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슬럼프는 저에겐 일생일대의 난관이었습니다. 제 방법이 모든 분들에게 맞을 순 없겠지만, 저의 극복 경험이 슬럼프를 겪고 계신 분들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싶어 이렇게 적어봅니다.
저는 군복무 할 때도 매일 연등하며 공부를 했고, 노가다 근무했을 때도 6시간씩 자며 근무 전후와 점심시간에 틈틈히 공부를 했습니다. 디자인 공부했을 때도, 컴퓨터공학 복수전공 했을 때도, 항상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고, 틈틈히 시간날 때 저에게 도움될만한 공부를 찾았고, 제 작업물이 하나둘씩 쌓이는 그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항상 최대치로 공부한건 아니지만, 주 33시간씩 알바하면서도 평균적으로 매주 약 40-50시간씩은 꾸준히 공부했었습니다.
그렇게 작년 말에 컴퓨터공학 졸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어느정도 취업 준비 방향성이 생겼다고 생각해 좀만 더 포트폴리오 다듬고 CS와 코테 준비해서, 올해 2-3월쯤엔 취업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제 예상과는 달리 11월에도 취업을 못했습니다.
졸업을 하고나니 이상하게 책상에 앉아있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많은 게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별 거 아니라 생각했지만, 뒤돌아보니 너무 긴 시간이 지나가버렸고, 점점 더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나태해지는 모습을 보니 불안해지고 죄책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될것 같아 슬럼프를 적극적으로 이겨보자 생각했습니다.
슬럼프의 원인을 알면 더 대응하기 쉬워질 것이라 생각해서 일단 리스트업해봤습니다.
2023년을 훑어보니, CS, 특히 성능테스트 작업할 때 작업이 엄청 늘어진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슬럼프의 원인들을 적어보니 서로 엉켜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서로의 원인결과를 따져보는 게 이 사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저의 핵심 원인은 스트레스 상황의 부재
, 완벽 주의
, 돈이 없음
의 3가지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진도를 안나갈 수록
, 작업에 무력감과 부담감
을 느끼며 오히려 일을 더 미루게 되는
악순환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몰입이 잘 되는 맥락
을 조성하는 것과 여가활동을 줄이는 것
도 중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몰입이 잘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여가활동을 줄이는 게 중요한 게 당연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이 작업을 통해 더 큰 맥락속에서 왜 중요한지 마음속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슬럼프를 겪고있는 이유와 매커니즘이 다를 것이라 생각해서, 독자분들 또한 슬럼프를 극복할 때 이 그래프를 그려보는걸 추천드립니다.
핵심 원인들을 추려봤으니, 그것들을 중심으로 제 삶을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봤습니다.
- ‘나는 할 수 있다!’ 마인드셋 주입하기
- 몰입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 목표, 데드라인 설정으로 자기통제감 향상 및 완성주의 되기
a. 동기부여되는 할 일 관리
b. 규칙적인 루틴으로 살기
c. 시간기록으로 시간목표 추적
d. 단기 데드라인 설정 및 의식하기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건 마인드셋이라 생각했습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성실한 사람이다. 나는 개발을 좋아한다.’ 스스로 잊고있던 자아정의를 다시 되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다. 여기까지가 내 인생의 슬럼프 챕터인 것이다. 당연히 앞으론 다를 것이다. 나는 더 강하다.’라고 계속 되내고 있습니다. 기쁜 점은, 슬럼프를 점점 극복할수록 이 말들이 확신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Toggl track
이란 앱으로 매일 시간사용량을 기록했기에 객관적인 시간사용량 그래프를 볼 수 있었습니다.저에겐 슬럼프를 극복을 훨씬 쉽게 해준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자바 성능 튜닝 이야기
라는 책을 보고 있습니다.todo mate
라고, 한 일 시각화에 용이한 앱 사용아침 기상, 밥 시간, 취침 시간 등을 그냥 그때그때 끌리는대로 하다보니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수동적으로 살게되고, 당연히 잠은 많이 자고 쉬는 시간이 많아지고 하루는 금방 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에 가듯, 하교하면 밥을먹고 학원에 가듯 규칙적인 루틴을 정해서 일정대로 살아야 시간에 휩쓸리지 않고 통제할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중요한 일들이 있습니다. 이 일들만큼은 꼭 지키도록 하면, 매일매일이 뿌듯하고 ‘아 내가 또 해냈구나’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Toggl Track
이라는 시간기록 서비스 사용. UI가 제일 현대적이고 편리함. (이미 몇년간 써오고는 있었지만 최근 숙고과정이 약해짐)데드라인 없이 작업하는 게 진도를 늘어지게 하고 통제감도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해야할 일을 2-4일 단위로 데드라인을 설정하기로 했습니다. 데드라인에 대해 계속 의식할 수 있도록 달력 위젯(minical
)을 폰과 아이패드에 표시하고, 월간다이어리를 작성합니다.
