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3] 의식의 스펙트럼

LILO Ghim·2022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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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이 인지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그레이 스케일로 인식되는 정도만큼의 어두운 운동장을 걸을 때에는
땅 보다는 주로 하늘을 보며 걷게 된다
별이 가지는 관습적 이미지와 그것을 칭하는 단어 그 자체, 그리고 실제의 별.
그 모두를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시골의 꽤 높은 곳에 살다 보니
별을 아주 많이 볼 수도 있고,
어려서부터 지구 과학은 정말 못해서
하늘이나 구름이나 별 같은 것들을 주의 깊게 보려는 것도 있다
내가 어둠에 적응이 되는 것과는 무관하게,
처음부터 밝았던 별이 있기도 하지만
무심코 바라보던 허공에
한참이나 뒤에야 별이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했던 위치에는 애초부터 별이 있었다
이 운동장만 하던지, 한평 남짓한지 가늠 할 수 없는 어둠 속에 나 뿐인줄 알고 살다
내가 아닌 무엇을 인지하고 난 후의 나는,
이전의 의식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것의 실체는 커녕 존재만을 의심했을 뿐인 나의 의식은 그 이전의 나로써 살아낼 수 있을까,
처음부터 빛을 내는 것이 있었던 지점을 정확히 응시하고 있었음에도 인지하지 못한 내 시신경이나,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혹은 원래 있던 무엇을 인식해 버린 후의 내 의식은 이렇게도 절대적이지 못한 데,
나는 무엇으로 살아내야 하는가 말이다


"나는 나로써 인정이 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쓴,
발음하기도 어려운 의식이라는 것에 대한
넘치는 input으로 고통받던 때,
정확히 10년 전에 쓴 글을 우연히 떠올렸다


우연히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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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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