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2부 1화

이경규·2026년 6월 3일

전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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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균열

1화 가짜 보고서

가짜 보고서는 거짓말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가짜 보고서는 사실을 좋아한다.
정확한 날짜, 실제 회의 이름, 공개된 발언, 익숙한 직함, 검증 가능한 숫자, 누군가가 실제로 했던 말의 일부. 그런 것들을 조심스럽게 주워 담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아주 작은 방향을 심는다. 문장 하나, 접속사 하나, 강조점 하나. 사실은 그대로 두고, 독자가 도착해야 할 결론만 바꾼다.

완전히 틀린 보고서는 반박하기 쉽다.

반쯤 맞는 보고서는 훨씬 오래 산다.

그날 아침, 서울의 정치부 기자들은 거의 동시에 같은 파일을 받았다.

파일명은 건조했다.

ROK OPCON Transition Risk Review / Unofficial Brief
(한국 전작권 전환 위험 검토 / 비공식 브리프)

발신자는 분명하지 않았다.
메일 주소는 해외 정책연구기관의 임시 도메인처럼 보였지만, 몇 번의 포워딩을 거치며 원래 출처는 흐려져 있었다. 일부 기자에게는 메일로, 일부에게는 메신저로, 일부에게는 국회 보좌진을 통해, 일부에게는 방산업계 관계자의 “참고자료”라는 이름으로 도착했다.

본문 첫 줄은 예의 바르게 시작했다.

This brief is intended for policy discussion among friends of the alliance.
(이 브리프는 동맹의 친구들 사이에서 정책 논의를 위해 작성된 것입니다.)

동맹의 친구들.

그 문장을 본 기자 몇 명은 곧바로 눈을 반짝였다.
좋은 문장은 기사 제목을 부른다. 나쁜 문장은 설명해야 하지만, 좋은 문장은 바로 가져다 쓸 수 있다. 동맹의 친구들. 비공식 브리프. 전작권 전환 위험. 한국군 독자 지휘능력. 세종 코어 검증 데이터 이상.

모든 단어가 클릭을 불렀다.

보고서는 길지 않았다.

짧아서 더 위험했다.

긴 보고서는 읽는 사람이 적다. 짧은 보고서는 빠르게 퍼진다. 특히 잘 정리된 표가 있고, 굵게 표시된 문장이 있으며, 누가 봐도 제목으로 뽑기 좋은 문단이 있으면 더 그렇다.

보고서의 핵심 주장은 단순했다.

첫째, 한국군은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둘째, 그러나 최근 서해 11분 사건과 세종 코어 검증 데이터 이상은 한국군의 독자 전시 지휘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셋째, 전작권 전환은 원칙적으로 지지할 수 있으나, 조건이 충족되었는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넷째, 미국 전략자산과 연동되는 확전 민감 상황에서는 동맹 차원의 상호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다섯째, 하현민 정부가 이 절차를 거부할 경우, 이는 전작권 전환이 아니라 동맹 이탈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문장은 부드러웠다.

너무 부드러웠다.

보고서 중간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The issue is not whether Korea deserves OPCON. The issue is whether Seoul can exercise it without creating unacceptable alliance risk.
(문제는 한국이 전작권을 가질 자격이 있느냐가 아닙니다. 문제는 서울이 용납할 수 없는 동맹 위험을 만들지 않고 그것을 행사할 수 있느냐입니다.)

좋은 문장이었다.

그리고 더러운 문장이었다.

자격을 인정하는 척하면서, 행사 능력을 의심한다.
전작권을 반대하지 않는 척하면서, 전작권 이후의 모든 결정을 조건화한다.
한국을 모욕하지 않는 척하면서, 한국의 손을 묶는다.

기자들은 그 문장을 좋아했다.

정치권은 더 좋아했다.

그리고 온라인은 그 문장을 찢어먹기 시작했다.


세종 국가위기관리센터와 대통령실 대변인 라인은 아침 7시 20분에 첫 번째 문의를 동시에 받았다.

“대통령실은 미국 정책권에서 유통 중인 전작권 위험 검토 보고서를 확인했습니까?”

두 번째 문의는 7시 23분에 들어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현민 정부가 미국 전략자산 관련 상호 동의 절차를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사실입니까?”

세 번째 문의는 7시 26분이었다.

“세종 코어 검증 데이터 이상이 전작권 전환 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입장이 있습니까?”

7시 31분, 한 온라인 매체가 첫 속보를 냈다.

