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은 14개월 차 되는 날이지만 게으른 나는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새해 하고도 몇주가 더 지나버렸다💦
2020년 11월 입사 후 한두달은 적응하면서 정신없이 지나갔고, 2021년 1년 동안에는 동료들이 일하는 것도 보고 내가 겪고 깨닫기도 하면서 개발자로서 일하는 것에 대해 이전보다 많은 생각이 들었던 한 해였다.
사실 양심 선언을 하자면... 이전에 썼었던 의욕 넘치는 4개월차 회고와는 다르게 지치기도 했고, 나태해지기도 했었다. 올 여름 즈음에는 인생 노잼시기
가 찾아와서 일뿐만 아니라 그냥 모든 것이 재미없고 귀찮기만 했다. 유투브에서 여러 노잼시기 영상을 보다가 가장 마음에 와닿는 영상이 있었다.
학생 때는 매 학기마다 새로운 시간표가 생겼고 새로운 과목, 시험 준비, 성적 등 매번 바뀌는 상황이 주어졌었다. 하지만 회사는 그렇지 않다.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회사 생활 속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적응해나가야 한다. 그러니까 이 시기는 일 년동안 아무 탈 없이 너무 삶이 잘 흘러가서
찾아온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나니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는데, 너무 적응을 해도 문제였나보다😂 이 시기는 내가 앞으로 직장생활을 어떤 태도로 해야할지 더 고민하게 만들어주었다.
일년 동안 마냥 설레기만 했던 4개월차 때와는 달리, 좀 더 냉정해진(?)ㅋㅋㅋ 태도로 그동안 어떤 것을 느꼈는지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한다면, 거창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아니더라도, 내가 의도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질문을 할때도 그렇지만 내가 한 일에 관해서 더하거나 덜지 않고 100% 전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말을 조리있게 하려면 내 머릿속에서부터 정리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말을 하면서 머릿속에서 정리하다보니 내가 느끼기엔 횡설수설 하고있다고 생각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질문이 들어오면 1~2초라도 먼저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있다.
또한 작업을 하다가 예외가 생기거나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이전에 하던 방법과 다르게 처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미리 상의를 하고 적용할 때가 많지만 전달이 안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동료가 이건 왜 이렇게 하셨나요? 원래는 ~한 방식으로 하지 않았나요?
라는 질문을 할 수 있고 그럼 나는 납득할만한 이유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은 내가 가진 의견을 기분나쁘지 않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견이 있거나 어떠한 것을 제안하고 싶을때 잘못 전달한다면 상대방의 의견이 틀리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러한 상황에서 엄청나게 특별한 방법은 아니지만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저는 ~라고 알고 있는데 혹시 이렇게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나 이렇게 했을 때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방법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식으로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 방법 같다. 그리고 내가 제안을 했을때 그 방법이 옳은 방법이 아닐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다보면 문서화가 필요하고, 그 문서는 계속 남아 나중에 그 문서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진짜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잘 읽히고, 이해가 잘 되도록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일단은 최소한 내가 나중에 봤을때 찾아보기 쉽고 이해가 잘 되도록 쓰려고 노력하고는 있는데 잘 썼다는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또한 회사에서 재택을 도입하면서 텍스트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고 글로 의견을 잘 전달하는 것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 같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
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본인의 과거 시절을 너무 빠르게 잊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커가면서 질문을 잘 안하게 되는 이유는 질문을 했을 때 한번 쯤은 겪게되는 무안한 상황 때문일 것이다. 나도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질문을 하고 뻘쭘해졌던 경험이 있기도 하고 누군가가 그렇게 되는 모습을 보기도 하면서 서서히 입을 닫았었다.
하지만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을때 내가 생각하기에 바보같은 질문들도 당당하게 하는 모습과 또한 그런 질문을 잘 받아주는 교수님의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고,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좋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질문이 생기면 삼키지 않고 최대한 하려고 하고 또한 질문을 받으면 아는 선에서 대답을 최대한 잘 해주려고 노력하는데, 내 주변에도 그러한 문화가 잘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IT실 회의에서 현지님
(본인 얘기 해주면 좋아함😁)이 본인은 바보같은 대답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려면 바보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하고, 본인이 그러한 사람이 되겠다며 당차게 말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멋있었고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어느정도 일이 적응되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기술들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된다. 또한 문제가 생기면 문제 해결에 집중을 하고 왜
안되던 것이 해결되었는지는 의문을 잘 품지 않게 된다. 실행을 해봤을때 동작을 하니 그 이전의 과정은 흐린눈을 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또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한번 사용은 해봤으니 아는 것 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클라우드란 무엇인가?
