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준 플래티넘을 달성했다.
백준 처음 시작한 것은 23년 2월 1일이다.
유튜브를 보다가 신기한 알고리즘 덕분에 생활코딩이라는 유튜브를 봤다.
뭔가 재밌어보이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는걸 즐기는 나에게 딱 맞는 취미가 될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달려든거라 이클립스 깔았다가 개발자 친구한테 한소리 듣기도 했고, gpt라는걸 알게 되어서 혼자서 독학했었다. 그런데 취미로 공부좀 하다보니 개발자가 되려면 알고리즘을 풀어란다.
알고리즘 어디서 풀어야되는건지 알아보다가 백준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백준을 풀기 시작했다.
약 1달정도 해서 골드5를 찍었다.
처음 배우는거라 아무것도 몰랐고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C++로 시작했으며, 기초가 중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브론즈문제 양치기를 했다.
점수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해서 실버문제에 손대기 시작했고, 결국 골드문제 몇개 깔짝이다가 골드가 찍혔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살면서 가장 즐겁게 공부했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적성에 맞고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는, 그리고 필요에 의해서도 아닌 단순히 취미로 코딩을 하던 거라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다.
솔직히 코딩 처음 하는사람들도 브론즈 문제는 공부좀 하면 바로 풀수있으니..
그렇게 1달쯤 하다가 OO기업의 1차 협력사 인턴 연계 과정 교육을 들었다.
학교 전공 대신해서 듣는거라 수업들으면 3학점도 주고 인턴 기회도 있단다.
그래서 코딩도 그만하고 속편하게 살았다.
그러다 막상 1학기가 끝나고 인턴 과정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나보고 1학기 끝나고 졸업하는 사람은 인턴에 못들어간단다.
사실 4학년 2학기를 6개월 휴학했던거라 1학기가 끝나면 졸업해야 했다.
거기서 멘탈이 1차로 터졌다.
인턴 쉽게 들어간다고 6개월동안 편안하게 들었는데 결국은 못들어갔으니까.
난 그래도 대구에서 2번째로 높은 대학의 기계과라 취업이 쉬운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고 아무런 준비도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백수가 되었다.
그래도 뭐라도 해보겠다고 휴학할때부터 건들였던 빅데이터, 전기, 반도체, 자동차 등등 여러가지를 계속해서 해나갔지만
끔찍하리만큼 적성에 맞지도 않고 흥미도 없었던 일반기계기사는 결국 필기만 합격하는것에 그쳤고, 컴활도 도저히 의욕이 안나서 실기에 떨어지고, 공부 하는것들도 기초적인 교육에 그치고 심화과정은 혼자서 공부하기 너무 벅찼으며(정보도 없다), 인턴경험조차 없는 대졸자였기에 하루하루 썩어문드러지는 기분이었다.
거기에 나를 의지해 줄거라 믿었던 사람들도 내 가치가 없어지자
나에게 관심도 없고,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단순히 자신의 '입장상' 도덕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에게 가차없는 말을 쏟아냈다.
그런말 있지 않은가.. '이전부터 내가 말했던게 맞았다!'(라고 하지만 말한적도 없고 책임지기 싫어서 지나가는말로 넌저시 던졌던 말들이다. 그리고 자세하게 적진 않았지만 한번듣고 절대 까먹을 수 없을만큼 충격적인 말도 많이 했다.)
그러한 언행에 맨탈이 2차로 나갔다.
답이 없는건 나도 잘 알고있었고 인맥도, 경력도, 자소서도, 학점도 없던 아무것도 없던 나에게 크래프톤 정글 교육과정은 썩은지 판단도 할 수 없을만큼 정신이 나가버린 취준생에게 내려준 동앗줄이었다.
그래서 잡았다.
우악스럽게 잡고 처음 보는 입학과정의 문제들을 풀어나가며 제발 합격하길 빌었다.
이번 교육과정이 아니면 사회 진출의 시작이 너무나도 늦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24년이 되면 취업이 되던 말던 독립해서 내 맘대로 살려고 했다.
잘되기 전까지는 집에서 나가지 말라는 부모님의말?
결국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를 옥죄이던 사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글에 왔다.
처음와서 느낀 생각은 정말 정글에 온 느낌이었다.
옆에는 '동료'라고 하지만 결국 같은 공채에서 경쟁을 해야할, 나를 물어뜯을 맹수였고, 나는 한없이 무력했으며 가지고 있는건 오기 뿐이었다.
그래서 알고리즘에 목숨을 걸었다.
비전공자인 내가 그나마 남들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
길가에서 주은 짱돌이라고 할만한, 내손에 들려있는 무기는 수학적 사고력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들이 알고리즘에 비중을 줄일때 나는 계속 알고리즘을 풀었다.
물론 cs공부도 안했던건 아니다. 설날에 모두 출석하며 csapp 책을 읽었고, 남들이 '기초'라고 생각하는 전공 지식조차 발품팔아가며 귀동냥으로 알아갔다.
그렇게 정글 교육과정에 온지 1달하고도 20일이 지났다.
지금은 상당히 풀어졌다.
사람이 참 간사한 동물인것이
내가 정말로 절실하고 부족해서 찾아온 지옥에서도
내 위치가 어느정도 안정이 되면, 내 실력이 이전보다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고 생각하면(그래봤자 신입도 못되는 비전공자)
알게모르게 풀어지게 되는것이었다.
초심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누가 읽을지도 모르고, 심지어 같은 교육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읽을지도 모르지만
나 자신에게 주는 벌이고, 내 트라우마를 드러냄으로써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받아들이고 반성하며 더는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두서없이 적고 부끄럽고 낯간지러운 이야기가 되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비전공자가 1달 반 만에 다른공부와 병행하며 플래티넘을 찍은것은 내가 봐도 비정상적이고 강렬한 집착의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정글 교육과정이 끝날때까지 자신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상기시켰으면 한다.
백준 플래티넘은 자신의 실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닌, 그저 얼마나 문제를 풀었는가에 대한 지표이다.
코딩테스트 합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언제나 겸손하고, 자신에게 엄격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