미 정책권 비공식 보고서 “한국 전작권 행사, 동맹 위험 키울 수 있다”

7시 36분, 다른 매체가 제목을 바꿨다.

“하현민 정부, 美 전략자산 동의 절차 거부” 논란

7시 41분,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하나가 라이브 예고를 올렸다.

AI 대통령의 위험한 도박? 전작권 강행 뒤에 숨은 반미 본색

8시가 되기 전, 검색어가 움직였다.

전작권 가짜 보고서.
세종 코어 오류.
하현민 반미.
전략자산 동의.
한국군 독자 지휘.
동맹 위험.

가짜 보고서는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종 벙커에서 윤태석 국가안보실장은 그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대형 화면 한쪽에는 언론 제목이 올라왔고, 다른 쪽에는 온라인 확산 그래프가 떠 있었다. 그래프는 정직했다. 사람이 아무리 거짓말해도, 확산 속도는 거짓말을 잘 하지 않는다. 어떤 문장이 어디서 시작해 어떤 계정을 타고 어떻게 커졌는지, 속도와 방향은 흔적을 남긴다.

유서진 소령이 자료를 띄웠다.

“확산 초기 계정군 일부가 4화에서 확인된 중국 축하 전문 확산 계정군, 그리고 3화 워싱턴 보고서 요약문 확산 계정군과 겹칩니다.”

오세규 국방부 장관이 말했다.

“이젠 놀랍지도 않군요.”

백승조 합참의장은 화면의 보고서 문장을 읽고 있었다.

“이 보고서, 군사 용어를 꽤 압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겉으로는 민간 정책 브리프인데, 작전 지휘와 전략자산, 확전 관리 표현을 다룰 줄 압니다.”

하현민 대통령은 말없이 보고서를 읽었다.

보고서 제목 아래 작은 주석이 있었다.

Unofficial. Not for attribution.
(비공식. 출처 인용 금지.)

그 문장이 가장 워싱턴다웠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존재한다.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러나 방향은 만든다.

하현민은 보고서를 넘겼다.

중간에 표 하나가 있었다.

Key Risk Areas
(핵심 위험 영역)

  1. Command decision latency
    (1. 지휘결심 지연)

  2. AI-assisted assessment reliability
    (2. AI 보조 평가 신뢰성)

  3. Strategic asset concurrence gap
    (3. 전략자산 동의 공백)

  4. Interoperability delay tolerance
    (4. 상호운용성 지연 허용치)

  5. Domestic political volatility
    (5. 국내 정치 변동성)

하현민은 네 번째 항목에서 손을 멈췄다.

상호운용성 지연 허용치.

그 문장은 이미 그들이 본 문서 안에 있었다.

Embed through strategic asset concurrence and interoperability delay tolerance.
(전략자산 동의 및 상호운용성 지연 허용치를 통해 삽입할 것.)

가짜 보고서는 비공식 문서의 구조를 알고 있었다.

또는 같은 사람에게서 나왔다.

윤태석이 말했다.

“대통령님, 이 보고서가 완전히 가짜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압니다.”

하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위험합니다.”

오세규 장관이 물었다.

“공식 대응을 어떻게 합니까?”

하현민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보고서 첫 장으로 돌아갔다.

This brief is intended for policy discussion among friends of the alliance.
(이 브리프는 동맹의 친구들 사이에서 정책 논의를 위해 작성된 것입니다.)

동맹의 친구들.

하현민은 낮게 말했다.

“친구가 많으면, 가끔 누가 문을 열었는지 모르게 됩니다.”

백승조가 말했다.

“군에서는 그걸 보안사고라고 부릅니다.”

오세규가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그걸 인맥이라고 부르죠.”

윤태석이 건조하게 덧붙였다.

“외교에서는 비공식 소통이라고 합니다.”

유서진이 아주 작게 웃었다.

하현민은 웃지 않았다.

그는 보고서를 화면에 띄우라고 지시했다.

“이 보고서는 거짓말보다 편집이 더 문제입니다.”

윤태석이 펜을 들었다.

“대응 문안 방향을 말씀해주십시오.”

“보고서를 반박하지 않습니다.”

오세규 장관이 그를 보았다.

“반박하지 않습니까?”

“보고서의 결론을 반박합니다.”

하현민은 말했다.

