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개선 주차에서 해야 할 일
우여곡절 끝에 실전 프로젝트가 끝이 났다. 기획 이후로 글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은 이유는 개발과 운영이 정신없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소감부터 말하자면… “운영은 기획보다 어렵다!” 이래서 기획만 한 사람보다 운영까지 해본 사람을 선호하는구나 싶었다.
실전 프로젝트 운영 & 개선 주차는 이렇게 진행된다.
1. 서비스를 만들어간다는 것 : 회피할 수 없다는 것
몽상은 편하다. 상상에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우리 팀도 기획 주차에는 “이거 너무 잘 되면 어떡해요?”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반면, 실현은 불편하다. 상상에서 가능했던 것들이 현실에선 어렵다. 내 능력 밖의 일들은 나도 모르게 외면하게 된다.
구현하기 어려웠던 건 ‘개발’이었고,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디자인’이었다.
빠른 포기와 우회로 만들어낸 MVP
우리 팀은 다행히도 준 개발자가 계셔서 그분께서 프론트엔드부터 백엔드까지 모두 맡아주셨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포기해야 하는 기능도 있었고, 핵심 기능인데 구현이 어려워서 ‘어떡하지’ 하는 기능도 있었다. 가령, ‘편지함’ 기능을 만들려 했는데, 알고 보니 노코드 사이트인 ‘웹플로우’에서는 이걸 쉽게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개발자분께서 우회 방법을 알아내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기획부터 갈아 엎었어야 했을 것이었다.
개발 과정에서 깨달은 건 ‘우회하기’ 와 ‘쳐내기’ 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해결 역량이라는 것이었다. 개발자에게 필요한 건 우회를 해서라도 구현해내는 집착적인 태도이고, 기획자에게 필요한 건 리소스 대비 효율을 따져 적당히 가지치기를 할 줄 아는 것인 것 같다.
우리 팀 개발자님은 어떻게든 구현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했다. 좋은 동료였다.
브랜드라는 뼈대가 없으면 옷을 못 입어요
불행히도 디자이너는 한 명도 없었다. 뭐부터 해야 할지 감이 전혀 없어서 좋아 보이는 레퍼런스 화면들을 가져다가 얼기설기 붙였다. ‘이렇게 하면 개발자님이 알아서 디자인해주겠지?’ 라는 생각도 솔직히 조금 했었다. 하지만 개발자님께서 “이대로 디자인 못하겠어요” 라고 선언한 그 날 깨달았다. 기획자로서 직무 유기였다는 것을.
만약 그때의 나에게 외칠 수 있다면 이렇게 외칠 거다.
“브랜딩부터 제대로 해 멍청아!”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없으니까 톤앤매너가 없고, 톤앤매너가 없으니까 키컬러나 폰트 같은 것들도 정할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팀의 싱크를 맞출 수가 없었다. 누구는 우리 서비스에 파스텔 그림이 어울린다고 하고, 누구는 크레파스 드로잉 이미지가 어울린다고 하고…
브랜딩은 기획자도 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개발자님이 디자인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선언한 그 날 부랴부랴 브랜딩을 했다. 뭉게 놓은 점토처럼 흐물거리던 브랜드가 골격을 갖추자 디자인 방향이 나왔다.

정말 뼈대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것 외에도 할 게 진짜 많았다.
전부 다 처음 해보는 것들 앞에서 내가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막막함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외면해봤자 다른 사람이 안 해준다. 내 새끼 내가 키워나가야지, 다른 사람에게 만들어주세요 라고 해선 안되는 것 아닌가.
기획은 책임질 거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운영부터는 내가 하는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야 한다. 꼼꼼함,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집착적인 태도, 잘 안 돼도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도전하는 인내심. 이런 것들이 운영하면서 길러진다는 걸 느꼈다.
2. 1차 UT : “답장 퀄리티가 생각보다 좋네요?”
SW캠프 3기 기수 사람들은 이 서비스 기획에 열정적인 분들이 많았다. 본인 서비스의 UT에도 적극적인 만큼, 다른 팀 UT에도 솔직한 의견을 주는 분들이었다. 그중에서 펫로스를 경험해보신 분 3명을 모셔서 대면UT를 진행했다.
UT할 때 가장 걱정됐던 건 4가지였다.
결론적으로, UT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우리가 놓쳤던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 랜딩페이지의 톤앤매너가 감성을 자극한다. 하지만 서비스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당시 랜딩페이지에서는 ‘답장’이 강조되어 있지 않아서 아쉽다는 피드백이었다.
단순히 “편지를 써보세요” 보다는 “전하지 못한 말을 남겨라”와 같은 조금 더 감성적인 표현을 쓰는 것을 추천해주었다.
- AI가 답장을 써준다고 했을 때 2가지 반응으로 갈렸다.
