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하드코어 노거래 밀리 캐릭터를 기준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디아블로2를 캐스터 캐릭으로 플레이 하고 있지만,
작성자는 디아블로2의 진짜 재미는 하드코어 밀리 캐릭터를 육성할 때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디아블로2를 플레이하는 유저들과 경험이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대충 하코 맨땅 늑드루/바바/질딘/활아마 여러개 졸업시켜봤고
그 외에도 캐스터 캐릭 한 10개정도 졸업시킨 후 직득으로 셋팅도 시켜봤으니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00시간 이상은 했지 않을까 싶다.
완벽하게 공략을 적은건 아니라도 커뮤니티에 하드코어 밀리캐릭 공략 글도 여러번 적었고,
정보의 추가나 수정 요청도 거의 받은적이 없으니 리뷰를 하기에 충분한 이해도가 있다고 판단한다.
다크판타지 + ARPG 게임이다.
기본적인 스토리인 액트 진행은 있지만, 캐릭터가 강해지는 방법은 몬스터를 잡아 레벨을 올리고, 확률로 드랍되는 아이템을 얻어 장비를 교체하는것 밖에 없다.
디아블로2는 근본적인 '파밍의 재미'의 원조라고 불리는 게임인데, 캐릭터가 강해지는 성장의 재미, 그리고 아이템을 얻을때 경험하는 파밍의 재미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게임이다.
디아블로2는 일부러 유저에게 불편한 상황을 자꾸 강요한다. 물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캐스터 캐릭터들은 스킬 몇번 뿅뿅 쏘면 몹들 다 죽어버리니까 몹 빨리죽이기 타임어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밀리캐릭터를 플레이 하다 보면 나이트메어 진입을 할 때 쯤 되면 무엇인가 게임 흐름이 심각하게 잘못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한두대 맞으면 피통 절반쯤 나가는데 몬스터들은 수십마리씩 몰려오고, 밀리캐릭 특성상 적들과 맞서싸우다 보니 오라/속성강화를 두른 유니크 몹도 많이 만나게 되고, 특히나 '화염강화 몬스터의 커프스익스플로전' 등 체력이 가득찬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운 나쁘면 한방에 터뜨려버리는 '억까'상황도 쉴세없이 나오며, 디아블로2 특유의 '핑 밀림'현상으로 인해서 화면에서 표시되는 캐릭터의 위치와 실제 적용되는 캐릭터의 위치가 달라 몹 한가운데로 순간이동 당해서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물론 다른 상황들은 게임의 '의도된 장치'이지만 핑밀림 현상은 개발자들의 문제가 맞다.)
이러한 불합리 속에서도 사냥을 하며 레벨과 아이템을 모으다, 내가 원하는 아이템이 떴을때의 그 쾌감, 온라인 rpg들에서 아이템을 강화했을때의, 그리고 랜덤박스에서 노리는 아이템이 떴을때의 그 느낌과 비슷한 경험을 유저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_HQtLOVSxo
(G식백과 체널의 디아블로2 디렉터가 말하는 디아블로)
위 영상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디아블로2는 고도로 정밀하게 설계된 슬롯머신이다.
내가 원하는 아이템은 극악의 확률로 드랍이 되고, 다른 캐릭터가 사용 하는 아이템의 개수는 많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간의 간격이 엄청 길기 때문에 꾸준히 파밍한다면 '언젠가는'먹을수도, 못먹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파밍의 템포가 길어지기 전에 아이템 교환을 이용해서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고, 캐릭터의 육성을 더욱 편안하게 하기 위해 재화를 담보로 도움을 받기도 한다.
디아블로2는 개발자들의 광기와 집념이 보일 정도로 레벨 디자인의 디테일이 높다.
디아블로2의 맵들은 몇가지의 특징을 가지는데,
쉽게 파밍할 수 있지만 좋은 아이템은 기대하기 힘든 필드
(머설리엄 , 피트 , 안다리엘)
어렵게 파밍하지만 파밍의 고점을 기대할 수 있는 필드
(디아런 , 바알런)
어려운 육성 과정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주는 필드
(타워)
억까도 많고 난이도도 상당하지만 한번만 뚧으면 되는 필드
(프레이어던전 , 엔야방)
등등이 있다.
여기서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디아블로2의 모든 시스템에는 '리스크'와 '리턴'이 확실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맨땅에서 캐릭터를 키운다는 가정 하에
아이템을 기준으로 하면, 데미지가 높은 아이템은 부가적인 효과가 적고, 추가효과가 가득 달린 아이템들은 꼭 하자가 있다.(물론 고급룬 아이템을 낄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맨땅에서 고급룬을 먹을생각을 하는건 포기하는게 좋다.)
예시를 들면
페이즈블레이드작 초승달
에테리얼 크립틱소드작 서약
이 두 무기가 되겠다.
첫번째 무기인 초승달은 유틸이 완벽한 무기이다.
