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의 조언은 조언으로만 받아들이세요.

고은연·2021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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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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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대표님들이 내부의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외부의 조언을 받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외부의 조언은 실패합니다. 왜일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외부인이 내부의 문제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외부의 도움을 받는 건 아주 정상적인 겁니다. 혼자 끙끙대고 앓고 있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이 훨씬 좋은거죠.
의지와 무관하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접근방법이 틀렸습니다.

대표님들이 바라보는 "문제"는 "피상적인 접근"일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기능을 구현하고 싶은데 개발자가 안된다고 하네요"

"이유가 없이 서버가 다운되요. 문제를 못 찾겠어요."

"물건은 좋은데 팔리지를 않아요."

조언을 해 주는 조언자 분은 본인의 경험을 통해 최대한 조언을 해 주려고 애쓸 겁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부의 문제를 다 파악하지 못한 채 대표님의 말만 듣고 해 주는 말은, 사실은 조직 내부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볼까요? 대표님이 조언자 분을 만났습니다.

대표님 : "채팅 기능을 추가하고 싶어요."

조언자 : "요새 채팅 기능 구현하기 쉬워요. 웹소켓으로 구현하면 되고, 파이어베이스 사용하면 하루면 만들 수 있어요."

조언자 분의 말은 대표님이 이 이야기를 듣고 회사로 돌아와서 개발자들에게 말합니다.

대표님 : "내가 외부의 저명한 ㅇㅇㅇ 님에게 물어봤는데, 채팅 기능 붙이는 거 아주 쉽다는데, 왜 그걸 못하는거에요?"

개발팀 : 말씀하신 단순한 채팅 기능은 구현하기 쉽습니다.
문제는 저희 시스템의 유저 시스템과 요구하신 채팅 기능에서 필요한 데이터가 맞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순 채팅이 아니라 저희 시스템의 특정 기능을 사용하고 싶으시다고 하셨는데, 이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내부적으로 API를 구축하고 기능을 추가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표님 : 파이어베이스 쓰면 금방 된다는데?

개발팀 : 일단 저희는 데이터베이스로 파이어베이스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특히 사용자 데이터는 민감하기 때문에 RDBMS를 사용하죠.
이기종간의 데이터 교환을 위해서는 둘 사이를 연결하는 API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게다가 팀 내에 파이어베이스를 사용해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익숙해질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도 리스크 중 하나입니다.

조언자분은 단순히 채팅에 대해 조언해 주었고, 하나도 안 틀렸습니다. 문제는 "채팅 기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 말고, "채팅 기능을 우리 시스템에 녹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풀어야 하는 것은 내부 개발팀이라는 거죠.
외부 조언자 분이 직접 회사 내부의 시스템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 시작하면 아마도 내부 개발자분들이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질문이 피상적이라면 대답도 피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이 구체적이 되면 해결책에 가까워지지만 해결책에 가까워질 수록 많은 할 일과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표님이라면, 앞으로도 기술 베이스의 사업을 하실 때 에로사항이 꽃피리라 생각합니다.

더 무서운 경우는 대표님이 외부의 조언을 해결책이라고 믿고 내부에 밀어붙이는 경우입니다.
계속 언급했듯이 외부 조언자는 내부의 상황을 다 모릅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최선의 해결책을 말해주지만, 내부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된 해결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님이 외부의 조언만 믿고 내부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은탄환 따위는 없습니다. 범위를 좁히고 좁히고 좁혀서 남은 해결 방법 중 상황에 맞는 최선책을 찾을 뿐이죠.

외부의 조언은 얼마든지 듣고 오세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신 조언은 조언일 뿐 절대적인 솔루션이 아니라는 것은 명심하세요.

profile
중년 아저씨. 10 + n년차 웹 백엔드 개발자. 자바 스프링 (혹은 부트), 파이썬 플라스크, PHP를 주로 다룹니다.

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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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2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직 기업에서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팀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외부(주로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선생님들)에서 조언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원래 계획했던 일보다 더 많은 기능들이 자꾸 붙어서 나중에는 만들기도 힘들 정도로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조언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과 전문가의 말을 듣는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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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2일

저희 회사 대표님도 어디선가 조언을 듣고 오셔서 이거 어디서 된다던데? 핀테크 앱에서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서 기록 가져오던데? 이런식으로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백엔드 혼자의 입장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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