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3개월간의 부트캠프 일정이 모두 끝나고 앞으로의 개발자 인생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근데 가족이 코로나에 걸리며 저도 확진이 되어서 거의 1주 반 정도의 격리 생활을 보내고 있네요...
이제 몸이 좀 괜찮아져서 제가 걸어온 지난 시간을 회고하고, 깨달은 점들을 정리하여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싶은지 기록하려 이 글을 씁니다. 그리고 이 글로 인하여 저에게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대학교 졸업이 다가올 때 어떤 일을 하며 삶을 영위하고 싶은가? 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때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고, 희미하게 제가 꼼꼼한 성격이며, 손으로 하는 일과 그중에서도 컴퓨터로 하는 일에 재미를 느낀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들이 무색하게 저는 일단 아무데나 들어갔습니다. 취업 준비며 자소서도 필요 없는 곳에 들어가서 일단 회사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다양한 직무들을 보고자 했습니다. 들어간 곳은 60명 규모의 IT기업의 특정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업부 팀으로, 직무는 서비스 기획, 마케팅, CS(고객지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는 개발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일할 때, 가장 아쉬운 부분이 고객 지원이었습니다.
저는 공감을 아주 잘하는 성격으로 대충할 수도 있는 고객 지원을 정말 성심성의껏 했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배웠다기보단, 그 고객님의 현재 문제 상황이 너무 잘 상상되어서 자발적으로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사업팀의 입장에서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결국 CS의 최종지는 개발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엔드 유저가 사용하게 되는 상품(서비스)의 퀄리티구나. 상품이 좋으면 영업과 마케팅도 훨씬 더 수월해지고, 상품 개선이 빠르게 되면 고객지원 또한 쉬워지는구나. 그래서 그 상품을 만드는 개발자가 되고싶다고 계속해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발자로의 커리어 전환을 결심했습니다.
(1) 개발자는 회사 전체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직무라 생각하였고,
(2) 훨씬 더 큰 고민들과 지식들이 필요한 직무라 느꼈기 때문에,
그리고 (3) 고객에게 효용을 주는 프로덕트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의 예상에 대부분 맞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커리어 전환의 동기부터 고객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클라이언트 단을 담당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이 하고 싶었고, 이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겪어보니 IT기업에서 개발자가 정말 회사에 큰 임팩트를 주는 코어 인력이었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책임감과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경험, 그리고 그것이 쌓여서 팀의 자랑스러운 프로덕트가 된다는 경험이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예상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개인의 노력에 따라 더 올라갈 수 있는 스텝이 많다는 것이고, 계속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발을 하면서 난생 처음으로 "열정이 눈밖으로 바로 표출되는 사람"이라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 🔥 🔥
제 열정이 눈으로 표출이 될만큼 어떤 일을 열심히 한 것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 열정은 문제 해결을 향한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문제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 정말 싫습니다. 평상시에는 그런 문제들을 최대한 예방하고 회피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개발에서는 문제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문제를 회피하기보단 빠르게 돌파하고자 했습니다. 왜냐면 너무 싫으니까 빨리 없애버리고 싶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저도 모르던 저의 전투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점점 문제를 대하는 자세가 "그래 또 나왔니? 오늘 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열정적으로 문제 해결을 향해 달렸던 것 같습니다.
이런 자세가 앞으로도 바람직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부트캠프를 하면서 느낀 것은 문제 하나하나를 부술때마다 그 기쁨이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발이 재미있고, 더 잘하고 싶습니다.
솔직하게 밝히자면 저는 개인 플레이를 선호했었습니다. 그리고 부트캠프 시작 때는 제가 무조건 잘할 것이라는 자만심도 분명히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나 혼자 다 잘할 수 있어! 결국 내가 엄청나게 잘하면 되는거잖아?"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혼자 다 잘할 수 있어요. 시간이 무한하다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희의 시간은 정해져있고, 현업에서는 촉박한 마감기한이 있습니다. 두 번의 프로젝트와 한번의 인턴 경험을 지나고 나니 "나 혼자 잘하면 돼!"는 멍청한 소리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좋은 개발자는 (1) 빠르게 문제상황을 파악하고 (2) 이를 효과적으로 팀에게 알려 (3) 집단지성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며 동기들의 도움들이 없었더라면 절대 시간 안에 못 끝냈을 것입니다.
이제는 큰 코 다쳐버렸으니, 자만심은 다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배워가고 있습니다. 많이 질문하고, 집단지성으로 해결하고, 이를 공유하여 모두의 지식이 곧 내 지식이 되는 개발 문화가 효율적이고 바람직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개발자가 되면 사람들을 덜 대해도 된다? 🙅
물론 고객을 직접 대하는 경험을 줄어들 수 있지만, 사업팀 못지않게 회의와 커뮤니케이션 양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 직장에서 저는 눈치가 빠르고 사람을 잘 대한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었습니다. 또 친화력이 엄청 좋다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개발자를 하면 그런 장점들이 잘 활용될 수 없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예상과 달리 개발자야말로 눈치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필수적인 직군이라 느꼈습니다.
정확하지만 기분 상하지 않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 그리고 팀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여 개발하는 것. 모두 직접적으로 개발 프로세스를 향상시킬 수 있는 요인들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수료식에서 동기들이 뽑은 가장 활기찬 에너지를 주는 사람으로 선정되어 🍋 비타민상을 받은 것이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모습의 개발자가 되고싶습니다.
먼저 같이 일하고 싶은 개발자 가 되고 싶어요. 누가 봐도 이해가도록 깔끔하고 자명한 코드를 작성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모든 태스크를 깔끔하게 문서화하는 개발자가 되고싶어요. 많은 분들께 "남주씨랑 같이 일하고 싶어요", 혹은 "남주씨랑 일하면 일처리가 잘 돼"라는 피드백을 듣고 싶습니다.
비주얼을 신경쓰는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개발을 하면서 미세한 차이가 완성도를 만들어내는 것을 느꼈습니다. 심지어 약간의 스타일 개선만으로 사용자의 경험과 만족감 자체가 크게 향상되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은 물론 스타일까지 완벽한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고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내 프로덕트에 자부심을 가진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끝까지 열심히 책임을 다하여 제 산출물들에 자부심을 느끼고 싶습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우리 회사 서비스 너무 좋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개발자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인생의 1/3를 차지하고 있는 제 직업에서 자기효능감을 느끼는 것만큼 좋은 일이 있을까요? 🥰
그러면 그런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열심히 개발에 매진하고 있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리 서로 이웃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