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입사 1년차. -1

jh_leitmotif·2023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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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입사한지 1년하고, 2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좋고, 나쁜 경험들이 섞여있었는데 그럼에도 무사히 같은 회사에서 키보드를 만진다는 것은 나름? 괜찮은?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타임라인으로 정리를 해보고 싶다.

2022년 3월 경 (면접 다니던 시기)

로켓펀치에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만 올려두고, 직접 컨택을 해주시는 분들과 채용 전형을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 정도의 규모에 지원을 해야되지? 싶어서 직접 지원은 하고 있지 않고 있었는데, 언젠가 3월 말쯤 그래도 한 번 직접 지원은 해야하지 않겠나? 싶어 약 17곳 정도의 회사에 이력서를 돌린 기억이 난다.

가고 싶었던 곳

결국 떨어졌던 곳이지만 짧은 면접이었음에도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그 때 면접관으로 들어오신 개발자분께서 면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이런 말을 건네셨다.

저는 면접이 소개팅같은 자리라고 생각해요.
회사도 지원자를 고르지만, 지원자도 회사를 고르는 입장이니까요.
그러니 면접 중에 자유롭게 질문 있으시면 해주시고, 또 어플에 대한 의견도 전달해주시면 좋겠어요.

실제 면접은 선후배끼리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는 그런 자리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평소처럼 면접을 진행했다면 긴장해서 기억이 안난다던지, 하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고 온전히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얘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년이 지난 지금 어쩌다 내가 우리 부서 1차 기술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일이 많고 또 면접 리딩을 하고 있는데, 항상 저 글귀를 지원자분께 말씀드리며 내가 경험했던 좋은 면접 경험을 지원자분들께도 공유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로켓펀치

로켓펀치로 제안받아 최종합격된 곳은 꽤 많았고, 그 중에 마음이 갔던 곳이 있었다.

단 세 명으로만 구성되어 있던 스타트업이지만 각자가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확신이 있는 멋진 분들이었다.

면접을 진행할 때 내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매우 자세하게 맛보고(?) 뜯어먹은(?) 것이 느껴졌고, 비단 금전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이로이 하고 싶어하는 것이 매우 느껴져서 처우협의 단계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더라도 최소한 2자리수의 팀원들은 있어야되지 않을까... 라는 고민 끝에 입사 포기 의사를 전달드렸다.

지금 다니는 회사

그래도 한 번은 이력서 좀 넣어볼까? 하면서 지원했던 17곳 중 한 곳이다. 넣자마자 바로 그날 저녁에 면접 제의를 받았던 것 같다.

사실은 입사하게 된 계기는... 딱히 큰 건 없었던 것 같은데...

  1. 일단 난 빠르게 개발자로의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다.
  2. 최소한 20명 내외의 회사였으면 좋겠다.
  3. 내가 생각하는 연봉 기준선이 충족되었으면 좋겠다.
  4. SI가 아니면 된다.

이게 다였는데, 이걸 모두 충족하는 회사가 지금 다니는 회사 되시겠다.

진짜 포켓몬스터의 피카츄가 기술 쓰는 것 마냥 전광석화로 전형이 진행되었는데..

어떤 회사를 들어가던지 왠만하면 조건이 비슷할 것 같아서 처음 연락된 이후, 1주일? 2주일? 만에 입사하게 됐다.

여담으로, 면접이 진행되면서 중간에 이력서를 넣은 곳들을 모두 취소했었다. 그런데 그 중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었는데 취소처리가 되었다며 사유를 물어온 회사가 있었다. 내심 연봉도 꽤 높은 수준이고 규모도 100명 단위가 넘는 회사였는데, 그 당시에 여기도 면접을 그래도 볼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회사는 올해 초 구조조정을 통해 내 포지션의 개발자들을 정리했다고 들었다.

인생사 운칠기삼.