“사실 일부는 인정합니다. 세종 코어 검증 데이터 이상 가능성은 확인했습니다. 상호운용성 데이터 경로 점검도 진행 중입니다. 전략자산 조율은 중요합니다. 확전 관리는 필요합니다.”

그는 잠시 멈췄다.

“하지만 그 사실들이 한국군 최종 지휘 판단권 위에 외부 동의 절차를 얹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백승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정확합니다.”

윤태석이 문장을 받아 적었다.

하현민은 이어 말했다.

“그리고 가짜 보고서라는 표현은 쓰지 않습니다.”

오세규가 물었다.

“왜요?”

“그들이 원할 겁니다.”

하현민은 화면을 보았다.

“우리가 가짜라고 말하면, 상대는 사실 일부를 꺼내 들 겁니다. 그럼 논쟁은 보고서 진위로 바뀝니다. 우리는 보고서의 진위를 두고 싸우는 게 아니라, 보고서가 유도하는 결론과 싸워야 합니다.”

유서진이 조용히 말했다.

“데이터는 일부 맞고, 라벨이 틀린 경우군요.”

하현민이 그녀를 보았다.

“네.”

그는 짧게 말했다.

“틀린 라벨이 가장 오래 갑니다.”


국회의원회관 6층의 한 회의실에서는 야당 안보특위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정문기 의원은 회의실 중앙에 앉아 있었다. 전직 합참차장 출신답게 그는 종이를 읽는 속도가 빨랐다. 그러나 빨리 읽는 것과 빨리 결론 내리는 것은 달랐다. 그는 보고서를 한 번 훑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그는 첫 문장을 좋아하지 않았다.

This brief is intended for policy discussion among friends of the alliance.
(이 브리프는 동맹의 친구들 사이에서 정책 논의를 위해 작성된 것입니다.)

친구.

정문기는 군 생활을 오래 하며 친구라는 말을 조심하게 됐다. 전장에서 친구는 옆에서 같이 맞아주는 사람이다. 회의실에서 친구는 대개 자기가 만든 문장을 대신 말해줄 사람이다. 둘은 다르다.

보좌관이 말했다.

“의원님, 이 보고서로 정부를 강하게 공격할 수 있습니다.”

정문기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어떻게.”

“세종 코어 오류, 전작권 강행, 미국 전략자산 조율 거부. 세 가지를 묶으면 됩니다.”

다른 보좌관이 덧붙였다.

“언론도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에 기자회견 잡으면 파급력 있습니다.”

정문기는 보고서 중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 문장 누가 썼나.”

보좌관들이 서로를 보았다.

“출처는 아직—”

“그러니까 묻는 거야. 누가 썼냐고.”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정문기는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미국 정책권 비공식 보고서. 출처 인용 금지. 동맹의 친구들. 전략자산 동의 공백. 상호운용성 지연 허용치. 국내 정치 변동성.”

그는 하나씩 읽었다.

“너희들이 보기엔 이게 순수한 보고서냐?”

보좌관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치적으로 활용 가능한 보고서입니다.”

“활용 가능하다고 다 물면 낚시꾼이 편하지.”

정문기의 목소리는 낮았다.

보좌관들은 입을 다물었다.

정문기는 하현민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AI 국방도 불편했고, 전작권 전환 속도도 불안했다. 개발자 출신 대통령이 전쟁을 시스템 설계처럼 생각하는 듯한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전날 밤 세종 벙커에서 하현민의 말을 들었다.

문제는 전작권을 돌려받느냐가 아니라, 돌려받은 뒤에도 실제로 결정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 문장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정문기는 보고서의 네 번째 항목을 보았다.

Interoperability delay tolerance
(상호운용성 지연 허용치)

그는 이 표현을 싫어했다.

군사적으로 지연은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감수되는 것이다. 허용치라는 말이 붙는 순간, 누군가는 늦어도 된다고 믿는다. 전쟁은 그런 믿음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문기는 보좌관에게 말했다.

“정부 공격 논평은 보류한다.”

“의원님.”

“보류.”

그의 목소리는 짧았다.

“대신 질문서를 준비해.”

“어떤 질문입니까?”

정문기는 펜을 들었다.

“첫째, 정부는 세종 코어 검증 데이터 이상 가능성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인했는가. 둘째, 미국 측과 전략자산 조율 문안에서 한국군 최종 지휘 판단권 제한 가능성이 있는 표현은 무엇인가. 셋째, 비공식 보고서의 출처와 확산 경로를 정부는 확인했는가.”

그는 잠시 멈췄다.