위의 조건으로 인해 초승달의 저점은 상당히 높으며, 이 무기면 졸업각을 볼 수도 있고(스토리를 모두 클리어 가능) , 액트1에서는 상당히 편하게 사냥할 수 있다.
실제로 페블작 초승달 하나만 끼면 피트/타워/안다리엘 모두 편안하게 돌 수 있다.(물론 다른 아이템 셋팅도 적절하게 갖춰야 한다.)
두번째 무기인 서약은 공격력이 완벽한 무기이다.
이러한 옵션으로 서약을 낀 바바/질딘은 높은 깡 공격력으로 사냥을 편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속을 제외한 어떠한 부가적인 데미지 옵션이 없기 때문에 강타/치피 옵션을 따로 챙겨야 해서 경우에 따라 초승달 보다 사냥이 밀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위 두 아이템만을 비교했을때, 거의 대부분 상황에서는 초승달이 서약에 비해 좋지 않은 성능을 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승달이 서약에 비교되는 것 자체가 벨런스적으로 세심한 관리가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템 제작 난이도의 차이 때문이다.
초승달과 서약의 아이템 제작 난이도를 보자.
바로 이 TC의 차이 / 에테리얼 이 문제인 것이다.
디아블로를 하지 않았던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다적으면 글이 너무 길어지니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에테리얼 크립틱 소드의 획득 난이도가 높다.'
바로 이러한 셋팅에 따른 고점/저점의 차이가 디아블로2 개발자가 가장 세심하고 정교하게 짜놓은 트릭인 것이다.
??? 왜 갑자기 리스크 리턴 설명하다가 아이템을 설명을 하냐?
그것은 바로 아이템 셋팅의 고점/저점의 차이 때문에 자신의 아이템 상황에 맞는 던전을 '선택'할때 , 리스크와 리턴이 명확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다시한번 말을 이어오자면
맨땅에서 캐릭터를 키운다는 가정 하에
당신이 나이트메어 난이도를 다 깼을때의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나이트메어 난이도에서 레벨을 70이상 올리고 헬 진입을 한다.
-> 액트1에서 급사할 확률도 적어지고 보스가 유니크 아이템을 드랍할 '가능성'이 생기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이고 원하는 아이템을 먹을 확률은 몇천~몇만분의 1이며 , '엘리트'등급의 룬워드 뼈대는 기대하기 힘들다.(질딘기준 , 바바리안과 아마존은 레전드소드/블레이드보우를 구할 수 있음.)
헬 난이도에 바로 진입을 해 필드몹과 쉬운 던전에서 사냥한다.
-> 최소 TC 69 보정에 던전에 들어가면 TC78이상 보장됨. 페이즈블레이드/스컬지/발록블레이드/엘리트방어구 등의 드랍을 노릴 수 있지만, 기본 레벨과 스팩도 딸리고 드랍률도 바닥을 치기 때문에 전형적인 도박수이다. 풀린다면 대박이지만 캐릭터가 죽을 확률도 높고 파밍 속도도 느리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고급 아이템을 먹었을 경우에도 또다른 선택지가 생긴다는 것이고, 그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당장 조금 부족한 베이스에 룬워드를 제작하거나, 셋팅을 무리하게 바꿔서 레지가 부족한 셋팅을 해 높은 난이도의 던전에서 파밍한다.
->높은 확률로 레지스트 부족으로 인한 급사확률 증가 / 중급or고급 룬을 성급하게 사용했음으로 다시 먹기까지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요
인내심을 가지고 안정적인 셋팅으로 기회를 본다.
->사냥 속도의 정체로 인해 높은 죽을 확률에 배팅됨 / 추가적으로 필요한 베이스 , 룬 , 셋팅에 필요한 다른 아이템이 드랍될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1번의 상황에 대한 선택지가 계속 주어짐. / 아이템 하나 잘꼈다고 캐릭터가 비약적으로 강해질 확률이 적음.
여기까지 읽었으면 대충 필자가 무슨말을 할려고 하는 것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디아블로2는 결핍에 의한 선택지를 통해 유저에게 리스크/리턴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몹을 잡을때마다 아이템이 나올지 안나올지 '슬롯머신'을 돌리는 재미를 주는 게임이다.
상당히 위험하게 들릴 수 있는 발언이긴 하나, 확률에 주사위를 던지고 승부를 거는 원초적인 즐거움은 게이머라면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파밍의 재미'를 극한으로 살린 게임은 디아블로2가 유일무이하다고 생각을 하며, 영원히 내 마음속에 고전명작 반열에 들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즐기는 많은 분들이 추가적인 개선사항이 없어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디아블로2에 유입될 수 있도록 좋은 패치를 바라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최근 디아블로4 사태와 대규모 해고 등 블리자드 내부/외부에서도 문제점이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굳이 패치를 하지 않고 이 상태 그대로 오래 즐기는 것 또한 원하는 바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