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2022 회고록

장유진·2023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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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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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작년 한 해를 되돌아보는 회고록을 써 보려고 한다.
2022년은 내가 인생 첫 회사인 지마켓에 입사하여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첫 걸음을 내딛은 해였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첫 회사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이었고, 지마켓의 문화와 시스템에 적응하는 기간이었으며, 현직 개발자로서의 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좋았던 것들

우선 프로그래밍 관련해서 취업 준비하며 혼자 공부할 때나 학교에서 팀 프로젝트를 하며 경험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TypeScript 본격적 사용하기

사실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공부하며 타입스크립트는 당연히 공부해보았고 사용해보았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많은 양의 코드가 짜여진 프로젝트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고, 회사 프로젝트에서 마주한 타입은 무척… 엄청… 거대했다… 타입스크립트를 공부하며 이게 왜 어렵지? 그냥 자바스크립트에 타입을 더한 것 뿐인데? 싶었으나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가 타입이었다. 컴포넌트도 많고 데이터도 많으니 타입도 자연스럽게 많고 복잡해져서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사용하다보니 타입이 있음으로 인해 개발이 편해지는 부분이 상당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고, 이제는 자바스크립트보다 타입스크립트가 좋다.

Git 브랜치 전략

개인 git을 사용할 때나 수업에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그냥 각자 아무렇게나 브랜치 파서 바로 main으로 머지하곤 했다. 심지어는 그냥 따로 브랜치를 안 파고 바로 main에서 작업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생각보다 세세한 브랜치 전략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고 사실 지금도 다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프로젝트를 용이하게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브랜치를 잘 생성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여러 모로 얻게 된 개발 지식

내가 입사 전에 사용해본 프론트엔드 라이브러리는 React가 끝이었다. 상태관리도 개념 상으로만 알고 있었고 사용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Next.js와 recoil을 사용하게 되었고 그 외에도 사소한 classNames나 cleandeep이나 swiper같은 이런저런 라이브러리들을 사용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팀에는 ‘타노스’라는 이름의 팀 스터디가 있다. 웹 프론트엔드 관련 지식을 공유하는 스터디인데, 이 스터디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정말 많았다. 지금 생각하니 많이 기본적인 것들이라 민망하지만.. 나는 상태관리 라이브러리가 redux밖에 없는 줄 알았지만 recoil, jotai, zustand, react query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번들러라는 개념도 몰랐지만 webpack, esbuild, vite, parcel, rollup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캐시나 접근성, WebGL 등에 대해서도 접해보게 되었다. 스터디 방식이 자주 바뀌어서 지금은 이렇게 세세한 지식을 공부하는 느낌은 아니고 프론트엔드 이슈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인데, 아무튼 말하는 감자인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된 스터디다.

주변에 개발자 친구가 거의 없어서 개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거나 고민을 나눌 일이 없어 항상 이런 것에 목 말라 있었는데, 회사에 들어와서 이런 욕구가 채워져서 너무 좋다. 혼자서 낑낑거릴 때보다는 훠어어얼씬 좋고,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트렌드와 지식들에 접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코드 리뷰 문화 🤩

코드 리뷰라는 걸 살면서 처음 당해봤는데 너무 좋았다..ㅎ 다른 팀은 모르겠지만 우리 팀은 코드 리뷰를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PR도 이렇게 길게 열심히 써보는 건 인생 처음이었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무슨 생각으로 작성했는지 잘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코드 리뷰 덕분에 실수한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었고, 더 좋은 구조의 코드로 수정할 수도 있었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PR에 작성해서 의견을 나눌 수도 있었다. 그리고 코드 리뷰가 잘 이루어지니까 전체적으로 사고를 칠 일이 줄어드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내가 거의 리뷰를 받기만 했지만 나도 얼른 멋쟁이 개발자가 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리뷰 해주며 도움을 주고 싶다.

QA

QA라는 걸 회사 들어와서 처음 해봤다. 그러니까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잘 동작하는지 테스트하는 과정인데, 개발하는 것보다 QA가 훨씬 더 힘든 것 같다ㅋㅋㅋㅋㅋㅋ 나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수정 사항이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다시 보니 디자인이랑 살짝 다른 경우도 있고, 브라우저 별로 잘 작동하는 지도 확인해야 한다. 크롬, IE, 사파리, 파이어폭스 등등.. 가장 문제가 되는 건 IE다. 제발 빨리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ㅠ 그리고 앱에서 웹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웹뷰 테스트도 해야 하는데,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각각 확인해야 하고 그 방법도 너무 복잡하다. 하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니 어쩔 수 없다..