, VPC는 무엇인가?
와 같이 단순한 질문을 했을때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면(내 얘기^^;)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 같은 것에 불과하다. 머릿속으로는 대충 얘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아는 것 같은데, 설명하자니 어렵다. 그래서 처음 저 질문을 받고 마땅한 대답이 생각이 안나서 내가 아는게 아니었구나 깨달았다.
하나씩 제대로 공부하고 왜
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솔직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귀찮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냥 대충 써보는 것이 아니라 잘 알고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나의 앞으로의 과제이기도 하다.
회사에 입사하신 분께서 우리 회사를 서치하다가 나의 블로그를 보고 이 회사에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생각이 들어 회사 선택시 고려를 해보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누가 보기나 할까 생각하고 적어왔던 블로그 글들이 도움이 되었다는 것도 신기했고 내가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일지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사실 쳇바퀴처럼 회사를 다니다보면 내가 잘 하고 있는건지 뭘 해야 잘하는건지 길을 잃은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일 년만 되도 퇴근 후에나 주말에 공부하는 일이 귀찮아지는데 연차가 많은 분들이 계속 여러 기술들을 공부하고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같은 주니어들끼리도 어떤 것을 공부하고 있는지 공유를 하다보면 서로 자극이 되고 함께 공부하게 되기도 한다.
회사를 처음 고를때 내가 세웠던 중요한 기준 중에 하나가 개발자가 여러 명인 회사였는데 그 기준은 지금 되돌아봤을때 좋은 선택이었다. 나도 자극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일년 정도 되면 시작이 같았던 동기들도 나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훨씬 좋은 회사로 가기도 한다. 주변 뿐만 아니라 이미 세상에는 열심히 살고 대단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주변을 둘러보나 세상을 둘러보나 나는 너무 보잘 것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기준은 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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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정신승리라고 생각될수도 있지만 하루 아침에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들이 한 노력을 내가 한순간에 따라 잡겠다는 것도 너무 오만한 생각이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어도 경쟁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어느샌가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고 한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세운 목표와 계획에 따라서 하루 하루를 잘 살고 있는 나에게 시선을 돌려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자 💛
추가적으로, 남과 비교하게 될때, 내 자신이 작아질때 보면 좋은 영상을 추천한다. 알간지라는 유투버인데 배우고 싶은 건강한 사고 방식을 가지신 분이라 멘탈 바사삭일때 도움이 많이 된다. 세상 시스템이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도록 돌아가고 있어서 피할 수는 없지만 비교를 하면서 나를 깎아내리지 말고 어떻게 하면 나도 그만큼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닫는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맨 처음 개발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열정이 넘쳤었다. 하루종일 개발만 할 수 있을 것 같고 부트캠프를 다니면서 낮부터 밤, 주말까지 불태우기도 했다.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이전에 해왔던 스피드를 유지하기엔 몸도 마음도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서 뭔가를 빠르게 끝내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속도로 지속 가능한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였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공부도 정말 관성이라는 것을 느꼈는데, 하루 이틀 안했다가 아예 하기가 싫어져 한동안 손을 놓게 된 때도 있었다. 그래서 최소한 퇴근 후 멍하니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아주 작더라도 계획을 세워 뭐라도 하는 것을 루틴으로 만들었고 퇴근 후에도 무언가를 할 시간이 있다!
라는 것을 각인 시키려 노력했다. 세웠던 계획을 매일 잘 지키지 못한 날도 있지만 일년 동안 꾸준히 해오고 있으니 일단 나에겐 괜찮은 방법같다.
정말 빠르게 지나간 2021년이었다. 인생 처음으로 제대로 밥벌이를 시작한게 신기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꿈꾸던 개발자로서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2020년 말에 갓 입사했을때의 열정으로 나를 돌아본다면 초반보다 쳐져있었던 내 모습이 만족스러웠다고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회고를 하면서 되돌아보니 느낀 것도 배운 것도 많은 한 해였다. 2020년 고생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