슬럼프 동안엔 한 달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렇게 계속 앞뒤와 현재위치를 살펴보며 하루를 곱씹어가며 살아가니 훨씬 시간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2주 달력 위젯 minical | 월간 다이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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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다이어리에는 그 날 할일과 일기, 사진, 그리고 생산적 활동에 쓰인 시간을 기록합니다. 덕분에 하루를 온전히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 전엔 시간이 가는대로 살았다면, 이 방법을 통해서는 달력을 기반으로 오늘 앞뒤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생각할 수 있어 좋은 습관이라 느껴졌습니다.
기존엔 월간 다이어리가 아닌 주간다이어리에 하루 일정과 할 일, 일기를 직접 썼는데, 다이어리는 아이패드로만 접근이 가능한데 전 컴퓨터를 많이 하니까 컴퓨터랑 핸드폰에서도 할 일이나 일정을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앱으로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하루 정리 및 일기, 주간 평가 같은 경우는 자주 들여다볼 필요는 없고 손으로 쓰는게 훨씬 자유도도 높고 감성적인 만족도가 커서 아이패드에서 작성합니다. 주간이 아닌 월간 템플릿으로 작성하는 이유는, 오늘 하루 혹은 한 주를 정리하면서 해당 달이나 다음주와 관련된 일정과 계획을 다시 리마인드하고 지난 날들을 회고하기 좋았기 때문입니다!
주간 다이어리를 오래 시도했다가 귀찮아서 별로 손이 안가고 만족도가 낮았었는데, 저에게 딱 맞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이 방법들을 시도한지 4주가 지났습니다. 그 전엔 매일을 후회하고 죄책감속에 살았는데, 내 삶은 내가 원하는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삶에 자신감이 생기고 뿌듯하고 더 풍요로운 느낌입니다. 또 그로인해 공부에 부담 가지지 않고 이전처럼 즐기면서 공부하게 되었고 또 뿌듯해지는 선순환에 있는 좋은 기분입니다.
또 하루 일정과 할 일, 시간 사용내역을 자주 체크하다보니,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천천히 곱씹으며 밀도있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번주는 아파서 공부를 거의 못했지만, 저저번주와 이번주는 생산적인 활동을 60시간씩 하며 보냈습니다. 슬럼프 때는 주 30시간도 버거웠는데 말이죠.
결과적으로 슬럼프는 이제 극복된 것 같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스터디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저를 성장시키는 한 과정 과정이 설레고 기대됩니다. 앞으로도 저의 성장에 몰입하며 기분좋은 느낌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더 빠르게 취업이 되었고, 팀도 처우도 마음에 듭니다. 이 회사를 만나려고 그 동안 그렇게 헤매었나 싶고 인생의 새 챕터가 시작되는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언젠간 잘 되겠지~하면서 여유롭게 살다가 돈과 시간이 모두 부족해지는 상황에, 준비가 덜 된 채로 취업시장에 뛰어들어야만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문제가 될거란 걸 머리로는 알면서 왜 진즉 영리하게 행동하지 못했을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미래가 두려워 알면서도 모른척 회피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 안하면 두렵지 않으니까.
