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초기 개발팀에 현장 실습생으로 참여해서 보고 느낀 점들을 정리해본 글입니다. 모든 내용들은 결국 회사마다 상이하다는 점을 미리 알립니다.
나는 빅태블릿이라는 CCTV관제를 통한 AI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즉 B2B 서비스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개발팀은 한 분 계셨는데 그 조차 원래 AI 연구직이셨기에 개발자는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개발자' 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서버도 클라우드 인프라도, 컨벤션이나 뭐 깃허브 등등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초기 MVP로 급하게 만드신 프로덕트 하나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 이걸 신입보고 하라고? 하는 생각들이었다. 실제로 나에게 처음 주신 것은 DB 설계였다. 와우

내가 선택한 회사이기에 나는 '일단 해보자, 하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업무들을 해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공부를 시작했다, 실제 실무에서 어떤 기술들이 어떻게 적용되고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서.
오픈소스도 여기저기 쑤셔가면서 공부했다. 내가 유일한 개발자였기에 내가 정하는 컨벤션이 곧 회사의 규정이고 내가 설계하는 인프라가 곧 프로덕트에 사용되는 인프라가 되었다. 그렇기에 항상 사소한 것도 검색하고 또 알아보면서 해나갔다.

이렇게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하다보니 업무 속도는 전보다 떨어졌다, 힘들기도 하고 이해가 안돼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기에 출근해서는 개발을 하기 보다는 블로그나 공식 문서 등을 읽으면서 머리 쥐어 싸매는게 일상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힘들었다, 매일 나와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이게 진짜 개발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었다 작은 퍼즐들을 맞춰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전에는 띄엄띄엄 알던 개념이나 이론들이 하나로 뭉쳐지는 것을 느끼다 보면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만들어가는 체계들이 실제로 적용되고 잘 쓰이고 작동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내가 만들었기에 더 애정도 가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이게 부성애인가
스타트업에 다닌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간혹 아래와 같은 오해들을 한다.
스타트업 다니면 돈도 잘 안주고 복지 안좋지 않아?
워라밸 엉망될텐데...맨날 야근하고 그렇지 않아?
이에 대해 내가 느낀 점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일단 연봉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나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신입에 고졸인 나를 써주는데 이정도 연봉이면 충분히 혼자 저축하면서 먹고 살 정도는 된다. 특히 나는 본가에서 출퇴근을 하기에 생활비도 안나간다.
복지는 당연히 다른 중견 이상의 회사들 보다는 부족하다, 애초에 회사 규모가 작은데 복지가 중견급으로 좋으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것이니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일하는데 있어서 불만이 생길 정도는 전혀 아니다.
에어컨 빵빵하고, 간식 음료수는 냉장고에 항상 많이 차있다, 일하는데 필요한 것들 (PC나 프로그램 등) 전부 사업비로 지원해 준다. 그리고 나는 아니지만 멀리 살 경우 최근 근처 빌라 원룸을 임대해 주기도 했다.

물론 이 부분은 같은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회사별로 천차만별이기에 모두가 이럴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월급이나 복지가 생각하는 만큼 엄청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우리는 10시 출근 7시 퇴근이 기본이지만 따로 그거에 대해서 압박을 주거나 강요하지는 않았다. 일이 있으면 조금 늦게 출근하거나 그 날 일을 다 마치면 7시 전이라도 퇴근할 수 있었다.
퇴근하면 8시 쯤 집에 도착해 완전한 휴식 시간이자 나만의 시간이기에 누워서 쉬거나 운동을 가볍게 하거나 할 수 있었다. 업무를 진행하면서는 단 한 번도 워라밸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야근에 경우에도 물론 바쁘거나 일이 밀렸을 경우에는 하기도 했다. 8시나 9시에 퇴근한 적도 있다. 근데 매일 한 것도 아니고 정말 가끔 일이 몰렸을 경우에만 그랬다.
그리고 야근은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어디를 가던지 하게 되어 있다.
위에서 말한 월급, 복지, 워라밸 등등을 다 재쳐두고 먼저 스스로 생각해 봐라. 내가 개발을 즐기며 한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할 수 있는가? 즐기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해나갈 수 있을까? 쉽게 질리지 않고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을.