“넷째.”

보좌관이 받아 적을 준비를 했다.

정문기는 천천히 말했다.

“전작권 전환을 정치 일정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대통령이 국회에 약속할 수 있는가.”

보좌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정부를 압박하면서도 보고서에 올라타지는 않는 방향입니다.”

정문기는 그를 보았다.

“보고서에 올라타면 누가 운전하는지 모르게 된다.”

그는 보고서를 다시 접었다.

“나는 하현민을 견제할 거다. 하지만 누가 쓴지도 모르는 문장의 조수석에는 안 앉아.”

회의실은 조용해졌다.

정문기는 창밖을 보았다.

국회의원회관 밖으로 기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카메라가 뛰고, 보좌진이 뛰고, 누군가는 통화하며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정치의 하루는 늘 그렇게 시작된다. 누가 던진 문장이든, 국회는 그것을 무기로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무기를 들기 전에, 누가 건넸는지는 봐야 한다.

그게 군인이었던 정치인의 버릇이었다.


워싱턴의 흰 머리 남자는 한국 언론 제목들을 보고 있었다.

일부는 예상한 대로 움직였다.
일부는 예상보다 조심스러웠다.

정문기 의원이 아직 강하게 치고 나오지 않았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그는 그 부분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흥미롭군.”

비서가 물었다.

“정문기 말입니까?”

“그는 하현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보고서에 바로 올라타지 않았다.”

“왜라고 보십니까?”

흰 머리 남자는 잠시 생각했다.

“군인이라서.”

비서는 이해하지 못했다.

“군인이면 더 반응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치인은 좋은 공격거리를 보면 덥석 문다. 군인은 출처를 본다. 적어도 괜찮은 군인은 그렇다.”

그는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정문기는 불편한 인물이다.”

“한국 야당 인사인데도요?”

“야당이라고 항상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미국을 좋아하는 한국인이 반드시 미국이 원하는 한국인은 아니야.”

비서는 고개를 숙였다.

흰 머리 남자는 창밖을 보았다.

“하현민이 국회를 끌어들인 건 효과가 있었다.”

그는 인정했다.

“적어도 일부는 생각하게 만들었어.”

“그럼 다음 단계는요?”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가짜 보고서는 퍼졌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보고서 진위 논쟁에 말려들지 않았다.
정문기 같은 보수 안보파도 바로 올라타지 않았다.
하현민은 공식 대응에서 사실 일부를 인정하고, 결론을 반박하는 방식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렇다면 균열을 더 깊게 만들어야 했다.

보고서가 아니라 사람으로.

“장군의 목소리가 필요하겠군.”

비서가 물었다.

“전직 장성 공동성명입니까?”

“그보다 무거운 것.”

그는 말했다.

“회고록.”

비서는 고개를 들었다.

흰 머리 남자는 천천히 말했다.

“오래된 기억은 새 보고서보다 깊게 박힌다.”


세종 벙커에서는 보고서 확산 경로가 거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유서진 소령은 화면 앞에서 손을 거의 멈추지 않았다.
계정군, 포워딩 경로, 기사 발행 시각, 국회 보좌진 라인, 방산업계 메일링 리스트, 해외 싱크탱크 공유 링크, 중국어권 계정의 인용 타이밍.

가짜 보고서는 퍼질수록 모양을 바꿨다.

처음에는 정책 브리프였다.
한 시간 뒤에는 미국의 경고가 됐다.
두 시간 뒤에는 한국군 독자 지휘 불가론이 됐다.
세 시간 뒤에는 하현민 반미 논란이 됐다.
네 시간 뒤에는 세종 코어 실패론이 됐다.

정보는 확산되며 단순해진다.

단순해질수록 강해진다.

하현민은 화면을 보며 말했다.

“가짜 보고서라는 표현은 쓰지 말라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윤태석이 말했다.

“사건명 말씀이십니까?”

“네.”

화면에 새 내부 사건명이 올라왔다.

FALSE BRIEF / 가짜 보고서

하현민은 그 제목을 보았다.

“false는 거짓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잘못된 방향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유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false positive, false negative처럼요.”

“맞습니다.”

하현민은 말했다.

“이 보고서는 사실 일부를 가지고 잘못된 결론으로 사람을 데려갑니다. 그래서 가짜입니다.”

오세규 장관이 말했다.

“공식 대응문 초안입니다.”

그는 문서를 화면에 띄웠다.

