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게임 업계에서 테크니컬 아티스트(이하 TA)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제 3년을 채우고 4년차를 지내고 있네요. 저는 게임 개발 일을 TA로 시작하였습니다. 보통 TA를 2차 전직 느낌으로 보신다면 제 케이스가 특이하다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이 글은 TA를 꿈꾸시는 취업 준비생, 혹은 2차 전직을 고려하시는 재직자 분들이 어떻게 TA 직군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절대 제 견해가 정답도 아니고, 미리 말씀드리지만 지름길도 아니기에 참고용으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불어, 저는 배경과 렌더링 관련 작업들을 주로 담당하지만 이 글은 그런 세부 분야까지 고려하여 쓰지는 않았고 TA라는 직군의 전반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아트로 이 길에 들어섰기에 약간은 아티스트 입장에서 작성되었을 수 있으며 한국에서 일하고 있기에 한국 게임 업계의 TA의 입장에서 작성되었음을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이 글이 오답이다 싶으면 꼭 글을 수정해서 오답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그런 말이 보이지 않으셨다면 제 경험이 TA를 준비하는데 참고가 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고 봐주시면 됩니다.
2017년 가을,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교 복학을 하면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열심히 이것 저것 공부해보고 학원들이 주최하는 세미나들도 다니면서 두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여기서 눈치 채셨겠지만 저는 미술 전공도, 컴퓨터 공학 전공도 아닙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미술이나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셨다면, 혹은 이미 관련된 직무로 일을 하고 계신다면 저보다는 유리한 상황에서 TA를 준비하고 계시는 거라 생각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모델링을 계속 독학하면서도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테크니컬 아티스트란 직무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 때문에 막연히 프로그래밍이 어떻게든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한 공부였습니다. 당시에 42서울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이 1기를 모집하고 있었고 한 달 동안 열심히 C언어를 공부해서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1년 정도 C언어 기반 프로그래밍과 OpenGL을 공부했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컴퓨터 공학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 소프트웨어 설계, 자료구조, 운영체제, 알고리즘, 네트워크, 컴퓨터 구조 등등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 않으셨거나, 프로그래머로 재직 중이신 게 아니시라면 컴퓨터 공학 전반은 아니더라도 프로그래밍 언어 공부 정도는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자연스럽게 자료구조나 알고리즘 정도는 같이 공부하시게 됩니다.
프로그래밍 언어 공부를 추천드리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어떤 언어든 좋습니다. 저는 C/C++로 시작했기에 C/C++을 추천드리지만 어려워서 부담스럽다면 정말 어떤 언어든 좋습니다. (단, HTML, CSS, SQL과 같은 특수 목적의 언어 제외) 프로그래밍 언어가 어떻게 작성되고 작동하는지를 조금만 이해한다면 셰이더를 다루던 언리얼 엔진 블루프린트를 다루던 DCC 스크립트를 작성하던 후디니나 섭스턴스 디자이너와 같은 노드 기반 프로그램을 다루던 훨씬 작업이 쉬워집니다.
프로그래밍을 1년 정도 공부하면서 프로그래머 준비를 계속 이어갈까 아니면 프로그래밍 경험을 잘 살려두고 아트 작업을 다시 본격적으로 해볼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한지 1년 반 정도가 지난 때였습니다. 프로그래밍이 적성에 잘 맞았으나 뭔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드는 일에 가까워 보이진 않았습니다. 저는 뭔가 더 보기에 예쁜 걸 만들고 싶었습니다.
처음 이 길에 들어선 건 아트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프로그래밍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나름의 무기 정도였죠. 아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도 마야를 조금씩 만져보곤 했습니다. 캐릭터 보다는 배경에 더 관심이 많았어서 배경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반년 정도를 언리얼 엔진, 마야, 맥스, 섭스턴스 페인터, 지브러시 등을 사용하며 여러 작업물들을 만들고 여러 회사에 배경 모델러로 지원도 해봤습니다. 면접도 여러번 봤으나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했고, 결국 학원에서 포트폴리오 제작만 도와주는 포폴반에서 반년 정도 포폴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미술 전공자, 혹은 아티스트 재직자가 아니라면 포트폴리오 제작까진 아니더라도 관심있는 분야의 아트 작업을 한번 정도는 해보시길 권장드립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배경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리소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해, 메시든 텍스쳐든 애니메이션이든 리소스 자체에 대한 이해, 색에 대한 이해, 공간에 대한 이해 등은 TA 업무를 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아티스트라면 포트폴리오에 테크 R&D 경험을 추가하자.
