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입사 1년차. -2

jh_leitmotif·2023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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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1월 ~ 2월 ( 내가 면접을 봐? )

갓 입사한 병아리는 꽤 오랫동안 유배지에 있다가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그 사이에 한 분이 퇴사하고, 내가 돌아올 즈음 또 한 분이 퇴사를 하게 되어 새로 채용이 열렸다.

프론트를 아는 사람은 나와 팀장 둘 뿐이었으니, 면접관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얼마전까지 평가받던 내가 누굴 감히 어떻게 평가를 하는가?

그 때 나는 못하는 사람을 판단할 수는 있더라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알아볼 수는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질문들을 70% 이상 풀어낸다면, 그리고 그들의 경험 속에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얘기할 줄 안다면. 그리고 코드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자기 의견을 표현할 줄 아는 분을 모시고 싶었다.

그렇게 12월, 2월에 각각 한 분씩 모시게 되어 지금까지 함께 일을 해오고 있다.
사실 코딩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 모든 게 나와 맞지는 않지만 최소한 내 선택이 잘못되었던 건 아닌 것 같다.

23년 1월 ( 회사의 확장 )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차가운 채용 시장에서, 회사가 인수되어 인원을 늘린다는 것은 꽤 운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스타트업이지만 우리보다 시장가치가 높은 곳에 인수합병이 됐다.

때 이른 연봉 협상을 해보기도 하고.
그 때를 돌아보면, 많은 인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오히려 나의 능력에 비해 많은 인상이 된다면.... 미래에 무언가 빌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와 더불어 다행히 수용 가능한 범위가 들어맞아 잡음없이 연봉 협상을 끝낼 수 있었다.

일에 대해 소회해보자.
회사에서 운영하는 백오피스 프로덕트에 대한 전반을 꿰게 됐다. 이 프로덕트에 대한 신규 기능 기획이나 버그가 발생하면 왠만해서는 다들 나를 찾아와 괴롭히고... 그랬다.

또 누가 보아도 잘못 설계된 코드가 한 뭉텅이라 잘라내는 작업이 많았다.

당시엔 내가 악귀가 되는 건 아닐까? 싶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그 덕택에 라이브러리 실제 소스를 까보면서 연구하고, 고치기 쉽게 코드를 어떻게 작성해야될까? 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요즘 쓰는 코드 스타일 대부분은 이 때의 경험으로부터 오는 것 같다.

23년 3월 ~ 5월 ( 또 면접을 봐요? )

밀물같은 일거리의 성원에 힘입어 우리 프론트 팀은 2명의 TO가 또 생겼다.

이번에는 내가 이력서를 검토하고 기술면접을 리딩하며 적합/부적합 판단을 내렸다.

거의 60명 가까이 부적합을 누르는 가운데, 느낀 생각은.

  1. 왜 이렇게 이력서가 똑같을까?
  2. 부트캠프 나온 사람도 이력서가 똑같고
  3. 그냥 컴공 나온 사람도 이력서가 똑같네?
  4. 괜찮나..? 싶은 사람도 깃허브 까보면 contribute가 엄청 적네?

괜히 요즘 신입 이력서가 다 거기서 거기고 똑같다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게다가 1~2년차인 분들의 이력서도 엄청 다를바는 없었다.

아... 내 이력서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싶어서 업데이트를 해준 건 덤.

면접 문항도 한 번 리뉴얼했는데, 나에게 사람을 뽑을 마음이 있긴 하냐고 물어본 회사 동료분들이 엄청 많았다.

한 번은 프론트 팀원끼리 문항에 대해 리뷰했는데, 단 한 분도 모든 문항에 대해 내 기준에 맞게 응답한 분이 없었다. 지금 면접봤으면 자긴 무조건 떨어졌을거라는 사람도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난 이 문항으로 이 기간동안 기술 면접을 진행했고 내가 판단하건데 훌륭한 분들을 채용할 수 있었다.

면접을 준비하며 내가 대충, 혹은 잘못 알고 있었던 지식들에 대해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React가 key를 왜 쓰는지에 관한 것 같은 거.

그리고 매력적인 개발자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되는가? 를 많이 생각했다.

짬에서 나온 바이브라고 해야되나? 거창하게 표현되어 있어도 '대충 이거네~' 싶은 포트폴리오들이 내 눈에도 보인 걸 보면, 시니어 개발자분들은 이력서 보는 게 얼마나 재미없을까.... 싶었다.

그래서 참 걱정이다. 회사 프로덕트만 따라가면 어쩔 수 없이 스택도 고정되고, 하는 일의 방향도 비슷비슷해지는데 결국 그건 개발자들 입장에선 지루한 이슈에 불과하니. 애초에 난 천성이 게으른 편인 것 같고.

그렇게 난 5월 중순 쯤부터 React를 내려놓고, React Native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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