정부는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비공식 문건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 다만 전작권 전환은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기초해 추진되며, 어떠한 협의·조율·검증 절차도 한국군 최종 지휘 판단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다. 세종 코어 관련 검증 데이터 이상 가능성은 독립 절차로 확인 중이며, 정부는 AI를 맹신하지 않고 인간 지휘체계와 민주적 통제 원칙 아래 안보 판단을 수행한다.

하현민은 문장을 읽었다.

“좋습니다.”

윤태석이 물었다.

“대통령님 발언으로 갑니까, 대변인 브리핑으로 갑니까?”

하현민은 잠시 생각했다.

“대변인 브리핑으로 갑니다.”

오세규 장관이 조금 놀란 듯했다.

“대통령님이 직접 나서지 않으십니까?”

“아직은요.”

하현민은 보고서 확산 그래프를 보았다.

“내가 직접 나서면 사건의 체급이 올라갑니다. 지금은 보고서의 출처와 확산 경로를 추적하는 게 먼저입니다.”

백승조가 말했다.

“하지만 공격은 커질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참으실 겁니까?”

하현민은 백승조를 보았다.

“의장님은 전투에서 언제 참습니까.”

백승조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질문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러나 답할 가치가 있는 질문이었다.

“아군 위치가 불확실할 때.”

그가 말했다.

“그리고 적의 주공이 어디인지 모를 때.”

하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렇습니다.”

백승조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 대답은 충분했다.


용산 합참의 작전본부는 세종과 다른 리듬으로 움직였다.

세종은 판단을 모았다.
용산은 보고를 정리했다.
계룡대는 각 군 반응을 수집했고, 해군은 서해 11분 당시 함정 지휘관 진술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었다. 공군은 사천 쪽 공통 위협 라이브러리 점검에 들어갔고, 육군은 창원 K9 패키지 관련 상호운용성 테스트 경로를 확인했다.

합참 작전본부장 최무진 중장은 속보 제목을 보고 욕을 하지 않았다.

대신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얼굴을 찡그렸다.

“이건 누가 탔냐.”

옆에 있던 대령이 대답했다.

“오늘은 제가 아닙니다.”

“그럼 더 문제네. 범인이 여러 명이야.”

대령은 웃지 못했다.

최무진은 기사 제목을 다시 보았다.

한국군 독자 지휘능력 논란 확산

그는 그 문장이 싫었다.

한국군 독자 지휘능력.

그 능력은 기사 제목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훈련장에서, 지휘소에서, 함정 위에서, 조종석 안에서, 통신이 끊긴 순간과 보고가 늦은 순간과 누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지 불분명한 순간에 평가된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걸 기다려주지 않는다.

세상은 제목을 먼저 읽는다.

정보참모가 다가왔다.

“본부장님, 전직 장성 공동성명 초안이 돌고 있습니다.”

최무진은 고개를 들었다.

“누구누구.”

정보참모가 이름을 읽었다.

몇 명은 최무진의 선배였다.
몇 명은 그가 존경했던 사람이다.
몇 명은, 솔직히 말해, 전역 후 너무 말이 많아진 사람들이었다.

초안의 첫 문장은 무난했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동맹의 굳건한 토대 위에서 조건에 기초해 추진되어야 한다.

최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두 번째 문장.

최근 세종 코어 검증 데이터 이상과 서해 11분 사태는 한국군 독자 전시 지휘능력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세 번째 문장.

정부는 미국 전략자산 조율 절차를 정치적 이유로 거부해서는 안 되며, 확장억제 신뢰를 훼손하는 어떠한 시도도 중단해야 한다.

최무진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이 문장, 보고서랑 같은 냄새가 나네.”

정보참모가 말했다.

“예. ‘확장억제 신뢰 훼손’ 표현은 비공식 보고서 확산 계정에서 먼저 쓰였습니다.”

“성명 초안 작성자가 누군지 알아봐.”

“예.”

“그리고 현직 장교들한테 이 성명 돌리지 말라고 해. 선배들이 쓰는 건 막을 수 없지만, 현직이 거기에 댓글 달고 공유하면 골치 아파진다.”

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최무진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해군 함장 쪽 상태는?”

“심리상담 라인 연결했고, 추가 진술은 무리하지 않게 진행 중입니다.”

“좋아.”

최무진은 화면을 보았다.

서해 11분의 함장.