세상에는 다양한 회사가 있다, 그리고 그 중에는 흔히 말하는 좆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00개 중 10개 정도 되는 회사를 바라보며 나머지 90개의 회사들을 놓칠 것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은 다른 중견, 대기업에서는 가질 수 없는 매우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은 선입견들은 전부 재쳐두고 진지하게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스타트업 취업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위에서 말한 고난과 역경을 기꺼이 즐기는 자 모드로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스타트업... 한국식 스타트업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1. 야근 지옥 & 워라밸 실종
스타트업 = 성장 중 = 리소스 부족.
사람은 적은데 해야 할 일은 많고, “빠르게 해라”는 압박은 기본 탑재.
야근은 “우리 함께 고생해요~ 팀워크~” 같은 감정적 협박으로 정당화됨.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냥 안 하면 눈치보이고 밀림.
요약: 자율 근무? 실상은 '자율 착취'
스톡옵션 개소리
스톡옵션? 줄게 줄게 하면서 계약서엔 없는 경우 허다함.
있어도 ‘언제 행사 가능’이 중요한데, 상장 안 하면 걍 휴지조각.
대표가 “우리 곧 유니콘이야~” 하는데, 그 ‘곧’이 5년째임.
요약: 성공하면 대박? 근데 99%는 망하거나 조용히 죽음
역할 구분 없음 = 뭐든지 다 해라
기획인데 CS, 마케팅, 디자인까지 다 해달래.
"스타트업은 유연해야지~"란 말로 만능 노예 요구.
나중엔 내 일이 뭔지도 모름. 책임만 늘고 권한은 없음.
요약: 직무 따위 없음, 그냥 사람이 부족할 뿐
대표가 신이다
대표 = 창업자 = 교주.
지 맘대로 다 함. 결정도 감정적으로 하고, 프로세스 없음.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가 좆망해도 책임은 안 짐. 떠나는 건 직원들.
요약: 회의는 있지만 결정은 이미 나 있음
성과는 내 탓, 실패는 네 탓
잘되면 "우리 팀 덕분~" 하면서 언론에 자기가 다 한 것처럼 인터뷰.
안되면 "왜 이거 아직 안 했어요?" 지적질.
공은 위로, 책임은 아래로. 매뉴얼 없음. 결과만 바람.
요약: 오너 리스크 + 책임 전가 콤보
복지? 그런 거 없어
점심 제공, 맥주 무제한, 자유로운 분위기... 다 필요 없고,
연차도 눈치 보여서 못 씀. 휴가 쓰면 "빠졌던 날 업무는?" 물어봄.
생색내기용 문화 혜택은 있지만, 기본적인 안정감 없음.
요약: 복지 아닌 ‘착취를 포장한 그림자놀이’
존버하면 성장한다? 개소리
빠르게 배우고 성장한다고 하는데,
배울 사람도 시스템도 없음. 그냥 실수해가며 고통받는 게 배움임.
멘토 없음. 피드백 없음. 그냥 닥치고 하다가 망하면 욕먹음.
요약: 성장보단 ‘근성치’만 올라감
결론
스타트업을 비추천 하는건 ‘스타트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불안정한 구조에서 출발하면서도 그걸 미화하거나, 착취로 연결할 때임.
“성장”이란 말로 모든 걸 덮으려고 할 때 진짜 좆같아짐.
단점이 명확한데도 “열정”이란 이름으로 덮고 넘어가는 순간,
그 스타트업은 회사가 아니라 수직적 감정노동 집단이 되어버림.
결론은 이 글 보고 와 취업 안되니까 난 스타트업 가서 굴러야지 하고 가면 크게 상처받음. 마치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사태와 같은 경험을 할수도 있고 한국은 스타트업 정신 개나줘버린지 오래니까 비추함.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