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대처하는 방법

DeokHyeon Wi·2021년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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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던 강아지를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보냈는데, 처음 겪는 이별이었다면 이만큼 괜찮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되지 않은 채로 맞이하는 이별이 처음이었을 땐 지금처럼 멀쩡하지 않았고, 꽤 오래 힘들어했다. 꽤 많이 괜찮아진 후, 언젠가 다시 맞이할 이별을 대할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할까 많이 고민했다.

도망치는것이 잘못만은 아니다

  • 힘들어졌을 때, 많은 책임을 버리고 도망쳤다. 여전히 죄스러운 마음이지만 나는 살아야 했기에,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를 죽이지 않을 것 같다.
  • 그 당시에 도망치면서 잘못한 것은,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히 공유하지 않았던 것이다. 충분히 사람들에게 나의 상태를 공유하고 죄송함을 그 때에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는 든다.

슬픔의 원인을 감출 필요는 없다

  • 여러 일이 겹쳐서 힘들어졌지만, 되돌아보면 가장 큰 이유는 친했던 친척어른과의 이별이었다. 그렇지만 그 분 때문에 힘들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자니 그 분을 탓하는 것 같아서 애써 다른곳에서 나의 힘듦에 대한 원인을 찾았다.
  • 그러다보니 친척어른에 대한 애도를 충분히 하지 못했고, 허공을 향해 슬퍼하는 기간이 길어서 더 오래 힘들어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힘듦이 친척어른과의 이별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고인을 탓하거나 질책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나의 상태에 대해 완전히 솔직해지는 것이고,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하며 예우를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괜찮아진다고 해서 슬퍼하지 않는 건 아니다

  • 종종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에게 ‘산 사람은 살아야지’ 혹은 ‘너만 슬픈 거 아니야’ 식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나는데, 각자가 슬픔을 흘려보내는 시간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나는 이제 친척어른과의 이별을 그렇게 많이 슬퍼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그것이 슬프지 않은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며 충분히 슬퍼하고 나니, 더 빨리 괜찮아지는 것 뿐이다.
  • 경험을 통해 내가 내린 ‘슬픔으로부터 괜찮아졌다‘의 정의는 ‘덜 자주 떠오르고, 떠올랐을 때 일상에 영향이 가지 않는 선에서 회복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아직 난 떠나보낸 강아지가 자주 생각나고, 많이 슬프다. 그렇지만 난 언젠가 덜 자주 떠오르고 떠올랐을 때 빠르게 회복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이전만큼 괴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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