그는 발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그 판단이 맞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언론이 한국군 독자 지휘능력 논란을 키우면, 그 함장은 자기 판단을 다시 씹게 될 것이다. 발포했어야 했나. 아니면 기다린 게 맞나. 내가 망설였나. 내가 나라를 불안하게 만들었나.

군은 그런 식으로 사람을 갈아낸다.

최무진은 그걸 막고 싶었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현장 지휘관 보호해.”

그가 말했다.

“보고서 싸움에 함장 끌어들이지 마. 그 사람은 그 새벽에 자기 할 일을 했어.”

정보참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최무진은 다시 커피를 들었다.

그리고 결국 내려놓았다.

“아, 진짜 이 커피부터 조사해야겠다.”

이번에는 대령이 조금 웃었다.

용산의 하루는 그렇게 계속됐다.

보고서와 커피, 둘 다 맛이 없었다.


대통령실 대변인 브리핑은 오전 11시에 열렸다.

기자들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질문도 준비되어 있었고, 일부는 제목까지 준비한 얼굴이었다. 대변인은 그것을 알았다. 질문은 종종 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하는 제목을 만들기 위해 던져진다.

대변인은 문안을 읽었다.

“정부는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비공식 문건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습니다. 다만 전작권 전환은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기초해 추진되며, 어떠한 협의·조율·검증 절차도 한국군 최종 지휘 판단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합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났다.

대변인은 이어 말했다.

“세종 코어 관련 검증 데이터 이상 가능성은 독립 절차로 확인 중이며, 정부는 AI를 맹신하지 않고 인간 지휘체계와 민주적 통제 원칙 아래 안보 판단을 수행합니다.”

첫 질문은 예상대로였다.

“대통령실은 해당 보고서를 가짜라고 보는 겁니까?”

대변인은 준비한 답을 했다.

“보고서의 출처와 작성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진위 논쟁보다, 그 문건이 유도하는 결론이 사실과 부합하는지를 봅니다.”

두 번째 질문.

“미국 측이 한국군 지휘 판단권을 제한하려 한다고 보는 겁니까?”

“정부는 특정 국가의 의도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문안이나 절차도 전작권 전환의 취지, 즉 한국군 전력에 대한 한국군 지휘계통의 최종 판단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세 번째 질문.

“중국이 전작권 전환을 환영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대변인은 잠시 멈췄다.

이 질문도 예상했다.

“전작권 전환은 특정 국가와 가까워지거나 멀어지기 위한 조치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더 큰 책임을 지기 위한 과정입니다. 정부는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가운데, 대한민국 안보의 최종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네 번째 질문.

“야당에서는 대통령이 전작권을 정치 일정으로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합니다.”

대변인은 문안을 보지 않았다.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이 정치 일정이 아니라 국가 책임의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실제 능력 부족이 확인되면 보완해야 하며, 능력 부족처럼 보이게 만드는 구조가 확인되면 그 구조를 제거해야 합니다.”

브리핑룸이 조용해졌다.

그 문장은 제목이 될 것이다.

대변인은 그것을 알았다.

세종 벙커에서 하현민도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윤태석이 말했다.

“잘했습니다.”

오세규 장관이 말했다.

“마지막 문장은 조금 셉니다.”

백승조가 말했다.

“그래도 맞는 말입니다.”

하현민은 화면을 보았다.

기자들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제 문장은 나갔다.

능력 부족이면 보완한다.
능력 부족처럼 보이게 만드는 구조라면 제거한다.

그것은 정부의 방어선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공격선이었다.


워싱턴의 강이준은 JH 우편함의 흔적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는 한도윤과 함께 로펌 주변에서 확보한 파쇄 문서 조각을 대사관 보안실로 가져왔다. 대부분은 의미 없는 조각이었다. 회의 일정, 점심 주문 영수증, 세미나 참가자 명단 일부, 법률 검토 초안의 페이지 번호. 그러나 쓰레기는 늘 그렇다. 대부분은 쓸모없고, 아주 조금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종이 한 장이 아니었다.

반복되는 머리글이었다.

JH Advisory Routing
(JH 자문 라우팅)

그 아래 일부가 잘려 있었다.

Distribution: FA Forum / NB Systems / HL Field / SA Coord Cell
(배포: FA 포럼 / NB 시스템즈 / HL 현장 / SA 조율 셀)

한도윤이 조각을 보며 말했다.

“FA Forum은 한국 안보포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NB는 넥스브릿지. HL은 에이치라인.”

강이준이 물었다.