2022년 4월 ~ 5월 경 (입사 후 1차 고비)

입사 후 한 달 정도는 온보딩같은 기간을 보냈는데, 회사의 사정, 아니 어른의 사정이라고 표현하겠다.

그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프론트엔드 팀원 중 한 명이 외주업체에 최소 3개월은 상주 개발을 해야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게 5월이었나.. 그랬고 내부 리소스 문제로 누가 봐도 손이 비는 게 나인 상황.
그런데 입사한지 한 달차인데 내가 가는게 맞나? 하는 상황.

이성은 '난가? 하면 내가 맞아.' 하는데, 마음은 '아 아닌 거 같은데...' 하는 그런 상황.
게다가 내가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는 언어가 메인 기술 스택이고.

그런 와중에 회식을 한 번 했는데, 그냥 시원하게 취한 상태로 내가 가겠다고 했다.
한 두달 정도는 왔다갔다하다 6~7월 쯤부터 상주했었던 것 같다.


2022년 6월 ~ 12월 경 (아무도 날 건들지 못하셈)

정확한 프로젝트는 언급하지 못하지만, 금융 쪽 외주를 약 6개월 정도 진행했다.

간단한 요약을 해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게 개발자! 라는 뭔가...뭔가한 그런 생각은 사실 착각일지도.
기획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으면 개발자 혼자서는 연차가 많이 쌓이더라도 분명한 한계가 있겠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됐다.

기획 뿐이랴, 다른 파트에서 개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코드는 모르더라도 흐름은 간단하게라도 이해하고 있어야겠다 싶었다. 그것을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정말 코드를 짜는 데 있어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면 이 API는 어떤 API가 호출되기 위한 전제 조건에 해당한다~ 라는 히스토리를 알고 있으면 페이지 단계를 구성할 때 한 결 쉽고 빠르다.

또, 연차는 실력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나는 연차를 쌓아감에 있어서 어떤 개발자가 되어야하는가? 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들더라.

난 코딩 실력은 솔직히 재능의 영역인 선천적 사고력에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열심히하면 누구나 어느정도 평균지점의 실력으로 올라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험의 차이는 정말 무시할 수가 없다.

나의 메인 스택과 프리랜서 분의 메인 스택이 달라 서로 여러 질답을 하며 협업했었는데, 내가 툭 던진 아이디어를 받아 아예 구현해버리는가하면. 또 그 분이 작성한 유용한 코드들이 있었는데, 여쭤보니 정작 자기도 쓰던 거만 쓰고.... 검색해서 나오는 것들을 복붙한다고 했다.

정말 겉으로 보이는 코드는 별 거 아닌 정말 쉬운 맥락의 것이었는데... 이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인가? 하며 감탄했다.

한편, 거의 우리 아빠뻘 되는 사람에게 소리 지른 적도 있다.

원래 SI 바닥이 이런거에요~

라는 문장을 항상 말 끝마다 붙여서 얘기하는데, 아주 기가 차서.
그냥 위에서 주는대로 다 끌고 오는 사람이었다.
웃기게도 위쪽과도 의견 충돌이 많아서 위든 아래든 감정적인 영역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다.

짬이 좀 있는 고년차 개발자분께서 앞에 나서서 대신 역할을 다해주셨는데, 그 분이 없었다면.... 끔찍하다.

어떻게든 서비스 런칭까지 해내긴 했는데, 처음에 얘기했던 3개월은 무슨. 눈이 내릴 때가 되서야 끝이 났다. 뒷맛이 영 찝찝하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에 배포만 스무번 이상을 해보기도 하고.
평소에는 '결제 버튼 딸깍~'이 정말 간단한 줄 알았는데, 그게 사실은 두 세개는 커녕 훨씬 많은 API 응답이 왔다갔다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또 나를 도와주신 10년차 금융 백엔드 프리랜서분과 동년차의 프론트 프리랜서분 덕분에 개인적으로 매우 큰 성장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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