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래 세상은 나에게 열려 있어, 좌절보다 도전함을 반겨주는 세상이.
미소의 세상 엔딩곡, 정여진님의 "그래 그래"의 가사다. 다사다난했던 취준 기간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나 자신을 독려하기 위한 문구로 생각하고 있다.
대학원 진학 불발, 수 십번의 서류 탈락, 수 회의 면접 탈락... 그 끝에 나를 받아 준 한 회사가 있어 현재는 업무를 진행하며 현장을 배우고 있다.
2025년 상반기 회고에 이어서 바로 하반기 회고를 작성한다. 사실 상반기 회고는 임시저장해 둔 상태였지만, 연달은 면접과 개인 일정, 그리고 회사 업무로 정신이 없는 하반기를 보내면서 블로그에 거의 신경쓰지 못했다. 현재는 업무에 많이 적응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몰아서 회고글을 작성해본다.
고려대 INISW 아카데미가 끝난 후, 후속 프로그램으로 멘토와의 취업 상담이 있었다. 나의 멘토님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게임엔진 기술영업을 하시는 분으로, 게임 업계를 희망하는 나에게 있어 조금은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멘토링 연결을 요청드렸었다.
PM 직무를 희망하던 나에게 그 분의 조언은, 현업의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신입이 기술 및 개발PM으로 가면 성장할 기회가 부족할 것 같다는 우려였다. 그래서 만약 지원을 하게 된다면 기획이나 프로그래머, QA 등 신입으로도 모집하는 직무에서 경험을 쌓은 뒤 추후 PM으로 전직하는 것을 추천해주셨다.
실제로 내가 채용과정에서 느낀 딜레마기도 했다. 현장의 고연차 분들의 입장에서는 햇병아리 PM의 요구사항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게임 대기업 신입 공채에 PM과 TA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우선은, 말로만 들었던 게임 업계를 이해하기 위해 평소에는 그저 지나갔던 다른 직무 공고들을 하나씩 읽어보며 지원할 만한 분야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기획을 지원하기엔 포트폴리오와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프로그래머는 지식도 부족했던 것도 문제지만, 그 직무가 나에게 적합한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결국 도달한 결론이 QA였다. 세간에는 단순히 출시 및 패치 적용 전 테스트를 진행하는 직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소프트웨어공학에 따르면 해당 과정은 개발 과정에서부터 참여하는 직무다.
PM은 시작부터 종료까지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직무이다보니 전체 프로세스에 참여할 수 있는 직무를 희망했었다. 마침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던 나였기 때문에, QA 직무가 어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프트웨어 테스팅 관련 지식도 적고 QA 국룰 자격증인 ISTQB도 없었지만, 우선 당시 열려있던 QA 신입 공고에 지원했다. 기존에 프로그래머 및 PM에 맞춰져있던 자기소개서를 거의 새로 썼다.
관심있던 회사의 두 개의 게임QA 채용연계형 인턴 공고에 지원했고, 같은 주 주말에 지원을 완료했다. 놀랍게도 두 공고 모두 서류합격을 받았다. 두 회사 모두 별도의 과제가 없는 전형이었던지라 최종 면접만을 앞두고 있었다.
A 회사는 지원 후 며칠 후에 서류합격 연락과 함께 화상면접 관련 안내가 왔다. 원하는 날과 시간대를 면접자가 선택하면 내부에서 조율 후 면접 일정을 확정해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간단한 안내와 함께 SQA 관련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서술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 나의 이력서와 사내 대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현재 모집중인 프로젝트와 관련된 직무역량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직접적으로 면접관께서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나의 스펙에 대해 질문을 하셨다. 나는 빠르게 그 의도를 파악한 후, 관련 스펙에 대해서 솔직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드렸다.
나름 긴장을 많이 안 하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면접을 진행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후 최종 합격 및 처우 제안 메일이 내 핸드폰 알람에 도착했다.

A 회사의 최종합격 연락이 온 것은 오전. 그 날 오후에 B 회사의 서류합격 연락이 왔다. B에 합격해도 A에 입사할 예정이었지만, 우선은 면접도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실무진 면접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 다만, 제안받은 면접 날짜가 예비군과 겹쳐 나의 스케쥴과 함께 면접 진행 희망 일자를 문의했고, 결국 수정된 일정으로 면접을 진행하게 됐다. A 회사에는 입사를 하겠다고 답변을 했다.
B 회사의 실무진 면접은 내 자기소개서와 이력을 중심으로 한 질문과 함께, QA의 원론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사실 QA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테스팅 이론에 대해서는 즉석에서 내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많은 부분이 오답이었다. 결국 A 회사에 입사한 첫날 저녁, B 회사의 불합격을 통보받았다.
첫날 인사 담당자분과의 미팅과 근로계약서 작성, 그리고 며칠에 걸쳐 입사 첫 주에는 신입 교육(보안, QA 기초, 사내 협업툴 등)이 진행됐다. 실무 배치 후 사수님과의 멘토링을 통해 담당 프로젝트와 QA 프로세스에 대해 몇 주 동안 배웠다.
내가 담당하게 된 프로젝트는 회사에서 퍼블리싱하고 있는 모바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QA였다. 앞서 프로젝트 관련 직무역량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고 언급했는데, 그것은 OPIc 성적이었다. 개발사가 미국이었기 때문에, 적당한 SW/게임 테스팅 역량이 있다면 영어 능력자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였다.

흔히들 이론으로 배우는 기획서 기반 테스트 시나리오 및 케이스 작성, 그리고 테스트 진행을 직접 해봤다. 테스트 중 버그를 발견하거나 CS로 인입된 버그를 재현한 후, 재현 스텝을 개발사에 공유하기도 하고, 테스트 케이스 기반으로 기능들의 정상 동작을 확인이 끝나면, 최대한 많은 버그들을 배포 전에 찾을 수 있도록 발생할 수 있는 기상천회한 방법들을 생각하고 시도해본다.
익히 이야기로 들어왔던 것과 같이, 개발자들이 만들어놓은 알파 빌드를 다양한 방법으로 망가뜨려 보면서, 최종 배포하는 리얼 빌드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직무였다. 사용자들이 만족도 높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최종 방어선같은 역할이었다.
다행히 안정적인 라이브 서비스여서 그런지, 업무는 규칙적인 주기를 가지고 진행됐다. 우리 프로젝트 한정으로는, 업계 괴담처럼 야근 및 추가근무는 별로 없었다. 만으로 5개월 가량 근무하면서, 단 한 번 핫픽스를 진행하면서 막차 시간에 퇴근했던 게 현재로서는 유일한 야근이었다.
직무는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 다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채용연계형 인턴이고, 전환 평가가 올해에 진행될 예정이니 업무에 보다 집중하고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추후 QA로 커리어를 이어나갈지, 아니면 기존에 희망하던 PM으로의 전직할 지는 아직 더 생각해 봐야겠다. 모든 길의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그 기회는 지금의 내가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 실현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