AI가 얼마나 잘 써줄지 궁금해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었다
운영자가 편지를 일일이 본다고 생각하면 거부감이 느껴져서 차라리 AI가 써준다고 하니까 좋았다
⇒ 우리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AI 가 편지를 써준다고 해서 진정성에 의심을 가지기 보다는 호기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였다.
- 역시나, 회원가입을 왜 해야 하는지 더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UT니까 회원가입하긴 했지만, 실제 유저였다면 회원가입을 해야만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이 거부감이 들것 같다고 했다.
그 외, 네비게이션 바가 너무 크다거나, 로고를 눌러서 홈으로 돌아가려 한다던가 하는 마이너한 UI/UX 적인 수정사항들이 발견되었다.
다행히도 편지를 쓰고 답장을 받은 분들이 매우 만족하셨다. 특히 생각보다 답장 퀄리티에 만족하셨다. 1차 UT 반응을 보고 ‘망하진 않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3. 10월 7일, 눈 감고 런칭다이브 : 트래픽을 모으자!
UT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1차 개선을 한 뒤, 10월 7일 일단 런칭했다.
트래픽을 모으기 위해 우리는 크게 2가지 방향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다.
- 커뮤니티(디씨인사이드, 블라인드, 동물 관련 카페), 네이버 블로그 댓글&게시글 시딩
- 인스타그램 광고
- 커뮤니티(디씨인사이드, 블라인드, 동물 관련 카페), 네이버 블로그 댓글&게시글 시딩
10월 7일 런칭했을 때 약 40개 정도 댓글 시딩을 했는데, 결과는 참패였다. 커뮤니티 당 유입이 1~2개가 고작이었다. 그나마 효율이 좋은 곳은 네이버 블로그와 디씨인사이드 멍멍갤이었다.
하루 시딩해보고 효율을 더 올리기 위해서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고민해보았다. 고민을 안고 댓글 컨텐츠를 다시 보니 진정성 없는 양산형 댓글인 것이 너무 티가 났다.
댓글의 양식을 바꾸었다. 각 게시글에 쓰여 있는 동물의 이름을 반영하고, 게시글의 내용을 일부 반영하여 장문의 댓글을 작성했다. 특히 네이버 블로그는 더 정성스럽게 작성했다.
그러자 네이버 블로그에서 점점 반응이 보이더니, 네이버 블로그를 통한 유입자 수가 일 35명을 찍은 날도 나왔다. 진정성 있는 포맷이 효율도 좋음을 개선을 통해 배웠다.
- 인스타그램 광고
인스타 광고는 하루만에 기획했다. 컨텐츠야말로 무엇이 터질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빨리 올려서 빨리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가장 효율이 좋은 건 서비스 사용 동영상 버전이었다. 초기에는 CTR 3.0%를 넘어 안정적으로 운영되었다.
인스타 광고를 돌리면서 느낀 건 우리의 메인 타겟이 우리 생각보다 더 어리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페르소나를 30대 & 여성 & 직장인 & 자취인 으로 삼았다. 10대에 동물을 키우기 시작해서 20년 정도 살았다면 30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 광고를 봤을 땐 18-24 여성이 광고 전환율이 가장 높았다. 아무래도 감성을 건드리는 서비스이다 보니, 나이가 어린 여성들의 시선을 끌었던 것 아닐까 하는 가설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초기 6일 동안 DAU 55명이어서 우리는 소소하게 자축했다.
하지만 주요 지표는 우리의 목표치를 하회했다.
4. 가입만 하면 쓴다 → 가입률을 높이자!
6일 동안 데이터를 지켜봤을 때 인상적인 것은 회원가입 이후 편지쓰기 비율이 평균 85%라는 점이었다. 가입만 하면 쓴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가입을 하지 않았다. 어디에서 이탈이 일어나는고 하니, 3가지 포인트였다.
가장 개선이 필요한 건 랜딩페이지 이탈률이었다. 1차 UT 때 반응이 좋았던 것과 다르게, 실제 유저는 우리 랜딩페이지를 보고 바로 뒤로가기를 눌렀다.
우리가 내린 가설은 “서비스 실제 화면을 보여주면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랜딩페이지 전환율이 높아질 것이다”였다.
1차 UT할 때는 브랜드 톤앤매너를 보여주는 감성적인 이미지가 감성을 자극한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UT 대상자들이 이미 우리 서비스를 기획 단계부터 알던 사람들이라는 점을 놓쳤던 것 같다. 우리 서비스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어떤 방식으로 편지를 쓰고 어떻게 답장을 받을지 같은 실질적인 궁금증이 들 것이었다.

랜딩페이지를 TO-BE로 바꿨더니 이탈률이 56% → 46.5%(10%p) 떨어졌다. 가설이 working 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5. 런칭 소감
GOOD 좋았던 점
BAD 힘들었던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