영어와 글 쓰기와 커뮤니케이션

개발자에게는 코딩도 중요하지만 이 3가지도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구글링할 때는 영어가 필수고, 개발하면서 작업하는 것에 대해 문서를 깔끔하게 작성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능력인 것 같다. 그리고 일하다 보니 pm이나 디자이너, 퍼블리셔 분들과 일할 때가 많은데 내가 원하는 바를 이 분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말로 풀어내는 능력도 중요하다. 요구 사항이 있을 때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예쁘게 잘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무슨 작업들을 하고 있는 지를 잘 공유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쓰다 보니 다 중요하다ㅠ

좋은 팀원들

첫 회사 생활이어서 다른 곳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 팀의 팀원 분들이 다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고 느껴진다. 성격도 좋으시고 다들 코딩도 멋지게 하고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다. 나 빼고 다들 코딩을 잘 한다ㅠㅠ 이런 걸 도대체 어떻게 하지 싶을 정도로 프로그래밍을 잘 하고 좋아하는 분들도 많고, 문서 작성을 정말 잘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그런 사람들 위키 들어가 보면 감탄만 나온다.

다들 착하고 같이 있으면 즐거워서 회사 생활이 즐겁다. 알바하면서 온갖 사람들을 만나보고 나니 우리 팀에는 다 천사 같은 사람들밖에 없다. 무슨 말을 해도 다들 감사하다고 하고 말을 정말 예쁘게 해준다. 1년 동안 지마켓을 다니면서 평생 들을 ‘감사합니다’를 다 들은 것 같다. 코드 리뷰 할 때 기분 나쁘게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여기에서는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우리 팀 사이에는 개발을 열심히 하려는 분위기가 있어서 좋다. 이것저것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고 꾸준히 최신 개발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움직임이 있다. 팀원 분들 보면서 매번 멋있다고 생각하고 따라하려고 (잘 되지는 않지만) 노력하고 있다.

나빴던 것들

사실 나한테 부족했던 건 딱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오글거리지만 그건 바로 열정이다.

(사실 실력도 부족하긴 하지만 그건 새내기 개발자로서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개발자로서 성장하고 싶은 욕심 같은 건 거의 없었다. 소프트웨어학과를 4년 동안 다니면서 나는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좌절한 경험이 너무 많았다. 패배 인식이 이미 내 마음 속에 만연해 있다고나 할까?

1학년 때 들은 C언어 수업에서 조교님이 내주신 과제를 그 자리에서 다 풀고 제출하고 가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그 과제를 끝내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Java프로그래밍실습에서는 자유 주제로 팀 프로젝트를 했는데, 같은 팀이 된 동기도 나도 별 실력이 없는 탓에 간단한 시간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갔다. 기능을 구현하면서 오 된다!! 싶어서 열심히 만들었다. 그런데 다른 팀들은 화려한 여행 플래너,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는 엄청난 게임 같은 것들을 만들어 왔다. 열심히 한 땀 한 땀 만든 내 프로그램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 발표하고 나서 자리에서 쪽팔려서 얼굴이 너무 화끈거렸다.

컴퓨터네트워크개론은 거저 주는 첫 번째 과제 빼고는 다 0점이었던 것 같다. 코드를 손을 대면 댈 수록 망했다. 수업 내용은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5회독을 한 끝에야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4년 내내 이런 일들은 꾸준히 일어났고, 내가 코딩을 못한다는 사실을 매 순간 망치로 쾅쾅 두드려서 각인시키는 것 같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날고 기는 괴물 같은 개발자들은 넘쳐 났고 나는 그런 사람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노력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했고, 나는 절대 뛰어난 개발자는 되지 못 한다고 생각했다. 주는 일들이라도 잘 해내는 게 내 목표였고 누군가를 뛰어넘어 잘 해내야겠다는 건 생각도 안 해봤다. 그리고 역시나 우리 팀에는 내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들처럼 똑똑한 개발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생각이 변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2023년이 되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배정받았는데 처음에 일을 주실 때 팀장님이 ‘세 분이서 ~~ 일을 해 보세요’라고 회의 때 딱 한 마디만 했고, 나는 당연히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에 이미 두 분이 이것저것 찾아보고 간단하게라도 문서를 정리해둔 걸 공유해주셨다. 나는 여기서 굉장히 충격을 먹었다. 아 그냥 당연히 잘 하시는 분들인 줄 알았는데 그런 실력은 철저한 준비와 노력 위에서 이뤄진 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그동안 그냥 날로 먹으려고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날부터 마인드를 고쳐먹고 개발자로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아무리 노력해도 괴물 같은 개발자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뭐라도 한다면 과거의 나보다는 더 뛰어난 개발자가 되어 있지 않겠는가? 노력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좋은 방향이 아닌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기로 했고, 나름 조금씩 실천하는 중이다.