누가 대신 해결해주지 않으니까, 앞으로는 두려운 부분도 주도적으로 마주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몇 개월 동안 마인드셋이나 동기부여 관련된 유튜브를 많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영상들을 봤는데 그 중 정말 중요한 것 2개를 알게되었습니다.
‘마인드셋’이란게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잘 알게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마인드셋이 전부라고 합니다. 마인드셋은 어떤 마음이나 인지를 만들어내고, 이 마음이란 게 몸을 통해 행동을 만들고 그로 인해 원하는 것을 실현합니다. 저는 슬럼프를 극복하면서 ‘할 수 있다’는 마인드셋이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자신감이 실제 그 일을 하도록 끌어당기는 느낌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그 동안 ‘아 난 그건 아직 안 돼’, ‘내 주제에 무슨’과 같은 생각들을 무의식적으로 해왔습니다. 이제는 ‘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앞의 이야기와 약간 연결되는데, 사람이 행동하는 건 마음이 시키는 일입니다. 마음이란 건 뇌가 인식하는 인지와 호르몬, 신체작용, 외부환경 등 여러 부분과 연결되어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제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제 몸과 마음을 잘 다룰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왜 유튜브 쇼츠를 끄지 못할까?’, ‘나는 왜 지금 이 상황에서 공부가 하기 싫지?’, ‘나 그동안 잘 살았는데 왜 갑자기 슬럼프에 빠졌지?’와 같은 질문에 나름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고, 이유를 알고 있으니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부분들이 누군가는 무의식적으로 알고 잘 수행하는 부분이겠지만, 저는 앞으로 이런 부분들에 대해 집중하며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불안하고 취업이 막연해보여서 작업을 안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반대로 작업을 안 하기 때문에 불안해지고 막연해졌던 거라는 시각이 생겼습니다.
작업이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모르는 건 줄어들고 아는 게 많아지고, 그로인해 자신감이 생기며 지식이나 작업물이 차곡차곡 쌓이는 그 과정을 즐기게된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두려워도 일단 시작하고(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진짜 중요) 그게 점점 추진력을 얻으면, 그 성장이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그게 또 성장을 끌어당길 수 있게됩니다.
그래서, 전 앞으로도 '무지를 없앰으로써 자신감을 끌어당기는' 이 선순환을 계속 이어가며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어떤 심리학자의 논문에선, 자기통제력이 높은 사람은 삶에 자제력이 필요할만한 요소 자체가 적어서 내적 갈등을 잘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참을 일이 별로 없고 결과적으로 자기통제력이 높다고 결론지어진다고요.
전 게임도 안 하고 인간관계도 좁은 편입니다. 그 동안의 삶은 자극이 별로 없고 학교와 알바, 업무로 인해 비교적 적은 시간만 스스로 통제하면 됐지만, 졸업 후엔 거의 사회와 단절되어 매일을 스스로 통제해야하는 이 상황이 처음이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후두려 맞고만 있던 것 같습니다. 마치 10개월간 시간이 삭제된 것만 같은.. 그런 기분입니다. 내가 뭘했지? 하는..
자기통제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을 알게된 지금부터는 그렇게 상황에 쉽게 휩쓸리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직장을 다니면서 슬럼프를 겪는 것보다 지금 커리어 시작 전에 겪게되어 다행일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됩니다.
이렇게 글로 정리해보니 저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이제 진짜 슬럼프와 이별한 기분이 들어서 좋습니다.
그 동안의 시간은 요상한 과거일 뿐이고, 앞으로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믿으며, 꿈꾸던 성장하는 개발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믿고 나아가겠습니다.
와... 글도 잘 쓰시고 자기 관리도 잘하시네요!! 배우고 갑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