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 소년, 택배 상하차를 뛰다.

Kyle Ryu·2023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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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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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워서 이런 일이나 하지."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들에게 상처받지 마세요.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닙니다. 패기 넘치는 젊음도 아닙니다. 오히려 계속 깨지면서 실패가 당연해졌습니다.

세상은 결과로 말하는 곳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을 기반으로 더 빨리 실패하고, 더 빠르게 성장하겠습니다. 훗날 결과로 말할 수 있도록, 도망치지 않도록 기록을 남깁니다.

[ 1 ] 세 번의 실패

길게도 써보고, 사진도 많이 넣어봤습니다. 아무도 안 읽을 것 같아서 다 지우고 핵심만 담았습니다.

1) 음성 기반 커리어 플랫폼, 프로리슨

모든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뾰족해야 합니다.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시장조사를 할 게 아닙니다. 무엇이 가장 불편한지 찾아야 합니다. 반대로 실행해서 망했습니다. 해당 분야 프로의 불편함경청하겠다는 의미가 지금의 '프로리슨'입니다.

2) 웹소설 작가 서포팅 플랫폼, 노벨서포터

이번에는 무엇이 가장 불편한지 찾았습니다. 해결책도 꾸준히 테스트하며 검증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제가 생각한 혁신을 이루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겨울이 왔습니다. 투자 기반이 아닌 자생력 있는 아이템이 필요했습니다.

글을 줄였지만 모든 아이템에 전심으로, 밤낮없이 매달렸습니다. 커뮤니티와 자료 분석 후 작가님들, 업계 관계자분들을 만났고 관련 서적도 읽었습니다. 개발보다는 조사와 분석, 발로 뛴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3) 과외 중개 플랫폼, 프로과외

25~80%에 달하는 수수료를 10%로 낮추고 업계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1차 목표였습니다. 누적된 불만과 요구사항도 명확했고요. 플랫폼 특성상 확실한 Lock-In 효과가 없으면 가격경쟁이죠. 혼자라서 버틸 자신이 있었습니다. 구현하고 유지 보수할 핵심 기능도 많지 않았습니다. 출시를 앞두고 과외 앱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출처: 서강학보

이제 '핵심 교훈'과 '앞으로의 계획'을 풀어보겠습니다.

핵심 교훈
[ 2 ] 사업계획서 X, 빠른 테스트 O
[ 3 ] 기술의 함정

앞으로의 계획
[ 4 ] 왜 다시 어려운 길을 갑니까?

[ 2 ] 사업계획서 X, 빠른 테스트 O

스타트업은 최고의 경력자가 모여도 실패합니다. 성공적 엑싯을 경험한 연쇄 창업가의 다음 제품이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사라지는 사례도 보셨을 겁니다. 그래서 더 작고, 더 빠르게 시도해야 합니다.

출처: 구글 최고의 혁신 전문가, 알베르토 사보이아
"대부분의 신제품은 시장에서 실패한다. 유능하게 실행해도 마찬가지다."

맥킨지 출신 대표의 사업계획서도 실패합니다. 완벽한 조사와 전략, 수많은 분석 기법들? 다음 라운드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일단 '될 놈'을 찾아야죠. 그러려면 정말 가벼워야 합니다.

멋들어진 사업계획서 쓸 시간에 아주 가벼운 테스트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투자를 위한 MVP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보다 훨씬 가벼워야 합니다. 각종 지원 사업과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 독이 됐습니다.

초기 대표님들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이 글보다 짧게, 실패한 키워드와 앞으로 풀 주제를 꺼냈습니다. 갑자기 조언을 주십니다. "어려운 주제만 하시는 거 같은데... 사업계획서 써보셨어요?", "어린데 취직이나 해요~ 직장 경험이 없으니까 세 번이나 실패하는 거야."

3~5년 차 경력, 이제 사업을 시작하신 분들입니다. "네, 말씀 다 맞습니다."라고 넘기는 편입니다. 제가 어떤 자세와 밀도로 살아왔는지 모르시니까요. 굳이 꺼낼 필요도 없고요. 오히려 대선배님께서 존중과 격려,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십니다.

[ 3 ] 기술의 함정

세 번째 아이템 '과외 중개 플랫폼', 업계 1위의 웹 기술 스택입니다. 세상에는 jQuery와 PHP 만으로 성공한 회사도 정말 많습니다. 개발을 하다 보면 기술에 매몰되기 쉽죠. 그러나 0에서 1을 만들 때 생각보다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항상 이 기술과 코드가 만드는 사업적 가치에 집중해야 합니다.

가난한 초기 스타트업인데 완벽한 설계? 기술 부도보다 자금 고갈이 빠릅니다. 토스, 배달의민족 같은 100을 따라 하다간 굶어 죽습니다. 일단 0에서 1을 만들어야 살아남습니다. 그들도 처음부터 100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적절한 부채 상환은 중요합니다. 사업적 관점에 치우친 경영자는 기술 부채의 위험성을 간과합니다. 결국 유능한 개발자는 떠나고 고인물만 남습니다. 기업 리뷰를 보니 리액트 리뉴얼을 시도하는데 과도하게 쌓인 기술 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었어요. 기술, 사업 어느 한 쪽으로 쏠리면 안 됩니다. 둘 다 챙겨야 합니다.