개발 외적인 것들

2021년은 이런저런 일로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2022년은 내 인생이 180도 바뀌어서 좋은 일들만 가득했던 것 같다.

탁구&헬스

현타가 와서 잠시 쉬었던 탁구를 3월에 다시 시작했다. 6년째 하고 있으니 좀 지겨워져서 열심히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탁구장에 다녔다. 결과적으로 이전에는 전혀 하지 못했던 화드라이브와 백드라이브, 백 커트 드라이브를 (랠리할 때만) 나름 잘 하게 되었다! 게임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ㅠ

그리고 하루 종일 앉아 있으니 몸이 썩는 느낌이 나기도 하고 탁구 칠 때 무릎이 자꾸 아파서 다시 헬스도 시작했다. 이제 근육이 잡아줘서 탁구 칠 때 무릎도 안 아프고 힘도 좀 세진 것 같다. 아 그리고 헬스 해서 제일 좋은 건 거북목이랑 라운드숄더가 많이 좋아졌다는 거다!

아토피

드디어.. 거의 21살 때부터 날 괴롭혀 온 아토피와 작별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우연히 에브리타임의 어떤 글을 보고 비타민C를 꾸준히 먹었는데 아토피가 2주 만에 그냥 바로 없어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이없어… 아토피 때문에 고생 진짜 많이 했다. 너무 가려워서 잠도 잘 못 잘 때도 많았고 너무 아프고 따끔거렸다. 얼굴이 퉁퉁 붓기도 하고 하필이면 얼굴 쪽이 심해서 사람들 보기 싫을 정도도 있었다. 밤마다 울고 잘 때도 많았는데 이제 싹 사라졌다!!! 근데 비타민C 1000mg 짜리를 하루에 두 개씩 먹는데 지금도 하루에 한 개만 먹으면 며칠 만에 다시 올라온다. 평생 먹을거다. 비타민C 최고 짱짱맨

치과

21년 10월에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얼굴 반쪽이 갈리고 송곳니가 부러지고 앞니 3개가 신경이 죽었고 입술이랑 눈 위쪽이 찢어졌고 몸 여기저기에도 상처가 났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턱 뼈에 금이 갔었다고도 한다(근데 아프지도 않았고 별 문제는 없었다). 응급실 두 번이나 갔고 인생 처음으로 구급차 타 봤다ㅋㅋㅋㅋㅋ 장장 6개월에 걸쳐서 단국대학교 치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22년 3월에 그 치료가 끝이 났다. 이제 얼굴에는 흉터도 거의 없어져서 사람들이 나 다쳤었는지도 모른다ㅎㅎ 웃을 때 보이는 치아 중에 4개는 가짜다.

뭐니뭐니해도 2022년의 가장 큰 이벤트는 취업이다. 취업한 게 좋았던 제일 큰 이유는 하고 있던 피시방 알바를 그만둘 수 있어서다. 나는 부모님이 반대하셨지만 집을 뛰쳐나와 자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용돈도 많이 안(못) 받고 알바를 하면서 살고 있었다. 당시 피시방 사장님이 진짜 사람이 별로였는데 돈 없으니까 이를 갈면서 알바를 다녔다. 카페에서 공부하다가 최종 합격 메일을 받았는데 바로 짐 싸들고 피시방 가서 알바 그만둔다고 말했다. 취업해서 돈이 여유로워지니까 알바도 안 해도 되고 부모님 눈치 안 봐도 되고 자취방도 반지하에서 2층으로 업그레이드 해서 이사 가고 스트레스 받는 부분이 여러 모로 많이 없어졌다. 이제 나 점심에 초밥 먹고 저녁에 닭발 먹을 수 있다!

올해 목표

2022 회고를 바탕으로 2023 목표를 정해 보자면, 나빴던 것들 부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제 개발자로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한다. 시간이 생기면 틈틈이 공부하도록 공부하고 싶은 것을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고, 토이 프로젝트도 해 보고 싶다.

책도 많이 읽어보려고 한다. 회사에서 전자도서관을 지원해줘서 아주 좋다👍

그리고 최종적인 내 올해 목표는 재미있게 살기이다.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게임도 많이 하고 방탈출도 많이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술도 많이 마시고 재미있는 것들 많이 해서 얼마 남지 않은 20대를 최대한 재미있게 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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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엔드 개발자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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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일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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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0일

글 잘 보고 갑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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