“SA Coord Cell은요.”

정무공사가 답했다.

“Strategic Asset Coordination Cell일 수 있습니다.”
(전략자산 조율 셀일 수 있습니다.)

강이준은 피곤하게 웃었다.

“또 전략자산.”

한도윤이 말했다.

“이제 너무 자주 나와서 반갑기까지 하네요.”

“반가우면 병입니다.”

“당신이 옮겼습니다.”

강이준은 조각들을 보았다.

JH는 사람이 아니다.
우편함이다.

그 말이 맞아가고 있었다.

JH는 문서를 흘리는 이름이었고, 책임을 흩뜨리는 이름이었으며, 여러 조직이 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가면이었다. 판교에서 도망친 조한결은 JH 중 하나일 뿐일 수 있었다. 또는 진짜 조한결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때 보안담당관이 새 자료를 가져왔다.

“한국 쪽에서 안보포럼 사무국 계정 접근기록 일부가 들어왔습니다. JH-ADVISORY가 공유한 문서명 하나가 복구됐습니다.”

강이준은 화면을 보았다.

Narrative Deployment Plan / False Brief Amplification
(서사 배치 계획 / 가짜 브리프 증폭)

그는 처음으로 잠시 말이 없었다.

False Brief.

가짜 브리프.

그들이 내부에서 그렇게 불렀는지, 아니면 누군가 일부러 그렇게 남겼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단어는 나왔다.

한도윤이 낮게 말했다.

“이건 너무 노골적입니다.”

강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미끼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버립니까?”

강이준은 화면을 보았다.

서사 배치 계획.
가짜 브리프 증폭.

“아니요.”

그가 말했다.

“미끼도 배가 고파서 던집니다. 누굴 잡으려는지 보면 됩니다.”

정무공사가 물었다.

“이 문서가 누구를 잡으려는 걸까요?”

강이준은 대답했다.

“하현민.”

그는 잠시 멈췄다.

“아니면 우리.”

한도윤이 물었다.

“우리라면?”

“우리가 이걸 들고 뛰어나가 ‘가짜 보고서다’라고 외치면, 상대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겠죠. 한국 정부가 불리한 보고서를 가짜라고 몰아간다고.”

한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세종의 대응이 맞았습니다. 진위보다 결론을 봐야 한다.”

“네.”

강이준은 조각을 다시 보았다.

False Brief Amplification
(가짜 브리프 증폭)

“하지만 이 단어는 쓸 데가 있습니다.”

“어디에요?”

강이준은 대답했다.

“JH 우편함을 여는 열쇠로.”

그때 그의 단말기에 새 메시지가 들어왔다.

발신자 없음.

The mailbox opens from Seoul.
(그 우편함은 서울에서 열린다.)

강이준은 화면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서울.

다시 서울이었다.

그는 낮게 말했다.

“워싱턴에 있는데 자꾸 서울로 보내네.”

한도윤이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강이준은 휴대폰을 껐다.

“우편함 열쇠가 서울에 있답니다.”

“그럼 돌아갑니까?”

강이준은 잠시 생각했다.

“아직은요.”

“아직은?”

“우편함이 서울에서 열린다면, 워싱턴에서 누가 편지를 넣는지 먼저 봐야죠.”

한도윤은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당신은 진짜 사람을 쉬게 할 생각이 없군요.”

“국가도 안 쉬는데요.”

“국가는 월급이라도 주죠.”

강이준은 그를 보았다.

“변호사님도 받잖습니까.”

한도윤은 진지하게 말했다.

“부족합니다.”

그 말에 보안실 안에 짧은 웃음이 흘렀다.


가짜 보고서는 하루 동안 다섯 번 모습을 바꿨다.

오전에는 미국의 경고였다.
점심에는 하현민 정부의 반미 논란이었다.
오후에는 세종 코어 실패론이었다.
저녁에는 전작권 전환 강행론 비판이 되었다.
밤에는 한국 방산 AI 신뢰성 문제로 옮겨갔다.

한 보고서가 다섯 개의 전선을 열었다.

세종 벙커는 그것을 보고 있었다.

유서진 소령은 확산 그래프를 최종 정리했다.

“대통령님, 보고서 확산 경로와 기존 COND-4 관련 문서 경로 사이에 세 개의 접점이 확인됐습니다.”

하현민은 고개를 들었다.

“말하세요.”