[ 4 ] 왜 다시 어려운 길을 갑니까?

과외 앱 살인사건 이후 '치안 공백', '안전'이라는 키워드로 이동했습니다. 범위가 너무 넓죠? 핵심 고객, 누가 가장 불편한지 찾아야 합니다.

'여성'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1인 가구'입니다.

호신용 스프레이? CCTV? 다 좋습니다. 그런데 왜 계속 막연한 두려움이 남을까요? 혼자라는 불안감이 그대로입니다.

여성 1인 가구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출처: The JoongAng

'혼자라는 불안감'을 해결할 계획입니다.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혼자 가면 느립니다. 제가 세우는 가설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가려고요.

지금까지 왜 혼자 했냐고요? 어딜 가든 리더였고, 사람 좋아합니다. 그런데 사람을 이끈다는 것에 얼마나 큰 책임감이 필요한지도 잘 압니다. 확실한 궤도에 오르거나, 정말 함께 풀고 싶은 문제가 아니면 혼자 간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10년을 걸 수 있는 진짜 문제를 만나게 된다."라고요. 엄청난 문제를 찾았을 때 창업하는 게 아니라, 뭐라도 해보면서 실패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가 세 번의 실패, 다음 문제, 지금 이 글입니다.

이 문제가 10년을 걸만한 일이냐고요? 모릅니다. 온갖 시련에 부딪히고 깨져봐야 압니다. 그래도 함께 풀고 싶은 주제는 맞습니다.

실패해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많이 아프겠죠. 하지만 최선을 다했음에도 실패한다면, 그 실패는 다음에 올 위대한 이들의 자양분이 될 겁니다. 그러면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한 거 아닙니까?

출처: https://youtu.be/B9LIYb3BIQ8?si=MetLxJBdAnXe8b6c

업계 선배님께서 제 짧은 인생 굴곡을 들으신 뒤 이런 질문을 주셨습니다.

"대표님, 기껏 과외 같은 쉬운 길 찾고서 왜 다시 어려운 길을 갑니까?"

제가 뭐라고 말씀드렸을까요? 자세히는 말씀 못 드리지만 주제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시켜서'입니다. 제가 배가 불러서, 덜 깨져서 그럴까요? 아뇨, 정말 서럽게 울어봤습니다. 그래서 한 번 사는 인생,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실패할 겁니다. 운이 좋으면 성공할 겁니다. 그래도 끝까지 함께 풀어보고 싶다면, '안전'이라는 영역을 혁신하고 싶다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kyle@prolisten.net

맺음말

이전 글 때문에 저를 금수저라 생각하셨나요? 학벌도 대단하겠지? 부모님은 대기업 사내 부부셨고, 이후 벤처기업을 운영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CEO라는 꿈을 키웠습니다. 큰 부족함 없이 자랐고, 유학을 꿈꿨던 시절도 있습니다. 그런데 삶이란 게 항상 뜻대로 풀리지는 않더라고요.

택배 상하차를 뛰었고, 식당 홀서빙을 했습니다. "못 배워서 이런 일이나 하지."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태풍이 오는 날 우유배달을 하면서 울었던 기억도 납니다. 그렇게 퇴근한 뒤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습니다.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면 자존심 따위는 쉽게 내려놓습니다. 하지만 제 삶의 무게와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나의 겉모습이나 한 면만 보고 모든 걸 아는 듯 훈수 두는 사람을 멀리하세요. 많이 모자라고, 깊이도 얕은 사람입니다.

본인이 제일 잘났다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오만한 자는 '성장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들에게 상처받지 마세요. 무례함과 솔직함은 다른 말입니다. 상호 존중이 결여된 조직과 사람은 반드시 무너집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양한 고민 속에서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기를, 작게나마 힘과 위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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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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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1일

잘 읽고 갑니다!!.. 사업계획서 X, 빠른 테스트 O 색션에서 저도 매번 뼈저리게 느끼는 것 같네요!! 화이팅!!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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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2일

고통없인~성공이란 없습니다. 대신~힘든 고통이 오래지속되면 삶에 실패입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오늘보다 나은 내일를 위해~ㄱㄱㄱ~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화이팅~@@@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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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3일

글 잘 읽었습니다. 좀 다른 질문인데 혹시 서강대생이신가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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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3일

멋지다 멋져 항상 동기부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짱짱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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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4일

막연하게 불안을 느낌 아침에 귀한 글 읽고 힘을 얻어 갑니다. 응원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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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9일

대학생 신분으로 저도 창업을 하고싶다는 꿈을 가지고 개발을 하고 있는데 어쩌다가 읽게 됐는데 정말 좋은 글이네요. 진심으로 응원하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

1개의 답글

힘든것도 당해본 사람이 힘든지 압니다.
그러니 뭘 하든 뭐라도 해내실테고 잘 하실거에요.

저도 28살에 개발자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저런 아르바이트 전전하면서
"공부 안하면 저렇게 되는거야"
하는 말을 수 없이 들었었군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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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26일

저도 군대에서 막연하게 전역하고 졸업하면 창업해야지..!라는 생각만하고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는데 정말 멋지신거같아요 . 너무 잘읽었습니다. 배울점이 많아보이네요. 응원할게요 !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