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 해를 상징하는 단어를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나는 ‘고통’이라는 단어를 꼽고 싶다. 그리고 몇 장의 단어를 더 뽑을 수 있다면 ‘부끄러움’이라는 단어도 뽑고 싶고 ‘실패’ 같은 단어도 기어이 한 장 더 뽑고 싶다.
경력직 개발자로 취업한 나. 일을 시작한지 이제 3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여러가지 부담감이 나를 찾아온다. 당장 뭔가 성과를 내야 할 것 같은데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아직은 내게 모든 것이 어렵다.
이 회사에 입사하며 ‘막노동’이라는 메타포가 내 생각을 지배했다. 그 중에 나는 나를 아무것으로도 제한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다. 예를 들면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니까 코드만 작성할 거야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자는 것이었다.
판교의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다 유난히 추운 영하의 날씨가 찾아왔다. 면접이라 편안하고 도톰한 패딩 대신 단정고 얇은 코트를 꺼내 입는 바람에 추위가 더욱 매섭게 느껴졌다. 면접장 근처에 일찍 도착해 식사할 곳을 찾는데 추위에 온 몸이
경제적으로 바닥에 내려갔다가 다시 취직을 했다. 그래서일까, 회사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유난한 감사를 느낀다. 변덕스러운 내 마음은 금새 이 감정을 잊어 버릴지도 모르지만 내 기억 속에 꼭꼭 담아두면 좋겠다. 오랜만에 주말 저녁 온 가족이 샤브샤브 집에 가서 외식
볼트를 체결하는 기구물과 관련된 회의에 참석한다. 제품 운영 중 진동에 의해 볼트가 조금씩 풀릴 수 있는 이슈가 있다고 한다. 볼트와 너트 사이의 갭이나 볼트를 조으는 토크가 잘 설계되어야 진동에 의해 제품이 손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정전기가 어떻게
신호 대기 중 폐지를 산더미처럼 리어카에 지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계신 한 할아버지를 본다. 그는 신호가 다 바뀌도록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그의 발걸음은 힘겨워 보였지만 어떤 결심이라도 한 듯 곧게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가끔씩 가게에서 "환불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같은 문구를 본다. 이런 문구를 볼 때면 왜 "안됩니다"라는 분명한 표현 대신 "어려울 수 있다"는 애매한 표현을 쓰는 건지 의아했다. 나는 의사표현이 확실한 편이고 된다 안된다 분명하게 말을 하는 편인데 살아갈수록 이런
퇴근 후 양말을 벗어 빨래 통에 놓는다. 오늘도 빨래통은 내 양말 한 켤레 넣을 틈 없이 가득차 있다. 문득 매일 빨래를 돌리고 널고 개기를 반복하는 아내가 생각난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아내의 삶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십 년 넘도록 같은 일을 하며 불평한 번 한
빨래통을 들여다보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을 견뎌내 온 아내의 삶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윽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도 떠올랐다. 어머니와 아버지와 어려서부터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어오지 못했지만 그들의 지난 삶을 이제서야 떠올려 보니 존경스럽고 위대해 보인다. 가족을 위
정통적인 프로세스라면 수 년이 걸렸을 일을 몇 개월 만에 하려고 한다. 스타트업에서 큰 시간 압박 속에서 일하며 배우게 된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성공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목표 다이어트가 먼저 필요
어느 때부터 세계지도를 가까이 두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노트북 뒷면에도 개발자 스티커 대신 큰 세계지도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 몇 일 전에 새 회사 벽에 걸어두려고 큰 세계지도를 하나 샀다. 우주기업에 다니면 세계지도를 가까이 두면 좋다. 지구를 관측하는 인공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