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극복기

김정곤·2024년 7월 23일

오늘은 창피하지만 최근에 내게 온 슬럼프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공유하려고 한다. 이거 보고 연락은 하지 말아주세요... (사실 해주세요)

슬럼프가 온 계기
저번 학기 스타트업프로젝트관리 라는 교양 수업을 듣던 중 강연자 한 분이 초청되어 강연을 진행해 주셨다. 고객 응대를 자동화해주는 작은 스타트업을 운영중이신 대표님이셨는데 여타 다른 학생 창업자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주변의 학생 신분으로 창업을 진행하는 지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개발을 하는데 사용하여 수익을 위한 창업이 아닌 개발을 위한 창업, 창업을 위한 창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번 강연에 오신 대표님은 정말로 본인의 사업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느껴졌고 현재 사업을 확장하는데 모든 노력을 하시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아 이 후 수업이 끝나고 티 타임 약속을 잡게 되었다.

티 타임
대표님은 나보다 두 살이 많은 28살이셨고 아직 졸업을 하지 않으신 분이였다. 분명 강연하실 때는 세상 친절하신 분이였는데 만나 뵈니 굉장히 카리스마가 있으시고 여전히 본인의 말에는 확신이 가득차 있었다. 여러가지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진짜 세상 벽이 느껴지는 똑똑함이 느껴졌고 남자로서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은 분이셨다. 짧은 시간에 배운 점이 정말 많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부분은 현재 대표님은 10명가량의 팀원 및 직원과 함께 일을 하고 계시는데 내가 인턴이라도 팀에 합류를 할 수 있을지 여쭤보자 "본인은 자신의 팀에 A급 인재만을 원한다. A급 인재들은 대부분 살면서 본인보다 똑똑한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한다." 라며 나에게 "정곤씨는 A급 인재라고 확신하시는가요?"라고 물어보셨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얘는 뭔데 별것도 아니면서 말을 이렇게 재수없게 하지?"라거나 "더럽게 오글거리네"라고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A급 인재가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제가 팀에 합류를 할 수 있는 인재가 될까요?" 라고 여쭤보니 정곤씨와는 별개로 현재는 팀을 늘릴 생각이 없지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무조건 책을 많이 읽어라 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3개월마다 밥을 먹자라고 먼저 말씀해주셨다.

3개월간 뭘 하였을까?
그렇게 나는 역시 세상에는 나보다 똑똑한 사람이 많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3개월간 열심히 노력하였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 당시엔 여러가지 시도했다고 생각했지만 크게 보면 전전 3-1 학점따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뭐 대표님께 보여드리려 사이드 프로젝트로 GPT 챗봇을 활용한 MBTI 상담소도 배포를 하고, 창업 관련 공부도 열심히 하였는데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종강 이후에는 열정이 넘치게 여러가지 공부를 시작하였는데 바로 토익, 리액트, 코테 공부를 시작하였다. 토익은 따야 되니까, 리액트는 개발 한다면서 프론트 손도 못대는게 말도 안된다 생각하여, 코테 공부는 코딩을 개발 공부로 시작해서 코드 자체를 깔끔히 적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시작하였다. 뭐 나름대로 다 이유는 있는 선택이었고 종강 후에도 열심히 공부하였다.

다시 뵌 대표님
대표님을 처음 봬고 3개월 후인 7월 초중순쯤에 다시 연락을 드려 밥 약속을 잡고 만나뵈었다. 만나 봬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나에게 처음 여쭤본 질문이 "요즘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이 뭐냐?"라고 여쭤보셔서 바보 같이 토익, 리액트, 코테라고 말씀드렸다. 밥을 먹다가 잘 기억은 안나는데 어쩌다보니 대표님께서 나에게 실망을 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이유를 여쭤보니 스타트업이든 사업이든 꿈이 크고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껴졌던 정곤씨가 결국 하고 있는 일이 네이버 취업 준비처럼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정말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였다. 대표님은 코테 같은거는 정형화된 문제를 푸는 능력이고 본인이 필요로 하는 똑똑함은 정형화 되지 않은 문제를 푸는 능력이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본인이 직원을 선택할때는 절대로 무슨 프레임워크를 사용할줄 아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닌 면접자가 얼만큼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신다고 한다. 그리고 개발은 이 학교 다닐 정도면 와서 당연히 해야 되는거고 같이 이 스타트업을 확장 해내갈만한 진짜 인재를 원한다고 하셨다.

당시 느낀 점
솔직히 자존심은 상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좀 창피하기도 하였는데 맨날 꿈은 크면서 막상 하는 것은 안전한 길만 선택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나는 학점에 목숨 걸고, 토익, SLQD, 정처기 같은 자격증에 관심을 가졌었는데 그 이유가 내가 별 다른 성과도 없고 특별한 능력도 없다보니 나 자신의 능력을 증명시킬만한 학점과 자격증이라도 따야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은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는 회피성 행동이었다. 그래서 대표님께 앞으로 3개월마다 뵙는 게 아닌, 당당하게 내가 이 팀에 필요한 이유와 보여드릴 성과가 생기면 다시 연락을 드린다고 말씀드렸다.

현타
집에 와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3개월간 난 뭘한건지 라는 생각과 그럼 앞으러 뭐해야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풀던 코테도 갑자기 너무 풀기 싫어졌고 사실 뭔가는 하고 싶었는데 그 뭔가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너무 들었다. 정말 내가 큰 꿈을 가지고 있나?라는 생각과 그냥 취업준비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이 잘못 알고 계신거는 리액트, 코테, 토익을 공부한다고 해서 네이버에 취업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요즘 취업도 힘든데 무슨 큰 일을 할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복기
사실 극복 못했다. 그래도 나이 26에 아직 3학년인데 너무 현실적으로만 생각하기 보다는 조금만 더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결론은 났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너무 존중하고 한 가지 기술을 연마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도 있지만 아직 철이 안들어서 한번 태어난거 이름 한번 날려보고 돈도 많이 벌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어쨌든 극복을 위해서 침대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운동도 시작하고 매일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서칭도 해보면서 하루에 많은 시간을 다시 공부에 투자했다.

결론
이 얘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표님을 욕하는데, 막상 만나뵈면 좋은 분이고, 사회성도 진짜 좋으신 분이다. 단지 내가 이런거에 상처 받지 않는 성향인 것을 알고 또 진지한 태도로 대화에 임하니, 그에 맞게 본인이 생각하는 거를 필터링 걸치지 않고 말씀을 해주시는 고마운 분이다. 그리고 실제로 교내에서 최초로 사무실 지원을 1년이상 받고 있는 스타트업이고 투자 제안도 많이 들어오신걸로 알고 있으며 구글에 쳐도 뉴스가 나오는 유망한 스타트업 대표님이시다. 한 가지 느낀거는 성공을 하려면 대표님같은 저런 확신 하나는 필요하겠다 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소식은 대표님은 원래 연락오는 학생들에게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시는데 나를 좋게 보시고 계속 만나자고 해주신거다. 기대에 부응은 못했지만 나도 확신을 가지고 살아보면 좋을 것 같다.
결론은 앞으로 뭘 할지 아직 모르겠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고 또 얼마나 실패와 실망을 겪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주변사람들에게 이젠 좀 당당히 뭔가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앞으로도 성공하기까지 계속 실패하는 모습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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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마스터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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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3일

와… 글 읽고 나니 저도 반성하게 되는 것들이 정말 많네요..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시는 분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3개월 뒤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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