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차도 안 된 주니어 개발자의 회고

강아G·2021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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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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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 개발자

당시 난 다니고 있던 직장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나이를 먹어서도 지금 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부터 본질적인 고민까지.

난 분명 회사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내 개인의 발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생각에 너무 괴로웠었다. 자기계발을 하고 싶어도 격주마다 며칠씩 야근을 하는 상황에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찰나, 개발이라는 분야는 내게 하나의 기회처럼 느껴졌다. 곧 앞자리가 바뀔 타이밍이었고, 더 늦어지면 이런 과감한 결단을 못 내릴 것 같았다.

그렇게 바로 퇴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국비 학원을 등록했다.

학원 과정은 생각과는 달랐지만, 그로인해 얻은 것도 많았다. 일단 비전공자로서 개발자 지인이 전무했는데, 그곳에서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또, 학원을 다니지 않았더라면 C나 C#을 접해볼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찍먹 수준이긴 했지만.

첫 번째 직장

난 오래 공부하기보다는 바로 실무에 투입되고 싶었다. 그래서 학원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과정이 끝난 뒤에도 학원에 남아 공부했다. 비록 중간에 엎어지긴 했지만, 함께 공부하던 친구와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원서를 넣었다.

몇 군데서 면접 제의를 받았고, 합격한 곳도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선택한 곳은 막 개발팀이 생긴 회사였다. 면접 때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신입으로서는 처우가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체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점도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개발팀은 나와 다른 분 한분이셨는데, 백엔드 담당이었다. 그분과 함께 구축하려는 사내 서비스를 파악하고, 기획부터 개발까지 진행했다.

주니어 둘이서 하느라 프로젝트 세팅에서 애를 먹거나 생전 처음 접해보는 툴을 다루느라 허덕였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정부 지원 사업 선정되는 것과 MVP 개발이 목표였는데, 이걸 성공하니 나름 보람차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봐도 이때가 아니었다면 이런 기회가 있었을까 싶다. 자체 서비스를 주니어가 기획부터 배포까지 진행하는 경우는 드무니까.

퇴사

하지만 아쉽게도 첫 번째 직장은 4개월을 다니고 퇴사하게 되었다. 거기엔 두 가지 반(!) 정도의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성장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었다. 같이 일하시는 분과 많이 노력했고, 대표님께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지만 한계는 분명 존재했다. 인강으로도, 구글링으로도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게 느껴졌다.

결정적 계기로는 12월 31일과 1월 1일에도 일을 하게 되면서 사수가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두 번째는 포지션의 문제였다. TF팀에다 소수 정예였기 때문에 포지션의 구분 없이 일을 해야만 했다. 나는 기획부터 디자인, 안드로이드 코드를 주로 담당했는데 하나를 제대로 하기에도 벅찬 업무들이었다.

어떻게 허덕이며 해냈지만, 문제는 내가 바라는 직군이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는 점이었다. 프론트엔드 주니어로서 배워야 할 기술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다른 일에 집중해야 하는 점 때문에 심란했다.

부가적으로 프론트 쪽의 신기술을 접목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그 기술은 우리 프로젝트에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퇴사를 마음먹었다.

두 번째 직장

첫 직장을 퇴사하고 자바스크립트와 리액트와 관련된 공부를 했다. 현업에서 겪어 보니 내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이후에 어딜 가더라도 이 부분은 꼭 보충해야만 했다.

자바스크립트는 제로초 님의 최신 강의를 들었고, 리액트는 엘리님과 제로초 님의 노드 버드 강의를 들었다. 두 분 다 노하우가 상당하신 분들이라 즐겁게 따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던 8월, 이미 취업한 친구로부터 소식을 들었다. 친구네 회사에서 프론트 직군을 구인한다는 것이다.

친구네 회사는 지방에서 드물게 Vue.js를 사용하는 곳이었고, 바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다듬어서 지원했다. 그리고 인터넷에 ‘프론트엔드 면접 질문’을 검색해서 나름대로 정리를 마쳤다. 진짜 툭 치면 대답이 나올 정도로 반복해서 들여다봤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오픈 카톡에 질문을 올려서 최대한 이해하려고 애썼다. 면접 땐 부족함이 많았지만,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합격할 수 있었다.

