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즐거움으로 일을 시작하되, 그 즐거움이 사라져도 남을 성장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즐거움으로 시작한 일은 언젠가 반드시 벽에 부딪힌다. 재미로 버티던 감정의 연료가 떨어지는 순간이 오고, 그때부터 일은 ‘좋아서 하는 것’에서 ‘해야 하는 것’으로 바뀐다. 많은 사람이 한계를 느끼는 이유는 즐거움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즐거움만으로 버티려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즐거움은 출발을 가능하게 하지만 지속을 책임지지는 못한다.
일은 결국 책임이 된다. 어느 분야든 반복과 지루함, 갈등과 실수, 불확실한 성과와 불친절한 현실이 함께 온다. 처음의 설렘이 옅어지는 건 예외가 아니라 순서다. 문제는 그때 찾아온 심드렁함 자체가 아니다. 그 심드렁함 앞에서 바로 무너지는 사람은 애초에 즐거움 하나만 붙잡고 있었던 사람이다. 즐거움이 사라졌기 때문에 포기하는 게 아니라, 즐거움 외에 붙들 기반이 없어서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즐거움을 유지하는 법”이 아니라, 즐거움이 사라진 뒤에도 계속 굴러가게 만드는 구조다. 성장 구조가 없는 즐거움은 취미로 머문다. 대체 가능성이 높고 시장 가치가 쌓이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옵션을 좁히는 경로는, 즐겁더라도 직업으로서는 위험하다. 반대로 즐거움이 레버리지 높은 경로와 맞물릴 때(역량이 누적되고 희소성이 커지며 선택권이 늘어나는 구조로 이어질 때) 즐거움은 가장 강력한 장기 성장 엔진이 된다. 즐거움이 사라져도 남는 것은 능력이고, 그 능력은 다시 삶의 무게를 들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