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나의 터닝 포인트

LESA·2021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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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도 적지 않았던 회고록을 2021년에 적어본다.

작년 2020년 5월 27일은 내가 개발자로서 회사에 입사한 날이다.

나는 서울로 가고 싶었고, 그에 맞는 스택을 쌓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연도이다.

지금 회고록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지만, 남 탓이었던 것 같다.

친한 친구들과 대학연구실 사람들의 취업을 보며, 그저 나도 학생, 백수라는 신분에서 직장인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오만했다.

서울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준비는 불완전했고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해보자는 생각이.

100%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부산에서 개발자로서의 취업은 쉽다고 생각한다.

Java라는 언어는 대학교 때 스쳐 지나갔지만, 나는 Java를 중심으로 하는 SI 업체에 취직했다.

첫 면접이라 엄청나게 떨렸고, 준비도 많이 했지만 나의 기술 스택과 실력은 보지 않았다.

면접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합격 전화를 받았고 다음 날 바로 출근했다.

중소, 중견기업엔 아주 좋은 제도가 있다.

나라 적금을 들어 상당한 이자를 주는 것인데, 퇴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지금은 이자가 조금 내려갔지만, 나는 2년 형 제도를 신청했다. (원금 300 + 이자 1300 = 1600)

적금을 들고, 회사에 다니면서 서울 이직의 공부를 하자고 마음먹었지만 쉽지 않았다.

내가 취업한 곳은 SI 업체 이지만, 내가 생각하던 개발자와 여기에서 개발자는 너무 달랐다.

부산은 블랙 기업이 많을까 ? 라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부 블랙은 아니지만, 나는 블랙에 다녔다. 라고

추가수당 없는 야근, 다 쓰지도 못하면서 돈으로 바꿔주지도 않는 휴가, 꼰대 특유의 회사 분위기.

일에 치여가는 삶을 살며 2020년은 사라졌다.

2021년은 다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오전 0시에 일주일 내내 퇴근한 날도 있었으며

주말엔 원격으로 회사 일을 쳐내기도 하였다.

아마 2021년 초에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강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라 적금으로 인한 아까움이 내 마음속에 있었고 나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입사 전 무성하던 내 깃허브 잔디들은 모두 말라 사막이 되어버렸다.

물론 쉬는 날도 있었고, 정시퇴근보다 조금 지나서 퇴근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내 정신력이 부족하여 공부를 안 했다.

여기서 회사 탓을 해버리면 내가 정말 못난이가 되어버린다고 생각한다.

올해 7월부터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접했다.

이전 회사는 자사 구조를 구축해놨기 때문에, 코딩에 대한 경험이 없거나 지식이 없어도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지식이 있거나, 코딩 기술이 높은 사람과의 업무효율도 자체가 틀리긴 했다.

뭐 결과적으로 나는 퇴사를 다시 한번 더 굳게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프로젝트는 끝내고 나가고 싶었다.

야근은 기본이었으며, 나 혼자 주말에 나와서 코딩을 하는 날도 적지 않았다.

내가 야근을 많이 하거나, 집에서 원격으로 일을 하거나, 주말에 출근하면 나에게 돌아오는 소리는 항상 같았다.

왜 그렇게 까지 하냐, 그렇게까지 하지 마라.

나는 지금도 생각하고, 그 당시에도 똑같은 답변을 뱉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 일이 많다. 라고 하면, 그렇다는 분위기였다.

일개 사원인 나에게 왜 이렇게 일이 많은 것이며, 나 혼자 이정도 업무 프로세스를 겪어보는 게

배운다는 뉘앙스로 조언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래도 프로젝트 도중에 퇴사하고 싶지 않았다. 도망치기 싫었다.

이런 회사에서 이정도도 못 끝내면 후회할 것 같아서.

나는 나라 적금을 15개월 정도 채웠다. 만기까지 9개월 남았지만, 너무 그 시간이 아까웠고

프로젝트가 완료되자마자 퇴사했다.

프로젝트는 2021년 11월에 완료 보고를 하였고, 그 당시 나에게 남은 휴가는 7일인가 8일이었다.

15일이라는 휴가가 주어지지만, 여름휴가 한번 제대로 못 가보고 11월까지 휴가가 쌓인 것이다.

그렇게 남은 휴가를 모두 소모하여, 2021년 11월 10일 자로 퇴사하였다.

지금은 집에서 공부를 하며 회고록을 작성한다.

퇴사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오히려 몸과 마음이 너무 좋아졌다.

27년이나 살면서 두통, 역류성식도염, 만성피로를 느껴본 적이 없는데 이전 회사를 다니면서 처음 경험했다.

돈보단 건강이 최고다.

11월 10일 자로 퇴사하고 회고록을 적는 지금까지 비약적으로 공부량을 늘리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게을렀다.

연말에 친구들을 만나면서, 내가 너무 게을리 산다고 느껴졌다.

내 친구들은 사회에서 열심히 경쟁하고 있었고, 그에 대한 보답을 많이 받은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나에게 촉진제가 되는 것 같다.

씁쓸하지만, 좋은 약은 그런 거니까 나에게 좋은 효과를 가져와 줄 것이다.

2021년 열심히 살았고, 2022년은 게으른 벌레에서 부지런한 벌레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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