입사하고 나서는 기존 코드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존에는 React만 사용해본 터라 입사 전에 Vue를 보고 갔는데도 파악하는 게 꽤 어려웠다. React를 완벽하게 알고 간 것도 아니었고, 이렇게 복잡한 프로젝트는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사수님과 선임이 된 친구에게 물어 가면서 내용을 파악하려고 힘썼다. 컴포넌트 간의 관계나 로직이 이해되지 않을 때는 노트에 그림을 그려 가면서 이해하려고 했는데, 이 부분이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한 달 여 만에 첫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생각보다 이르게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당혹스러웠지만,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슬슬 뭘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방향성을 잃어 가고 있던 차였기 때문이다.

첫 프로젝트는 정부 과제였는데, 기능 일부분을 맡아서 개발하게 되었다. 이때 사수님께 많이 여쭤 보면서 진행했던 것 같다. 귀찮으셨을 텐데도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 사실 이때는 Vue에 적응하는 기간이어서 속도도 많이 느리고, 터무니없는 질문도 많이 했다. 그래도 이 프로젝트를 하고 나서 Vue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실제 업무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두 번째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회사의 자체 서비스 개발이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세세한 기획과 디자인 없이 시작했는데, 두 번째 프로젝트는 달랐다. 사내 디자이너 분들께서 만들어주신 디자인을 피그마로 확인할 수 있었고, 그대로 맞춰 개발을 진행해야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난 회사에서 내가 한 건 디자인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몹시 많이 했다. ㅋㅋ

또 이땐 프론트와 백엔드가 여럿이었는데, 덕분에 협업하는 느낌이 제대로 났다! A기능을 테스트 하면서 B기능을 개발하는 분께 수정 요청을 드리고, C기능을 개발한 분께 에러가 났다고 알려드리곤 했다. 정신이 없었지만, ‘나는 큐로 이루어져있다…. 선입선출….’하면서 순서대로 일을 마무리했다. ㅋㅋ

마지막으로 세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어드민 파트를 맡게 되었다. 빠른 시간 내에 세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건 각 프로젝트마다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있단 거였다. 각 프로젝트마다 집중해야 하는 점을 파악하는 것도 즐거웠다.

세 번째 프로젝트에서 개인적으로 집중해야 할 부분은 요구사항을 잘 정의해서 WBS를 완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분들과 이야기하며, 이 부분을 조율하는 중이다.

정규직 전환

이렇게 바쁘게 일하다 보니 어느새 3개월이 지나 정규직이 되었다. 혹시나 정규직이 되지 못 한다고 해도 여기서 많은 걸 배웠으니 후회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정규직이 되니 더 좋았다. ㅋㅋ 확실히 책임감도 좀 더 생기고.

지금은 위에서 말한 세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당분간은 계속 그럴 것 같다.

앞으로?

개인적으로 토이 프로젝트를 하나 만들었다.
https://hellowhoami.netlify.app/#/

개발 진행기는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다.
https://velog.io/@june_summer/%EB%B7%B0%EB%B0%9C%EC%9E%90%EC%9D%98-%ED%86%A0%EC%9D%B4-%ED%94%84%EB%A1%9C%EC%A0%9D%ED%8A%B8-%EC%A7%84%ED%96%89%EA%B8%B0WhoAmI

지금은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기획부터 배포까지 해보려 한다. 첫 번째 회사에서 한 사이클을 돌아 봐서 조금 자신 있다!

또, 요즘은 파이썬과 플러터에도 관심이 생겼는데, 이를 이용해서 토이를 또 해보고 싶다. 그러면 거의 반년이 지나지 않을까?

남은 반년은 손 놓고 있던 리액트를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파이썬을 배우게 된다면 그걸로 코딩 테스트 연습도 해보려 한다. 마지막으로 시국이 안정되면, 클린 코드나 리팩토링 관련으로 스터디도 해보고 싶다.

참 다사다난했던 2021년이었다. 다행인 것은 아직 내가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거다. 이렇게 처음 회고를 쓰게 되는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지금은 이렇게 의욕적이지만, 나중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때가 되어서 이 글을 본다면 큰 자극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럼 내년 회고까지 안녕!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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