프로그래머라면 포트폴리오에 아트 관련 경험을 추가하자.
배경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TA라는 직군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제 포폴을 봐주시던 선생님께서 제가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던 경험을 들어보시곤 배경 모델러를 준비하면서도 길게는 TA 준비도 해보라고 권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배경 포트폴리오의 방향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만들어보고 싶은 배경을 한번 만들어보되 언리얼 엔진의 블루프린트와 머테리얼 등을 사용해서 더 다양한 표현들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예컨대,
등의 시도들을 포트폴리오에 녹였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영상으로 찍어 배경 스샷과 함께 포트폴리오에 넣어두었습니다.
TA를 희망하는 프로그래머라면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는 예제나 아티스트의 작업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기능들을 영상으로 찍어서 포폴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셰이더 코드의 결과물이 될 수도 있고, 인하우스 툴이 될 수도 있고, 최적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포트폴리오로 다시 한번 여러 회사들에 지원을 했습니다. 확실히 전보다 면접 기회도 많았고 아트와 테크를 나름 융화시킨 과정과 결과에 호기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지금 제가 그 때 만든 포트폴리오를 보면 대단한 내용이 들어간 것도 아닙니다. 아트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한참 부족한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아티스트가 막상 하기엔 기술적인 영역으로 보이는 작업, 프로그래머가 막상 하기엔 아트적인 영역으로 보이는 작업이 하나에 녹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아트와 기술을 융합한 시도 자체를 크게 봐주셨습니다.
지원서에도 배경 모델러로 지원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TA가 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래밍 공부 경험도 적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첫 면접에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밍팀 팀장님, 배경팀 팀장님, 아트 디렉터님이 참석해주셨고, 한 면접에서 모델링과 텍스쳐링에 대한 질문과 해시 테이블에 대한 질문을 동시에 받는 진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신입이 면접에서 똘똘하고 완벽하게 대답하기란 쉽지 않죠. 면접 망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대로 아트 표현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해본 경험을 높이봐주신 덕분에 1차 면접을 합격했고, 2차 면접에서 모델러가 아닌 TA로 업무를 해줄 것을 제안 받았습니다.
그렇게 첫 직장에서 배경 TA로 커리어를 시작하였습니다. 비도 내리게 만들고, 바다도 만들고, 모래 폭풍도 만들고, 성벽도 부서뜨리고, 안개도 깔고, 풀도 흔들리게 만들었습니다. 회사에 TA 공용 조직이 생기면서 TA팀으로 옮겼고, Visual Studio를 깔고 셰이더도 작성하고 각종 배경 관련 시스템과 툴도 만들었습니다.
아... 지금 생각하면 사실 다 미흡했던 결과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많이 배우고 경험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히도 다들 격려해주시고 잘 이끌어주셨습니다.
이렇게 TA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한 4년차 주니어입니다. 여전히 매일 새로 배우는 것 투성이입니다.
제가 느낀 TA는 아래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특성 때문에 TA는 아래와 같은 능력이 요구된다고 느낍니다.
때문에 TA를 준비하고 계신다면 아트와 프로그래밍 공부와 별개로 아래 연습들도 해보시길 권장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답이 아니니 참고만 해주세요.
너무 멋지십니다. 이런 글을 쓰는게 누군가에겐 귀찮고 쉽지 않은 일일 수 있지만, 정말 읽는 누군가에겐 단비같은 글이됩니다...!!! 저도 꼭 합격해서 이런 글을 쓰고 싶네요. 인턴 자소서를 쓰다가 지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되돌아보게된 4학년이 열정을 얻고 갑니다!!!
팁들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고,
"비도 내리게 만들고, 바다도 만들고, 모래 폭풍도 만들고, 성벽도 부서뜨리고, 안개도 깔고, 풀도 흔들리게 만들었습니다. 회사에 TA 공용 조직이 생기면서 TA팀으로 옮겼고, Visual Studio를 깔고 셰이더도 작성하고 각종 배경 관련 시스템과 툴도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이 너무 재밌어보여 가슴설레었습니다. 글 지우지 말아주세요!! 종종 읽고 싶습니다 ㅎㅎ
안녕하세요! 좋은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TA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궁금한 점이 있는데 메일로 여쭤봐도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