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회고

김련호·2022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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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9년 6개월 동안 다녔던 첫 직장에서 퇴사를 했습니다.
나름 대기업 그룹사에 공채로 입사를 했었는데요.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이 듭니다.

사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내에서 많은 사람을 알고 있었습니다. 사내 시스템을 통해 사내 선후배 이름들을 보니 하나하나 모두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업무상의 커뮤니케이션, 동호회와 이유없이 우연히 친해지기도 했었습니다. 그 순간순간들이 기억이 살아나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특히나 같이 입사한 동기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동기들은 학창시절의 친구들과 거의 동일한 정도의 친구 관계가 되었습니다. 형들, 동생들 모두 입사 후에는 서로서로 어려운 일 도와가며, 서로 하소연도 많이 했었고, 이젠 어엿히 고참 실무자가 되어서 각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서로 돕고 있습니다. 같은 경험을 하고 느낌을 나누었던 사이는 참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이 회사를 다니게 됨으로써 만나게 되었던 모든 사람들이 가끔 생각날 것 같습니다. 그들과의 경험, 기억들이 진한 여운으로 다가오는 하루였습니다.

상실.
퇴사를 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해서인지, 각종 면담들은 모두 최소화되었고 흔한 일이 되어서인지 각 행정처리를 담당하시는 분들도 사무적으로 신속하게 처리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들이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어쩌면 제가 미련이나 아쉬움 같은 감정이 남았는지도 모르겠네요. 모든 행정 과정을 마치고 사원증을 반납할 때는 잘 몰랐는데, 건물을 나오며 로비에서 보안 게이트를 담당하시는 분께 퇴사로 인해 사원증이 없으니 통과를 할 수 있도록 열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곤 이제 이 게이트를 나가면 나는 다시 여기를 들어올 수 없는, 이 회사와는 무관한 사람이 된다는 생각에 어떤 상실감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더 이상 이 건물에 들어올 수 없고, 이 건물에 있는 사람들에 소속되지 않는다. 라는 것이 와닿지 않는 이상한 느낌에 로비에 잠시 멈추었다가 나가게 되었습니다.

새 출발 그리고 성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출발을 해야합니다. 어떤 경험이든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야합니다. 아쉬움, 상실감, 불안함, 막연함과 같은 감정과 함께 설레임이 있기도 합니다. 어쩌면 성장이란 것은, 반복적으로 안정을 깨고 불안정 상태로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일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어떠한 새로운 상황에 빠지든, 처음에는 모두 불안정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무뎌지고 익숙해지면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변해갑니다. 그만큼 성장하고 적응해서 쉬워진 것이겠죠. 그럴 때면 한번 쯤은 과감한 변화를 통해 불안정한 상태로 바꾸어 보는 것도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오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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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이지만 잘 모르고 있던 것들, 모호한 것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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