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2-07-13]
1년 10개월의 첫 직장생활이 어제부로 끝났다. 항상 타던 엘리베이터 앞에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설 때도 그리고 지금도 실감은 나지 않는 상태다. 퇴사하게 되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기쁨도 잠시, 익숙했던 현재 회사를 떠나 새로운 회사에 적응할 생각에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 그동안 익숙함에 너무 젖어있었나 생각도 들었다. 첫 회사생활을 마쳤으니 직장생활도 돌아보고 회고를 한번 작성해보려 한다.
첫 직장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AWS 서비스들도 자유롭게 써볼 수 있었고 DB도 만져보고 쿼리 튜닝이나 성능 개선도 해볼 수 있었다. 또한 새로운 기술들도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었다. airflow를 새로 구축해보는 일이나, django뿐만 아니라 fastapi, serverless framework와 같은 것들도 새로 도입하고 사용해 볼 수 있었다. 자유롭게 다양한 기술들을 접하고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과 같이 신입이 경험해보기 어려운 작업들도 경험할 수 있었기에 좋은 기회를 잘 얻었던 것 같다.
또한 여러 사람들과 일을 해보면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다양한 연차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지 또는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 보고 배운 점도 많았다. 점심에는 회사에 있는 다트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친해지기도 했는데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랑 너무 가까워지게 되면 업무에 방해가 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개발자에게 이미 유명한 배민의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 중에서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라는 말이 있다.
잡담은 신뢰를 만들어 가는 원료입니다. 잡담은 공동체의 유대감을 높이며 참여자의 마음 상태를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의 핵심은 기억나지 않지만 함께한 시간만큼은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시간이 유대감이 되고, 유대감이 쌓이면 신뢰로 발전합니다. 잡담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벽이 낮아지면 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보고가 이뤄질 수 있으며, 간혹 엉뚱해 보일 수도 있는 아이디어도 좀 더 자유롭게 개진될 수 있습니다. 이는 조직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실제로 서먹했던 동료들과 가까워지면서 잡담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커뮤니케이션의 벽이 낮아진다는 것을 느꼈다. 친분이 있는 동료와 업무를 할 때는 사소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저렇게 하는 게 더 좋을까요?'라고 먼저 다가가서 질문도 해보고 의견을 더 자유롭게 나눌 수 있었고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요새 겪는 고민이나 하고 있는 공부 내용도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었고 긍정적인 면을 많이 느꼈기에 잡담이 가진 힘을 알게 되었다.
이끌거나, 따르거나, 떠나거나!
입사 후 일 년 정도는 적응도 하고 레거시를 개선하면서 속도는 더디더라도 새로운 것들을 접해보고 지식들을 확장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비슷한 업무들을 하게 되면서 이전보다 기술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데이터를 스크래핑으로 수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단순 업무로 느껴지는 스크래핑을 붙잡고 있는 일이 점점 많아졌고(물론 이 작업만 계속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의욕도 크게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회사 입장에서는 데이터 수집을 포기할 수도, 수집 방식을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누군가는 해야만 했다. 이러한 문제를 회사에서도 인식하고 최근에는 최대한 스크래핑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식으로 변화를 하려고 하고 있지만 데이터 수집 방법 자체가 변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제대로 한지는 모르겠다.' 이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일단 작동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결과물이 돌아가면 오케이였다. 문제가 생겼을 때나 질문이 있을 때 도움은 받을 수 있었지만 코드를 제대로 짰는지, 그 과정이 옳은지 감독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잘하고 있는 걸까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있었다. 이번에 이직을 준비하고 면접을 보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점들이 더 와닿았고 이러한 방면에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회사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회사에서는 레거시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면서 디벨롭하기보다는 여러 서비스를 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였기에 내가 바라는 성장과 방향이 달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양에 비해 주어지는 일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날들이 많아졌다. 초창기에는 새로 접하거나 모르는 개념들이 많아서 남는 시간에 했던 업무를 되돌아보면서 모르는 것들을 정리하고 짚고 넘어갈 수 있었고, CS 공부도 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는 방식이 현재에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업무에 적응을 하기도 했고 지식을 쌓기만 하는 것보다는 실무를 통해서 지식을 확장해나가고 싶은(배워서 써먹고 써먹기 위해 배우기!) 욕심이 생겼기 때문에 속도를 내서 실무적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플래닝이나 회고가 잘 안 되고 있었고 플래닝을 해도 계획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다른 업무가 새로 들어와서 기존 업무에 방해를 주거나 할당된 일이 더 이상 없어서 알아서 작업을 추가해서 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었고 얘기도 해봤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느끼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백엔드 개발자로서 데이터뿐만 아니라 백엔드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을 했었지만 앞으로는 데이터 엔지니어로서 데이터에 관련하여 더 자세히 접하고 배울 수 있게 되었다. 규모도 첫 직장보다 훨씬 큰 곳이라 끊임없이 쌓이는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고 다루는지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직무가 확 좁혀지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어떡하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새로 부딪히고 경험할 것들에 설레기도 하고 첫 회사와는 도메인도 직무도 규모도 모두 달라지니 어떤 회사생활을 하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 달라지는 건 많겠지만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걱정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기대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