“첫째, JH-ADVISORY 계정군. 둘째, 한국 안보포럼 사무국 계정. 셋째, 워싱턴 로펌 임시 워크스페이스입니다.”

윤태석이 말했다.

“안보포럼 쪽이 이제 핵심이군요.”

오세규 장관이 말했다.

“전직 장성 공동성명 준비하는 그곳.”

백승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무거웠다.

그 포럼에는 그의 사람들이 있었다.
군은 전역해도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다. 선배는 계속 선배이고, 후배는 계속 후배다. 누군가 잘못된 문장 위에 서 있어도, 그가 과거에 함께 근무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현민은 백승조를 보았다.

“의장님.”

“예.”

“불편하시겠지만, 군 출신 라인은 의장님이 봐주셔야 합니다.”

백승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몰아가지 말아주십시오.”

백승조는 하현민을 보았다.

“제가 할 말입니다.”

하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백승조는 낮게 말했다.

“그 사람들 중 일부는 이용당했을 겁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일부는 알고도 움직였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볼 겁니다.”

백승조는 시선을 화면으로 돌렸다.

“군인은 전역해도 자기가 나라를 걱정한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이 틀릴 때가 제일 위험합니다.”

하현민은 그 말을 기억했다.

믿음이 틀릴 때.

가짜 보고서의 힘은 거기에 있었다.
거짓을 믿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믿음에 방향을 주는 것. 한국군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믿음. 미국 전략자산 없이는 위험하다는 믿음. AI 국방은 불안하다는 믿음. 하현민은 너무 빠르다는 믿음.

보고서는 그 믿음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묶었다.

가짜 보고서는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사람이 이미 믿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등을 밀어준다.

하현민은 말했다.

“안보포럼 자료를 확보하세요.”

윤태석이 물었다.

“공식 압수입니까?”

“아직 아닙니다. 국회와 방첩 라인을 통해 협조 요청부터 합니다.”

오세규 장관이 말했다.

“협조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기록이 남습니다.”

백승조가 말했다.

“제가 연락하겠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하현민은 그를 보았다.

“직접 하시겠습니까?”

“예.”

“괜찮으시겠습니까?”

백승조는 대답했다.

“괜찮지는 않습니다.”

그는 화면 속 포럼 이름을 보았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하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립니다.”

백승조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뒷모습은 평소보다 조금 더 무거워 보였다.


그날 밤, 세종 벙커의 화면에는 새로운 내부 사건명이 떠올랐다.

FALSE BRIEF / 가짜 보고서

그 아래에는 세 개의 핵심 문장이 붙었다.

  1. 사실 일부를 이용해 잘못된 결론으로 유도
  2. 전작권 전환을 반미·AI 실패·동맹 위험 프레임으로 분산
  3. JH-ADVISORY 및 국내 안보포럼 경로와 연결 가능성

하현민은 그 문장들을 보았다.

조건은 이미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그 조건은 사람들 사이의 틈을 벌리고 있었다.

가짜 보고서는 단순한 문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균열을 여는 도구였다. 한국 내부의 두려움을 건드리고, 동맹 내부의 불신을 키우며, 방산업계의 이해관계를 흔들고, AI 국방의 상징을 공격하는 도구.

좋은 가짜 보고서는 거짓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들이 이미 무서워하는 것을 정확히 찾아낸다.

하현민은 화면을 끄지 않았다.

그는 보고서 첫 줄을 다시 떠올렸다.

This brief is intended for policy discussion among friends of the alliance.
(이 브리프는 동맹의 친구들 사이에서 정책 논의를 위해 작성된 것입니다.)

친구들.

그들은 너무 많았다.

워싱턴에도 있었고, 서울에도 있었고, 판교에도 있었고, 국회에도 있었다.
어쩌면 세종 가까이에도 있을 것이다.

하현민은 조용히 말했다.

“친구가 많으면, 문을 잠가야겠군.”

윤태석이 그 말을 들었다.

“대통령님?”

하현민은 화면을 보며 말했다.

“JH 우편함. 안보포럼. 전직 장성 공동성명. 그리고 세종 코어 검증 데이터.”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균열은 밖에서 시작된 게 아닙니다.”

윤태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현민은 말을 이었다.

“밖에서 들어온 문장이, 안에 있던 금을 찾아낸 겁니다.”

그 말이 세종 벙커의 차가운 공기 속에 오래 남았다.

밖의 적보다 무서운 것은 안의 균열이다.

그리고 가짜 보고서는 그 균열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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