사가 새로운 판을 벌이고 싶으면 이전 판을 접고 피벗을 하길 원하고, 기존 것을 유지하면서 새판을 벌이고 싶다면 새로운 팀을 두기를 원한다. 어느 회사에 가더라도 이 두 조직은 정도는 다르지만 크고 작은 이런 의견 충돌을 겪는다. 회사는 회사 나름대로 사업을 확장해야만 하고 엔지니어들은 전혀 다른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데 한계를 느낀다. 새 일을 위해 새 팀을 만드는 건 비용이 많이 들고 리스크가 크다. 그렇다고 하나의 사업만 하는 것도 회사 생존의 문제가 있고 똑같이 위험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재활용에 목숨을 걸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제품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극단적으로 늘리고 변경은 최소화하여 일을 확장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이 늘어나도 우리의 기반으로부터 하나의 탑이 일관되게 쌓여가는 느낌이 들게 하고, 계속 제품이 선형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다. 이것 저것 계속 기반만 닦고, 똑 같은 길을 도도리표처럼 다른 방법으로 반복하는 느낌이 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그냥 느낌의 문제가 아니라 제한된 자원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효율의 문제이다.
경영진들은 엔지니어들에 비해 회사의 재무 상황에 큰 압박을 받는다. 엔지니어들은 월급이 잘 나오면 상대적으로 돈에 대한 스트레스는 덜 받는다. 경영진들은 엔지니어들에 비해 더 큰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시작했고, 엔지니어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더 적다고 느낀다. 그래서인지 경영진들은 종종 무리를 해서라도 무언가를 지금 당장 빨리 얻고 싶어 했다. 이런 결정은 대부분 실제 일을 하는 엔지니어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고 두 조직 사이에 갈등을 일으켰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곤 한다. 뭔가를 급히 얻는 선택 대신, 그것을 얻는데 필요한 일에 투자를 하는데 집중하는게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씨를 뿌리고 열매가 맺히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원하는 곳에 투자를 하고 결과가 굴러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사실 이 부분에 대한 나의 의견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급하게 먹는게 좋지 않은 걸 알지만 어떤 경우는 그렇게라도 먹어서 힘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게 급하게 먹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사업을 하면 좋겠다. 그리고 급하게 먹는데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그 선을 넘지는 말아야 한다.
무언가를 무리해서 당장 해야한다는 경영진의 설명 중에 가장 설득력 있었던 말이 생각난다. 그때 그는 똑같은 일을 오늘 하는 것과 내일 하는 것은 시장에서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이미 누가 해본 걸 나도 내일 했다고 말하는 건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 말에 설득되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무리해서 일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다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오늘 이루고 싶다면 어제부터 준비하고 투자를 했어야 한다. 기초 공사를 하지 않고 높은 건물을 올릴 수 있는 길은 없다. 기초 공사 없이 높은 건물을 올리기 시작하면 곧 무너질 일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