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칼 뉴포트의 『딥워크(Deep Work)』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읽으면서 계속 고개를 끄덕이게 됐는데, 사실 이 책이 말하는 내용이 내가 작년에 번아웃을 겪고 나서 몸으로 깨달은 것들과 거의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 책 얘기를, 정확히는 "깊이 있게 일한다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가"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뉴포트는 일을 두 종류로 나눈다.
하나는 딥워크(Deep Work). 방해받지 않는 상태에서, 인지적으로 부담이 큰 일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 새로운 걸 배우거나, 어려운 문제를 풀거나, 진짜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시간이다.
다른 하나는 얕은 일(Shallow Work). 별 집중 없이도 할 수 있는 잡무들. 이메일 확인, 메신저 답장, 의미 없는 회의 같은 것들. 분명히 바쁜데, 끝나고 나면 "오늘 뭐 했지?" 싶은 그 일들 말이다.
문제는, 우리 대부분이 하루의 대부분을 얕은 일로 채우면서 그걸 "열심히 산 하루"라고 착각한다는 거다. 나도 그랬다.
책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분주함을 생산성의 대리지표로 삼는다(busyness as a proxy for productivity)."
명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우니까, 사람들은 그냥 바빠 보이는 걸로 자기가 일을 잘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거다. 슬랙에 빨리 답하고, 회의에 다 들어가고, 알림이 뜨면 바로바로 처리하고. 이러면 하루가 꽉 찬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카뱅에 막 입사했을 때 이 함정에 정확히 빠졌었다. 첫 업무 피드백을 받고 나서 마음이 급해졌고, 모든 알림에 반응하면서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데 정작 깊게 생각해야 할 일, 제대로 붙잡고 풀어야 할 문제 앞에서는 늘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번아웃이 왔다.
지금 와서 보면, 나는 그때 얕은 일에 중독돼 있었다.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었는데.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공식이었다.
고품질 생산물 = 투입 시간 × 집중의 강도
같은 한 시간이라도, 알림을 다 켜두고 띄엄띄엄 일한 한 시간과, 모든 걸 끄고 한 가지 문제에만 깊게 파고든 한 시간은 결과물의 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다.
개발자로 일하면서 이건 정말 매일 체감한다. 복잡한 설계를 고민하거나, 까다로운 버그를 잡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힐 때 — 이런 일들은 "잠깐잠깐" 해서는 절대 안 된다. 한 번 흐름이 끊기면 다시 그 깊이로 들어가는 데 또 한참이 걸린다. 깊게 들어가야만 풀리는 문제들이 분명히 있다.
번아웃에서 회복하면서 내가 했던 것들이, 신기하게도 이 책의 처방과 거의 똑같았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일이 다시 좋아졌다. 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 좋은 길"이라고 믿는 사람인데, 얕은 일에 치여 있을 때는 그게 안 됐다. 깊이 몰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일이 다시 즐거워졌다.
뉴포트는 딥워크가 단순히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고 말한다. 깊이 몰입하는 시간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고. 우리가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는가가, 결국 우리가 어떤 세계에서 사는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그냥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어떤 일을 맡아도 잘 해내는, 사고력 자체가 깊은 사람. 그런데 그런 사람은 절대 얕은 일만 하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려운 문제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지루함을 견디며, 한 가지에 깊게 파고드는 시간이 쌓여야만 가능하다.
알림이 끊임없이 울리고, 스크롤만 내려도 자극이 쏟아지는 시대에 깊이 집중하는 능력은 점점 희소해지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의 가치는 점점 높아진다. 뉴포트의 핵심 주장이 이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건, 내가 막연하게 느끼던 걸 정확한 언어로 정리해줬다는 점이다.
바쁘게 사는 것과 깊이 있게 사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진짜 좋은 것들은 — 좋은 코드든, 깊은 사고든, 일에 대한 애정이든 — 전부 깊은 곳에서 나온다.
오늘 하루, 알림 다 끄고 딱 한 시간만 한 가지에 완전히 몰입해보면 어떨까. 아마 그 한 시간이, 분주했던 하루 전체보다 더 많은 걸 남길지도 모른다.
"지루함을 받아들여라" 굉장히 좋은 말이네요. 저도 실천해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