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수학강사가 코딩시장에 뛰어든 이유

정종훈·2022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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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이유는 혹여 나처럼

자신의 성향과 직업에 대한 정체성을 뒤늦게 바꿔보려는 사람에게

하고싶은말을 쓰고싶었다. (그러나 쓰고보니 그냥 내 인생이야기인것같다)

나는 수학교육을 전공한 31세 수학강사였다.

지금까지 수학을 보고 살았다.

정확히 말하면 수학만 보고 살았다.

왜냐하면 나의 인식에는 수학교육전공을

살릴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한정적이라고 들었고 또 실제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들은 특이한 말이 기억나는데

"수학이 좋냐 학생들이 좋냐 물어보면

다른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좋다고 말하는데

쌤만 수학이 좋다고 하네요"

라는 이야기다.

수학밖에 할게 없었다고 생각했고 또 수학이 실제로 나에게는 재미있었으니까

그렇게 강사생활을 하던중 어느 날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강사에 대한 현자타임이 왔을때 할 것 없나 하고 뒤져다보다가

요새 뭐 4차 AI 코딩 이런게 유행이니까 코딩한번 배워볼까 라고 해서 여러가지를 찾아봤었던것 같다.

전에 취미로 파이썬을 배워보겠다고 쥬피터 노트북?같은것을 막 깔고 print hello world 를 배우고 좋아했던 기억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뭔가 지금은 진짜 내 커리어를 통째로 바꿔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현자타임이와서 강사생활이 더이상 하고싶지않아 커리어를 바꿔보겠다고 생각했던것 같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강사생활은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그것외에 인생을 살면서 전혀 다른 분야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인 것같다.

여튼 이 코드스테이츠를 지원하기로 하고 36기를 지원했다가 몇일만에 철회했다.

뭔가 강사생활을 그만두고 홧김에 임시로 이 코딩분야에 도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내 경험상 그렇게 감정적으로 판단하게 됐을때 또 몇일뒤에 엄청난 후회가 밀려왔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감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진짜 순수하게 코딩이란것을 배워보고싶은 '흥미'가 있는가.

또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끝이아닌 코딩이라는것에 '적성'이 있는가.

// 결론적으로는 둘 다 지금도 모르겠다.

지켜보기로 결정한 뒤로 도서관에 자바스크립트책을 빌리고 어느 분께서 추천해주신 생활코딩 사이트에서 하나하나 강의를 듣고 일주일간 공부를 해봤다.

공부하면서 느낀점은 옛날 학부시절에 전공으로 '추상대수학'을 공부하던 느낌이었다. {

나에게 추상대수학은 내가배웠던 수학 중 가장 순수하게 재미있는 과목이었다.

내가 잘하고있는지 못하고있는지 평가하거나 시험에 뭐가 나오는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채

그냥 하나하나 배우는게 재밌는 과목이었다.

내가 재미있어서 전공서적을 보고, 내가 재미있어서 교수님께 동료들에게 질문하고

영어는 겁나 싫어했는데도 네이버 구글에 쳐가면서 영어 논문을 분석하고 살펴봤다.

그래서 유일하게 시험을 칠때도 답안을 영어로 기술하였고(잘난척하는게 아니라 그떄는 대수학을

한글로 답안 적는법을 몰랐다...)

그리고 실제로 유일하게 1년간 A+만 받은 과목이었다. 교수님이 택도없는 영어로 적는다고 뭐라했지만.

}

코딩도 똑같았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시간가는줄 모르고 공부했고, 모르면 인터넷 사이트 뒤져 보고

특히! 뭔가 어려운 문제를 시간내어 고민해서 스스로 해결했을때의 기쁨도 수학과 비슷했다.

그뒤로 아 이건 해봐야겠다라는 판단이 섰다.

다만 그때 수학을 공부할때도, 지금 코딩을 배울때도 느낀것은

재미도 흥미도 독학도 좋지만 도대체 어떤 부분을 얼마만큼 공부해야하는지에 대해

'정확한 기준과 목표치'가 필요했던것같다.

그래서 신청했다. 코드스테이츠 37기를

그리고 오늘

합격했다.

사실 오늘 6시에 발표가 날때까지 스트레스를 받아 생활을 제대로 못했다

내가 이걸 떨어지면 뭐먹고 살지?... 다시 강사해야되나...

합격하고 기분이 좋았던 적은 오랜만이다.

내가 이걸 합격하고 과정을 이수한다음 마법같이 코드스테이츠에서 프로그래머로 취직시켜줄것이라서가 아니다.

내가 이 조그만 과정을 합격하기 위해

오랜만에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한번사는 인생에서 고맙게도 두번째 길의 시작점에 설수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코드스테이츠 스폰받은것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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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발개발자에서 개발자로 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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