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전에 Frontend 개발자형들 보라고 Velog에 글을 남긴 적이 있다.
그 때 당시 너무 많이 들어오는 이력서를 검토하다가 화가 나서 쓴 글이었다. 글이 좋았는지, 혹은 짤이 좋아서 였는지(박해수 연기짱!),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감사하게도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요를 눌러주셨다. 요즘에도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가시는 분들이 계신거 보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개발자형들은 다들 열심히 잘하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Front-end 개발자 채용을 진행하는 회사들 중에 갑질 프로세스로 진행하는 회사들이 좀 보인다. 이게 한두 회사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여러 회사가, 그리고 여러명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번 들으니 이건 좀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2024년 현재 Front-end 개발자들이 회사에 지원하면 만나게 되는 채용 과정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Front-end 개발자들에게는 다른 개발자 직군에는 없는 Optional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2번에 해당되는 온라인 테스트가 Front-end 개발 사전과제로도 나온다는 것이다.
Back-end 개발자에게 특정 기간을 주고 Back-end 서비스를 짜오라고 한다던가, DevOps 개발자에게 kubernetes 환경을 구축하고 그걸 세팅하라는 식의 온라인 사전과제가 주어지는 경우는 없다. 유달리 Front-end 개발자들에게 특정한 페이지나 서비스를 만들어 오라는 사전과제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짧지도 않고 심한 경우는 매우 길게도.
과제 기간은 짧게 4시간에서 길게는 일주일짜리까지 다양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긴 시간동안 지원자에게 구현을 하게 시키면, 그 만큼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지원자의 시간은 소중하지 않은 시간처럼 다루어지고, 회사에서 제시하는 과제 기간은 늘어나기만 한다.
고백하자면, 내가 사전과제를 처음 만들 때도 그랬었다. Figma에 있는 내용을 구현하려면 그래도 하루(8시간) 정도는 필요할거 같아서 메일 수신 후, 24시간으로 드렸었다. 그렇게 드렸더니 메일을 받은지 24시간이 다 되는 아침 시간 때까지 과제를 하다가 시간 맞춰서 제출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는 8시간 정도의 분량이니 그 정도 하실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받는 입장에서는 24시간이 주어지니 24시간 내내 하는 과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사실 기본 구현을 넘어서 더 좋은 것을 구현하고 개선하는 일에는 끝이 없으니.
미안함에 해당 단계에서 탈락하신 분들에게는 짧게나마 제출한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담아 전달해 드렸었다. 결과는 탈락이지만, 그 분들이 들인 노력이 나빠서 탈락인건 아니였고 그 분들이 우리 회사를 지원해주시고 사전과제에 들인 수고는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니 말이다. (참고로, 지금은 8시간으로 줄이고 다시 한번 줄여서 4시간짜리 과제 템플릿을 만들어서 쓰고 있다.)
일주일짜리 사전과제를 던져놓고, 템플릿을 그대로 복붙한 것과 같은 탈락 메일을 보내는 회사들이 있다. 템플릿으로 만들어져서 무작위로 뿌려진 스팸 메일이 그렇듯, 그런 탈락 메일에는 과제에 대한 피드백이 담겨 있지 않다. 사전과제 파일을 제대로 받았는지, 받아서 개발자가 실행해보고 코드를 보기나 했는지 확인도 안되는 탈락 메일이 온다.
과제 피드백을 작성하는 일은 그렇게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10분 정도의 시간만 들이면 평가한 것에 대한 피드백을 글로 남길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도의 피드백만이라도 있다면, 지원자들도 충분히 결과를 납득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 회사들이 너무 많다.
일주일, 즉 168시간 동안 사전과제로 고생한 지원자에게 10분 정도의 시간을 쓰는게 그렇게도 어려웠을까? 수 많은 회사들 중에 고르고 골라 그 회사를 지원해 준 고마운 지원자에게 그 정도의 시간을 쓸 여유도 없었을까?
나의 업무시간 10분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지원자의 일주일은 소중하지 않는가?
사전과제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처럼, 과제를 낸 회사와 그 회사의 Front-end 채용 프로세스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Front-end 개발자는 잡플래닛에 가서 평점을 보고 리뷰를 보듯이, Front-end 채용 과정이 어떤지, 얼마나 길고 짧은 사전과제가 나오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피드백도 주지 않는 일주일짜리 사전과제를 주는 회사들은 지원하는 실수를 미연에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다보면, 일주일짜리 사전과제를 내는 회사들도, 과제의 피드백을 주지 않고 탈락시키는 회사들도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잡플래닛 평점 1점을 받는 회사들의 미래가 그러했듯이.
잡플래닛처럼 Front-end 개발자들의 사전과제 프로세스에 대한 평가를 남기는 서비스를 만드려고 합니다.
Github에 가보면 아시겠지만, 막 Repo를 만들어서 현재 Google Form 설문만 있고 FE플래닛은 아직 개발 된게 없습니다. 설문을 통해 원기옥을 모아 주시면, 제가 열심히 첫번째 MVP 버전을 만들고, 다시 Velog에 글을 올리겠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 짧은 경력동안 치뤄본 과제 중 유일하게 피드백을 받은 곳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 "비주얼"과 "29cm"인데요, 29cm 프론트팀에서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주셔서, 단지 과제를 수행했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기능 구현에 chat-gpt의 힘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요즘 과제의 경향은 보다 많은 기능 구현을 요구하거나, 3시간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요구사항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